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바닥 ◈
-김영천
애초에 무슨 발싸개가
필요했을까만
과잉보호 덕에
이 놈의 발바닥이 물러 터져서
조금만 험한 길을 걷고 나면
웅얼웅얼 제 분노를 밀어내어
묏등처럼 동그랗게 부풀어오릅니다
기껏해야 한 방울의 물을
우리는 걸음마다 절뚝거리며
얼마나 참지 못하는지
발바닥과 내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이유를
궁리하지만
사실은 부러 모른 척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문득 그 심연이 근질근질거리어서
도무지 참지 못하고 들여다보면
험한 길 한번 걷지 않고도 어느 봉분이 이렇듯 솟았을까
나는 또 오랜 동안을
백선균을 목숨처럼 발바닥에 감추고 살았습니다
그리움은 참 끈질깁니다
Home 수필 애호가들의 쉼터, 수필넷 [에세이 아카데미아]에서 찬 한잔의 여유를 느껴보세요~ (☞메인)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