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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하(2015-05-18 07:48:04, Hit : 984, Vote : 116
 호박

호박

김여하


호박이 황금빛으로 익어간다. 초가지붕에서, 담장 위에서, 밭둑에서. 가을이 깊어갈수록 호박의 주름도 노인의 그것처럼 깊고 굵게 파여진다. 주름이 깊고 연륜이 쌓인 것은 무엇이든지 신의가 간다. 나이가 들면 금만큼 신중해지고 지혜로워지기 때문이다. 호박은 대부분의 덩굴채소와 같이 봄에 심는다. 이른 봄에 구덩이를 정강이 깊이 정도로 둥글게 파고 인분을 넣은 뒤 흙으로 덮는다. 진달래가 필 때가 되면 그곳에다가 손톱만한 호박씨를 심는 것이다. 금방 심으면 거름의 독기로 모두 썩어버린다. 때문에 흙을 몇 달간 썩히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넓은 이파리에 후드기는 빗방울 소리가 여울물 소리처럼 청명하다. 여름이면 하트 모양의 이파리들이 넌츨넌츨 바람에 흔들린다. 따서 밥 위에 쪄 된장으로 쌈 싸 먹으면 약간 까끌까끌 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입안을 감돈다. 흔히 복스럽게 생긴 여자들을 보고 호박 같다고 하지만, 아니다. 수박은 우선 먹기에 시원하지만 호박만큼 영양이 없다. 거기에 비해서 외모는 좀 떨어지지만 덕이 많은 여인처럼 속이 융숭 깊다. 특히 임산부들의 부기를 빼는데 특효약이다.

여름 밤 반딧불을 잡아서 호박꽃에 넣으면 하나의 작은 등불이 되었다. 노란 꽃불을 가지고 놀면 은은하고 따스한 불빛이 요술램프 같이 신비로웠다.

호박도 크기나 나이에 따라서 요리 방법이나 쓰임새가 다르다. 사람처럼 피부가 여린 것은 애호박, 주름이 많은 것은 늙은 호박이다. 애호박은 담방담방 썰어 된장국 속에, 늙은 건 찹쌀가루를 넣어서 호박범벅이 제격이다.

집집마다 늙은 호박이 시렁위에 몇 덩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동지섣달 밤 엄마가 팥이나 강낭콩을 넣고 끓여주시던 호박범벅. 부엌에 두었다가 먹으면 이빨이 시리도록 차가왔지만 그 달고 시원하던 맛! 호박범벅을 지으면 우리 식구만 먹는 것이 아니라 삼이웃이 나눠 먹었다. 호박이 주는 또 한 가지 선물이 있으니 호박씨이다. 맛이 얼마나 고소하면 뒤로 호박씨 깐다고 그랬을까.

호박은 겉은 누렇고 속에는 진주알을 품은 듯하다. 사람도 호박처럼 나이가 들수록 속에다가 향기를 품었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호박이 자라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듯이 사람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쉬운 것은 요즈음 공해 때문인지 거름이 부족해서인지 열매가 하나도 맺지 않는 불임 호박이 많다는 것이다.

동물이고 식물이고 2세를 가져야 종족의 번식을 할 수 있고 그것은 지고지순의 의무가 아니던가. 젊은 가정주부들은 들은 예전만큼 호박범벅을 해 먹지 않고 대부분 만드는 방법도 모른다. 어쩌다가 고향에 가면 옛 이웃들이 호박을 주지만 가져오지 않는다. 귀찮고 무겁다는 이유이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호박을 수확할 때다. 날씨가 추워지니 호박범벅이 더 먹고 싶어진다. 아궁이에 땔나무로 불을 지펴 가마솥에 끓인 호박범벅을 식구들과 나눠먹었으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봤으면. 문풍지에 찬바람이 불고 부엉이가 울면 더욱 좋으리.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2]
파피꽃 동네서 날아온 호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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