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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환(2006-04-04 19:49:42, Hit : 1513, Vote : 165
 그대를 보내며


그대를 보내며

吳 岐 煥


  눈이 내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봄기운에 들떠서 밝고 가벼운 옷을 들썩이게 하더니 눈이 내린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일지도 모를 눈을 보러 산에 오른다. 아이젠에다가 지팡이까지 무장을 하고.
  온 세상이 눈으로 묻혀 있다. 순백의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다. 나무는 눈꽃을 피우고 그 위에 바람이 지나간다. 나무위에 쌓인 눈이 너무 무거워하는 것을 눈치 챘는가, 바람이 분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나무에서는 눈보라가 인다.
  눈꽃을 피운 작은 나무 위에도 풀잎 위에도 바람이 인다. 바람이 일 때마다 바람결 따라 흔들리다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작은 나무나 풀잎은 꽃을 피울 만큼만 눈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땅으로 보낸다. 고즈넉한 산중에 골짜기 깊은 곳에서 우지직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한기를 느끼게 한다. 아름드리나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꺾여져나가는 소리다. 바람에도 날리는 새털보다도 더 가벼운 눈이 쌓여 수십 년 묵은 나무를 넘어트리는  놀라운 소리다.
  놀라운 그 소리에 두려운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멈춰진다. 인간에게도 두려운 것, 즉 경외의 대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신이라도 좋고 귀신이라도 좋다. 인간의 오만을 질타하는 어떤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길을 걷는다.
  겨울나무는 겉으로는 빈 몸으로 죽은 듯이 지내지만 속으로는 수액을 펌프질하며 봄을 준비하고 있다. 2월까지는 어떻게 참는다고 하지만 3월로 접어들면 더는 못 참겠다고 가지마다 열꽃을 봉긋이 내민다. 어디 나무뿐인가. 젊은이 얼굴도 더 기름져 보인다.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 움츠렸던 피부가 봄을 맞아 분비물을 내뿜기 때문에. 겨울은 아직은 열꽃을 내밀 때가 아니라고 타일러도 고집을 부리는 나무에게 눈을 내리게 하고 찬바람을 보내다가 순백의 이불을 덮어주며 더 참으라고 다독여 준다. 그리고 겨울은 말한다. ‘가장 따뜻한 봄은 순백의 이불이 펴진 화롯가에서 만들어 진다’ 고.
  겨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만들고 두근거리는 가슴은 봄을 열게 한다. 그러나 알고 있다. 막상 봄이 오면 아무도 그런 겨울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어려 울 때는 자나 깨나 성공만을 꿈꾸다가도, 성공하고 나면 어려웠던 시절은 잊어버린다는 것을 겨울은 알고 있다.
  눈이 멈춘 자리에 햇빛이 가득하다. 등이 훈훈해 진다. 나뭇가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바람이 지나면 물방울이 빗물 되어 떨어진다. 순백의 이불은 걷히고 자연 본래의 모습이 들어나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저녁이 되면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고 고드름도 된다. 이러기를 여러 날. 이런 날 중에 물이 오른 버들가지는 윤기가 흐르고 깊은 산 속에 핀 매화꽃은 아무도 보는 이 없지만, 그 은은한 향기는 시냇물 따라 흘러 100 리 밖 까지 퍼진다.
  여전히 쌀쌀한 날씨에도 봄기운이 들떠 가볍게 걸친 옷 때문에 낭패당하는 3월이다. 그래도 옷은 더 얇아지고 치마는 위로 올라만 간다. 그렇지만 겨울이 떠나는 이때쯤 되면 나는 몸이 아프다. 겨울옷을 입고 다녀도 춥고 기침도 나고 편도선이 붓기도 하고 콧물이 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음은 평정을 잃고 흔들린다. 아직도 겨울옷을 벗지 못하고 겨울 같은 봄날을 헤맨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 이렇게 그대를 보내는 이별의식 같은 홍역을 앓는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예약자명단에도 겨울이 들어 있단다. 겨울이 떠날 모양이다. 그래도 겨울은 내색도 하지 않고 있다. 한 낮에는 가만히 있다가도 아침저녁만 되면 그 위세를 부리면서. 그러나 속으로는 오래전부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뭇가지마다 열꽃을 내밀어도 순백의 이불로 덮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군부대가 전후방 교대할 때면, 선발대와 합동근무 하다가 때가 되면 소리 소문 없이 부대를 인계하고 떠나듯, 겨울도 티켓 한 장 달랑 들고 인천국제공항을 떠날 것을 나는 안다.
  사람들은 막상 봄이 오면 혹독했던 겨울을 대부분 잊는다고 하지만, 나는 오늘도 외투를 입고 인천국제공항 근처를 기웃거린다. 떠나는 겨울을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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