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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리(2006-04-04 19:30:04, Hit : 2906, Vote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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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있는 풍경



      나무가 있는 그림
                李振英

백 호가 좀 넘을까.
연녹색의 잎들 사이로 푸른 빗줄기가 스며들어 있는, 그 나무들 저편으로 희뿌연 낮은 언덕길이 보입니다. 배경은 어두운 회색 톤이나, 녹색의 나뭇잎들이 밝은 대비를 이루면서 생동감을 줍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잎새들을 부드러운 터치, 점묘적인 기법으로 나타낸, 비 내리는 창가에서 바라다 본 밖의 풍경입니다.



시크리 가든의 ‘마법의 숲(La Foret Enchantee)’을 나지막하게 틀어 놓고 창 밖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흔들의자에 앉았죠. 한 잔의 감미로운 차를 마시면서 바라다보는 한 폭의 풍경화는 살아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 내가 그림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사물이 된 듯한 황홀감에 젖어들었지요.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했을 때였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을 나의 것으로 했을 때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꿈은 있었습니다. 밖이 환히 보이는 창가와 한 쪽 벽에 그림 한 점을 걸 수 있다면 하고요. 참, 나무가 있는 그림을 걸 고 싶습니다. 고호가 그린 측백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되 너무 꼿꼿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결코 약해 보이지 않은 나무. 시야를 너무 가리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  그렇게 바랐습니다.

태양과 해바라기에의 정염(情念), 네덜란드 출신의 반고호 (Vincent w. Gogh 1853~1891)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지금은 온 세계가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정열적인 작풍이 생전에는 끝내 인정받지 못했었죠. 그가 위대한 화가라는 인상을 처음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준 것은 1903년의 유작전 이후였습니다. 자화상 이외에도<해바라기><삼(杉)나무와 별이 있는 길>등이 유명합니다. 특히 <붉은 포도밭><해지는 시각의 밀밭>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전에 팔린 그림이랍니다.




고호의 그림 중에서 가장 마음을 끌었던 것은 측백나무 그림입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측백나무. 배후의 밭이나 산을 고호는 흡사 그 자신의 마음의 번민과 희망의 상징인 것처럼 응시했지요. 대부분 직선에 가까웠던 당 시대의 필치 대신 휘어 구부러져 서로 대응하는 필치가 화면을 메웁니다.

문득 생각나는 어느 친지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새로 이사 간 큰 평수의 빌라는 최고의 인테리어 전문가의 탁월한 솜씨와 최고급의 내장재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세월 좋을 때 부동산 투자로 짭짤하게 재미를 보았다는 그분은 과시욕이 대단했습니다. 서재 한켠에는 한 번도 펴보지 않는 전집류의 책들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거실 벽 사방에는 내로라하는 대가들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누구의 어떤 그림인데 가격은 얼마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분은 사실 한가롭게 거실에 앉아 그림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한 번도 펴보지 않은 듯한 책, 한 번도 깊숙이 들어서서 거닐어 보지 않은 산길과 함께 흘러보지 못한 강이 있는 풍경, 볼 수 있음이 아니라 보이기 위해 벽을 장식한 책과 그림들을 생각하면서 돌아섰습니다.

돌아온 나의 집 창 앞에 섰을 때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 일찍이 아무도 그려낼 수 없었던 한 폭의 놀라운 밤 풍경이 창가에 걸려져 있었습니다. 푸른 밤공기 속에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 그 너머로 밤하늘이 비쳐 보입니다. 멀리서 졸듯이 서있는 가로등 불빛과 어둠의 대조 속에 춤추듯 너울거리는 나뭇잎들, 그 사이로 달빛이 스며듭니다. 신비로웠습니다.

흡사 흙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꽃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고호의 <측백나무와 별과 길>이라는 작품이 연상되는 듯 합니다. 그 검은 맛의 초록을 표현하기 위하여 마음을 쏟았었다는 고호처럼 어둠 속에서 나무를 바라보기는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내가 가장 아끼는 풍경이 되었지만요. 그 밤 풍경에 오랫동안 깊숙이 빠져들어 있었습니다. 깊은 잠 보다 더 깊은 몰입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황홀함이 그날 밤 잠을 못 이루게 했습니다.

그 후 난 그림을 그렸습니다. 볼 수 있는 눈과 느껴지는 마음의 붓으로 그리는 그림은 늘 나무가 있는 풍경화입니다. 그 나무들에 연초록 새순이 돋을 때, 싱그러운 희망을 그렸습니다. 진초록 무성한 여름의 잎새들 위로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은 축복이었습니다. 더러는 폭풍에 휘말린 하늘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무, 마침내 잎을 떨어뜨리고 벗은 나무 저쪽에 석양이 무섭도록 붉은 빛을 띠우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도 그렸습니다. 또 빈 가지마다 정한 입김을 내뿜으며 피어난 눈부신 설화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습니다.

마음의 붓으로 그린 풍경 속에 늘 나무를 그리려함은 고호의 측백나무처럼 번민과 희망을 나무를 통해서 주시하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멈추어 있지 않는 계절처럼 삶의 변화를 나무에 대비시켜 하나의 구도로 완성시켜보려는 의도는, 나의 그림 속에 나무는 언제나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한 동안 그 그림 속에 젖어듭니다. 나무들과 함께 그림 속에 존재하는 내 모습은 분명 나무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일체감', 빛이 주는 수만 개의 파장, 그리고 떨림의 감격을 주는 음률, 듣고 바라다보고 음미할 수 있는 존재인 내가 하나의 구도 속에 머물러 있는 듯 했습니다.

설혹 나의 그림이 한 그루의 측백나무라 할지라도 거대한 마음의 상징물로 변화시킨 고호의 작품처럼 대단한 평가를 받을 수는 없더라도 최선을 다하려는 나의 삶을 담고 있기에, 나의 작은 집 창가에 걸린 나무가 있는 풍경화는 언제나 아름다웠습니다.




2005년 [수필문학]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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