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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산조

鄭 木 日


한밤중 은하(銀河)가 흘러간다.

이 땅에 흘러내리는 실개천아.

하얀 모래밭과 푸른 물기도는 대밭을 곁에 두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아.

흘러가라. 끝도 한도 없이 흘러가라.

흐를수록 맑고 바닥도 모를 깊이로 시공(時空)을 적셔 가거라.

그냥 대나무로 만든 악기가 아니다.

영혼의 뼈마디 한 부분을 뚝 떼어 내 만든 그리움의 악기-.

가슴속에 숨겨 둔 그리움 덩이가 한(恨)이 되어 엉켜 있다가

눈 녹듯 녹아서 실개천처럼 흐르고 있다.

눈물로 한을 씻어 내는 소리,

이제 어디든 막힘 없이 다가가 한마음이 되는 해후의 소리-.

한 번만이라도 마음껏 불러 보고 싶은 사람아.

마음에 맺혀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아.

고요로 흘러가거라. 그곳이 영원의 길목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아득한 소리,

영혼의 뼈마디가 악기가 되어 그 속에서 울려 나는 소리-.

영겁의 달빛이 물드는 노래이다.

솔밭을 건너오는 바람아.

눈보라와 비구름을 몰고 오다가 어느덧 꽃눈을 뜨게 하는 바람.

서러워 몸부림치며 실컷 울고 난 가슴같이

툭 트인 푸른 하늘에 솜털 구름을 태워가는 바람아.

풀벌레야. 이 밤은 온통 네 차지다.

눈물로도 맑은 보석들을 만들 줄 아는 풀벌레야.

네 소리 천지 가득 울려 은하수로 흘러가거라.

사무쳐 흐느끼는 네 음성은 점점 맑아져서 눈물 같구나.

그리움의 비단 폭 같구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님의 손길 같구나.

한순간의 소리가 아니다.

평생을 두고 골몰해 온 어떤 물음에 대한 깨달음,

득음(得音)의 꽃잎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으로 흘러가는 소리-.

이 땅의 고요와 부드러움을 한데 모아,

가슴에 사무침 한데 모아 달빛 속에 흘러 보내는 노래이다.

한 때의 시름과 설움은 뜬구름과 같지만,

마음에 쌓이면 한숨 소리도 무거워지는 법,

아무렴 어떻거나 달빛 속으로 삶의 가락 풀어 보고 싶구나.

그 가락 지천으로 풀어서 달이나 별이나 강물에나 가 닿고 싶어라.

가장 깊은 곳으로 가장 맑은 곳으로 가거라.

한 번 가면 오지 못할 세상,

우리들의 기막힌 인연,

속절없이 흐르는 물결로 바람으로 가거라.

가는 것은 그냥 간다지만 한 점의 사랑,

가슴에 맺힌 한만은 어떻게 할까.

달빛이 흔들리고 있다.

강물이 흔들리고 있다.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가장 적막하고 깊은 밤이 숨을 죽이고,

한 줄기 산다는 의미의 그리움이 흐르고 있다.



대금의 달인(達人) L씨의 대금 산조를 듣는다.

달빛 속으로 난 추억의 오솔길이 펼쳐진다.

한 점 바람이 되어 산책을 나서고 있다.

혼자 걷고 있지만 고요의 오솔길을 따라 추억의 한 복판으로 나가고 있다.

나무들은 저마다 명상에 빠져 움직이지 않지만 잠든 것은 아니다.

대금 산조는 마음의 산책이다.

그냥 자신의 마음을 대금에 실어 보내는 게 아니다.

산의 명상을 부르고 있다.

산의 몇만 년이 다가와 선율로 흐르고 있다.

몇만 년 흘러가는 강물을 불러 본다.

강물이 대금 소리를 타고 흘러온다.

대금 산조는 마음의 독백이요 대화이다.

산과 하늘과 땅의 마음과 교감하는 신비 체험-.

인생의 한순간이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 소리이며

인생의 한순간이 산이 되어 영원 속에 숨을 쉬는 소리이다.

대금 산조는 비단 손수건이다.

삶의 생채기와 시름을 어루만져 주는 손길이다.

대금 산조를 따라 마음의 산책을 나서면,

고요의 끝으로 나가 어느덧 영원의 길목에 나선다.

아득하기도 한 그 길이 고요 속에 평온하게 펼쳐져 있다.

달인이 부는 대금 산조엔 천 년 달빛이 흐르고 있다.





대금산조 / 정목일 님 수필
- 편집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