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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2015-06-12 11:27:04, Hit : 1263, Vote : 114
 ljh_(2).jpg (13.3 KB), Download : 1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청하(請霞) 이정희 수필가
○ 공주 출생
○ 공주여자고등학교 졸업
○ 공주사범대학 가정과 졸업
○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행정전공)
○ 2010년 2월 중등교장퇴임
○ 2012년 창작수필 등단
○ 창작수필문인회 회원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황조근정 훈장(2010)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이정희

  8월 하순, 반려견 타니와 코리를 데리고 모처럼 새벽 산책을 나섰다. 연일 폭염에 열대야까지 겹친 요즈음엔 저녁산책을 못 한다. 다리는 짧고 허리가 긴 두 녀석의 늘어진 배가 달구어진 지열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만 걸어도 혀를 내밀고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유 있게 천천히 아파트 담 옆의 산책로를 걷다가 길가에 핀 상사화 세 송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잎은 없고 연분홍 꽃대만 쏘옥 올라왔다. 상사화(相思花)의 꽃말이‘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상사화는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서 애절한 꽃이라고도 한다. 잎이 있을 때 꽃을 볼 수가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서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남녀 간의 사랑에 비유한다.

  상사화의 전설 또한 슬프고 애달프다. 아주 오랜 옛날, 산사 깊숙한 토굴에서 용맹 정진하던 젊은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여인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수행도 멈추고 가슴앓이 하던 스님은 석 달 열흘 만에 상사병(相思病)으로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스님이 쓰러진 곳에서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은 잎이 시들어 사라진 다음에 피어서 잎과 꽃이 만날 수가 없었단다. 또한 열매가 없으니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과 흡사하여, 후일에 사람들이 못다 핀 그 사랑을 기억하며 상사화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화가 꽃무릇인 줄 알고 있다. 둘 다 종자를 맺지 않고 알뿌리로 나누어 심는 것은 같지만, 꽃말도 다르다. 상사화는‘이룰 수 없는 사랑’이고 꽃무릇은‘슬픈 사랑’이다. 또 상사화의 꽃 색깔은 주로 연분홍이나 노란색이고 꽃무릇은 아주 붉은 진홍색이다. 상사화는 이른 봄부터 연녹색의 잎이 무성하지만 한 세월 기다려도 오지 않는 꽃을 그리워하다 6월 햇살에 그리움을 안고 그 잎은 말라 죽어간다. 꽃은 잎이 그리워 8월에 꽃대를 헤집고 피건만 잎은 말라 죽어 흔적조차 없다. 꽃과 잎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꽃이며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다.

  그런가하면, 꽃무릇은 석산이라 하며 꽃이 무리지어 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같다 해서 석산화(石蒜花)라 부르기도 한다. 꽃무릇은 초가을인 백로와 추분 사이에 꽃이 피었다가 지고 나서야 잎이 돋아 그 상태로 눈 속에서 겨울을 난다. 또한 뿌리에 독성이 있어 목재건축양식의 사찰에서 방부제로 사용하려고 절 근처에 많이 심었다. 뿌리의 독성은 나비와 벌을 멀리 쫓아버렸으니 열매를 맺지 못할 수밖에……. 원산지가 일본인 꽃무릇도 꽃은 잎을, 잎은 꽃을 만날 수 없고 그리워만 하는 화엽불상견이기에 사람들은 상사화라 통칭하고 있다. 슬픈 사랑에 뜨거운 가슴을 붉게 태우는 꽃이라고나 할까.

  작년 9월 16일엔 상사화 축제를 보려고 전남 영광 불갑산에 갔었다. 불갑산과 불갑사의 주변에 핀 꽃무릇을 보고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산이 온통 불타고 있었다. TV의 드라마나 축제를 알리는 뉴스에서 보았을 뿐인 꽃무릇이 내 눈 앞에 붉은 융단으로 펼쳐 있었다. 우리는 꽃무릇을 무조건 많이 찍으려고 계속 셔터를 누르는데, 사진작가들은 꽃무릇 한 송이를 찍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사진사(?)와 사진작가와의 차이라고나 할까. 전북 고창 선운산과 선운사 주변에도 꽃무릇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금년에는 선운사의 상사화 축제를 보려고 여행클럽에 미리 신청했다. 축제를 알리는 홍보용 사진 속엔 새빨간 꽃무릇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런데, 오늘 꽃무릇이 아닌 토종 상사화를 산책길에서 만났다. 상사화를 보는 순간 어젯밤 꿈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오랜만에 꿈속에서 딸을 만났다. 딸은 뽀얀 피부에 오동통한 고등학생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딸은 나에게 학교에서 공부하고 늦게 올 거라고 했다. 잠에서 깨어 되짚어 봤지만 학교에 간 딸을 기다리며 청소한 것 외에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한참이나 딸의 모습을 그려봐도 기억은 여기까지이다. 신기하게도 딸은 항상 고등학생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난다. 한동안 안 보였는데 왜일까?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걸 알고 꿈속에서라도 보여주려고 나타난 걸까. 내가 사는 아파트 담 옆에 상사화로 피어 내가 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사랑하는 딸을 어이없게 먼 곳으로 보내고 난 후, 예쁜 새가 내 주위를 맴돌거나 아름다운 꽃이 눈에 띄면 혹시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니, 어찌 새와 꽃뿐이겠는가. 지금도 딸은 내 주변에서 항상 나를 지켜보고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을…….딸을 생각하는 마음에는 항상 그리움이 남는다. 애달프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나‘슬픈 사랑’이 어찌 남녀 간에만 해당되겠는가. 딸을 그리워하면서도 영원히 만날 수 없으니 나와 딸도 화엽불상견은 아닐는지. 사진틀 속의 딸을 바라보니 살아생전의 성품 그대로 배시시 웃고 있다.






sysop (2015-06-12 11: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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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란 (2015-06-21 22:12:21)  
‘이룰 수 없는 사랑’이나‘슬픈 사랑’이 어찌 남녀 간에만 해당되겠는가. 딸을 그리워하면서도 영원히 만날 수 없으니 나와 딸도 화엽불상견은 아닐는지.


상사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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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젖어오는 한편의 수필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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