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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채규(2015-06-12 11:32:49, Hit : 841, Vote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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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쉐의 죽음


선채규 수필가
美 Midwest university. D. Miss.
前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現 한국기업연구원(KBI) 이사장.
2014년도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꾸쉐의 죽음                      

                                                선 채 규    

   손바닥 만 한 작은 얼굴에 빛나는 눈과 밍크 같은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깜찍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우리 식구들은 할아버지부터 손자에 이르기 까지 개를 무척 좋아한다. 출가한 딸은 개를 사랑하고 아끼는 할아버지로 부터 순종인 어린 요쿠셔테리어 (YorkshireTerrier)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 사람한테 분양하겠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보고 즉시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80대의 인자하신 할아버지께서는 강아지를 내놓으시면서 국내에 3마리밖에 없는 귀한 순종이니 잘 키우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꾸 쒜’ 라고 이름을 지었다. 꾸 쒜 (骨血)는 중국어로 육친 혈육 자녀란 뜻이다. 딸은 어일 때부터 동물을 무척 사랑했다. 그런 딸이 애지중지하는 꾸 쒜 가 함께 살다 죽으면 장례를 치러주고, 무덤과 표석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출산으로 함께 살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 딸의 집에서 꾸 쒜 살림살이를 챙겨, 우리 집으로 온 꾸 쒜는 항상 내 무릎에 올라와 사랑을 독차지 하였다 .

어느 날 현관문을 조금 열어 두었다. 좀 더 뛰어 놀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사이 꾸 쒜가 없어진 것이다.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차에 치여 죽지는 않았을까, 다른 사람이 데려가지는 않았을까, 온갖 걱정이 밀려왔다. 우리 식구들은 꾸 쒜 가출로 모두 비상상태가 되었다. 식구들은 골목마다 ‘꾸 쒜‘ 를 외치며 찾으러 다녔다. 다음날까지 온 집안 식구들이 동네를 헤맸는데도 꾸 쒜는 보이지 않았다.

  골목집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꼭 우리 꾸 쒜 목소리처럼 들려 착각하기도 하였다. 딸과 막내아들이 꾸 쒜 사진을 크게 현상하여 사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벽보를 주민 센터와 치안센터, 동내 골목 여러 곳에 붙였다.

며칠 후 전화가 걸려왔다. 동네 삼거리에 예쁜 강아지가 돌아다녀 차에 태워왔다는 것이다. 딸은 즉시 선물을 준비하여 사례금과 함께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하고 찾아왔다. 집을 잃고 주인을 애타게 찾아 헤 메며 흘린 눈물자국이 눈가에 말라붙어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우리 식구들을 보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식사 시간이 되면 밥그릇을 발로 탁탁 치면서 알리기도 하였다. 목욕을 할 때는 유난히 좋아했다. 나는 산책을 할 때 마다 데리고 다녔다. 꾸 쒜는 산책 갈 시간이 되면 먼저 나와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서있었다.  꾸 쒜를 보는 사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예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개를 집안에서 키우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목욕도 자주 시켜야 하고 운동도 시켜야하는  뒷바라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털 깍기, 병원비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꾸 쒜는 세월이 갈수록 늙어서 냄새가 났다. 꾸 쉐에 대한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번거로움 속에서 꾸 쒜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사실은 우리 집에서 어린 외손자를 잘 돌봐야 하기도 했다. 꾸 쒜를 맡아 잘 키울 사람을 찾아봤으나 귀엽고 예쁘다는 말뿐이었는데, 내가 법인이사로 있는 양로원에서 키우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꾸쒜 집과 옷, 침구류, 살림살이 일체와 사료를 여유 있게 구입하여 승용차에 태워갔다. 원장께 데리고 오게 된 배경과 키우는 요령을 자세히 설명했다. 함께 간 지인이 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꾸 쒜와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서울로 돌아오고 말았다.

얼마 후 요양원 원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난 13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정든 꾸 쒜가 요양원으로 간 후 한 달을 살지 못하고 죽었다는 비보였다. 요양원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더 많이 놀아주고 산책도 더 많이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아프게 한다. 말 못하는 꾸 쒜도 얼마나 원망하고 기다리고 그리워했을 까.  

  인간은 배반해도 개는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다. 끝까지 순종하고 충성한다. 마지막 죽어 가는 순간까지도,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눈을 감는 모습을 봐오곤 하였다. 그래서 요즈음 같은 삭막한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애견을 가족 삼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 앞에서는 사람이고 동물이고 남아 있는 자들에게 못다 한 아쉬움과 슬픔을 남기고 가는 것 같다.

꾸 쒜의 무덤과 표석을  하루 빨리 만들어 주고 싶었다. 지인과 함께 가서 목사님의 인도로 돌무덤을  만들고, 나무로 십자가를 만든 후  꾸 쒜 이름과 내 전화번호를 써서 무덤 앞에 세웠다. 사랑하는 우리 꾸 쒜가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도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도 꾸 쒜 의 죽음을 딸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다.

                                                                        2014 6 18

                                                      







선채규 (2015-06-17 05:46:20)
꾸쒜는 우리 한 가족이었다.
언제나 변함없이 어떠한 이해타산도 없이 반기고 따르고.
긴,13년 동안 기쁨과 사랑을 주었다.
이러한 꾸쉐에게 좀더 많이 보살펴 주지 못한 아쉬움과 슬픔이...
인간은 배반한다. 가까운 일가친척 친지부터 학교동문 선후배 직장동료 등 모두가 이해타산 을 한다.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의리나 "정"같은 건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자기한테 도움이 안 되면 언제 봤느냐 한다. 그러나 개는 끝까지 죽어가면서 까지도 주인에게 충성을한다.
삭막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애견을 가족 삼아 함께살다, 필요에 따라 밖에 내다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버려진 애견은 오늘 지금 이시간에도.주인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찾고있다.짧은 이 글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sysop (2015-06-17 05:48:12)  
감사합니다. 생명애가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감동과 여운을 주는 <꾸쉐의 죽음> 잘 감상했습니다. 더욱 건필하시고 문운이 창성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허정란 (2015-06-19 23:33:13)  
"꾸쉐의 죽음" 한 편의 수필 잘 감상했습니다.
사람을 무척 따리는 강아지, 개를 키우면 키울수록 정을 뗄수 없게되는 상황을 겪다보니 더욱 공감되는 작품이였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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