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竹槍) / 도이 김재권
죽창은 붉은 완장을 찬 인민해방군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로부터 반백년이 지난 서기 2005년 12월
붉은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의 손에는
또다시 날이 선 죽창이 들려있다
오늘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족상잔
죽창을 든 아비가 자식의 눈을 찌르고
방패를 든 자식이 어미를 두들겨 팬다
뜻을 같이하지 않는 자들은 무조건 반동이다
그러니 마땅히 죽어야 한다
핏발이 선 눈에는 광기가 번뜩이고
피 맛을 본 입에선 광란의 소리로
죽여라! 죽여라! 모두 죽여라! 외치니
죽창에 찔려 죽지 않으려 저항하는 젊음은
차라리 처절한 생존본능에 가깝다
동무와 반동의 이념갈등 속에서
이제 더는 자식일 수가 없고
이제 더는 아비일 수가 없는 적대적 관계
오직 살기 위해 싸워야 한다
좌익과 우익, 보수와 진보의 전쟁터
대체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가
대화는 이미 오래전에 실종되었고
오직 네 편과 내 편만 남은
오, 오, 또다시 피로 얼룩지는 죽창의 한반도여!
-세계한민족작가연합 연간「글로벌문학」2006년 10월 발표작-
※ 「글로벌문학」: 연간 「GLOBAL LITERATURE」 2006 가을 / 세계한민족작가연합 발행
*********************************
이심(異心) / 도이 김재권
그리 표현함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난리를 피우는 것을 보면, 그동안에는 눈으로는 시를 만나고 마음으로는 딴 뜻을 품었기 때문이겠지요. 사람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 금기사항이라면 하나 둘 가슴앓이 할 사람만 늘어날 터인데, 어째 시구 하나하나에 날이 서 있어 시의 구절마다 베일까 두렵습디까? 가슴으로 쓴 시를 머리로 헤아리려 하니 자연 이해할 수가 없지요. 긴 심연(深淵)의 끝 음흉한 처세는 결코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혹세무문(惑世誣文), 그러니 참으로 비통하지 아니합니까?
시는 추어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연재하는 것만이 만사가 아닌 것을, 시심(詩心)으로 시를 풀어 깨닫기도 하며 시의 원(願)을 음미할 줄도 알아야 하거늘,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십니까? ‘켕기다’의 뜻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탈이 날까 보아 마음이 불안해지다.’라고 되어 있습디다. 오늘도 유선통신으로 암내를 풍기며 또 다른 숙주(宿主)를 찾아나서는 어리석음. 존재의 알맹이는 없고 실체도 잃어버린 껍데기만 남아있는 허상인. 불치인류(不齒人類), 그래도 기어이 살아서 보시렵니까?
-세계한민족작가연합 연간「글로벌문학」2006년 10월 발표작-
※ 「글로벌문학」: 연간 「GLOBAL LITERATURE」 2006 가을 / 세계한민족작가연합 발행
|
|
Home 詩향기좋은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