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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피아
제 목	슬픈 '바그다드 까페'

슬픈 '바그다드 카페' / 도월화

며칠 전에 비디오로 영화, '바그다드 카페'(1988, Bagdad Cafe 감독:percy adlon)를 보았다. 이 영화는 오래 전에 보고, 이번에 두 번째로 보게 되었다. '바그다드 카페'는 외딴 사막 어딘가로 뻗어있는 길가에 있다. 이곳에 주인공, 자스민이 손님으로 나타나 마술쇼를 하고부터 지겹고 황량하던 카페는 활기로 가득 차고, 사랑과 희망이 샘솟는 곳으로 매직!(magic) 같이 변모한다.

독일 관광객 자스민(Jasmin: 마리안느 제게브레이트 분)은 미국 여행 중 부부 싸움을 한다. 그녀는 라스베가스 근처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남편과 헤어지려고, 차에서 내려버린다. 자스민은 넓은 벌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무작정 걷다가, 손님도 별로 없고 커피 기계마저 고장 난, '바그다드 카페'라는 허름한 카페에 도착한다. 뚱뚱하고 볼품없는 여인, 자스민이 우연히 이곳에서 매직 쇼를 하고부터 갑자기 아름다워지고, 삶에 지친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마술에 걸릴 줄이야......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아마도 티그리스 강 연안에 위치한 바그다드의 기후가 사막이 가까워서 건조하다는 것과 지금의 이라크가 세계 4대 문명발상지, 메소포타미아라는 점 등의 이미지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싶다.

요사이 바그다드로 인해 지구촌이 슬픈 기류에 잠겨있다. 전쟁의 조짐이 보여도 설마 했는데, 정말 2003년 3월 20일 아침, 미. 영 연합군이 이라크 공습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잠시 후, 미 대통령이 개전을 선언하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나는 식사를 하다가 반사적으로 음식이 넘어가지를 않았다. 온몸이 굳어드는 것 같았다.

너무나 슬펐다. 슬프다는 말보다 더 격렬한 표현이 어울린다. 경악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다 같은 인간이고 생명이 아닌가. 천재지변이나 불시의 사고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서로 죽이고 죽다니. 지금이 어느 때인가. 춘추 전국 시대인가. 미 서부 개척시대인가. 21세기 초 문명 시기에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이 죽고, 부상당하고, 그런 참담한 사태를 지켜보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발발한지 벌써 열흘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군인 뿐 만이 아니라 많은 민간인 피해가 났고, 고아와 유가족이 속출했다. 조기에 끝난다는 빗나간 예상으로 한때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는데, 막다른 데 몰린 이라크의 자살 폭탄 투척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점점 더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뿐 만 아니라 보도에 의하면, 2001년 911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아무리 오래 가도 이길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들 전쟁놀이처럼 좋은 나라 나쁜 나라를 가르자는 것이 아니다. 이라크에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라고 하니,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어 저런 혹독한 참상을 겪어야하며, 미국에서도 참전한 젊은이들이 꼭 살아 돌아오라고 곳곳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 놓고 있다고 한다. 미영 연합군의 젊은 병사인들 전쟁터로 내몰리고 싶었을까. 판소리 '적벽가'에도 원하지 않은 전장에 나와 죽음을 맞는 군사들의 모습이 풍자적으로 그려지고 있지 않던가.

마치 악몽을 꿀 때 꿈속에서도 저건 꿈이야, 하고 마음먹어보듯이, 저건 영화야, 하고 싶은, 차마 볼 수 없는 영상들. 최첨단 무기로 어지럽게 쏘아대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뉴스 속보를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이 전쟁이 끝나며, 그 이후의 부작용이나 보복 테러는 또 어찌해야 하나, 생각해 볼 때 일단은 어느 쪽이라도 무조건 졌다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었다. 우선 국민들부터 살려놓고 봐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죽고 부상당하고, 많은 사람들이 영육 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마술처럼 전쟁이 일어나기 전 상태로 돌아가고, 지구상에 그런 불행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바그다드 카페' 영화를 오래 전에 첫 번째 보았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감동 속에 감상했는데, 이번에 다시 볼 때는 영화 보는 내내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 영화의 제목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작금의 이라크 사태가 계속 떠오른 것이다. 아랍어로 기술된 설화의 집대성이라고 일컫는 ‘아라비안나이트(千一夜話 Alf laylah wa laylah)'도 생각났다.

'아리비안 나이트'라고도 하는 '천일야화'는 바그다드가 주 무대이다. 인도와 중국까지 통치한 사산왕조의 샤푸리 야르 왕은 아내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여성을 증오하게 된다. 왕은 신부를 맞이할 때마다 결혼한 다음날 아침에 죽여 버린다. 그런데 나라의 한 대신에게 세헤라자데라는 어질고 지혜로운 딸이 있었다. 그녀는 자진해서 궁으로 들어가 왕에게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왕은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그녀를 죽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천 일 밤 동안 계속되고, 드디어 왕은 악한 생각을 버리고 세헤라자데와 아들 셋을 낳아 여생을 행복하게 보낸다.

'바그다드 카페'를 다시 본 그저께는 영화 보는 내내 슬픔이 가시지 않았다. 슬픈 '바그다드 카페' 라고나 할까. 전쟁으로 인해 불타는 바그다드가 뇌리를 떠나지 않아서 제대로 화면 속에 빠져들지 못했다. 바그다드 카페 영화 음악, 'Calling You'는 또 얼마나 애절하던지. '나는 너를 부르고 있다. 들리니......' 사랑을 부르는가, 평화를 부르는가.

아, '바그다드 카페' 영화에서처럼 매직! 하면 불가능한 것을 금방 이루어낼 수만 있다면, 마술로라도 모든 인간이 본연의 존귀함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는 지혜와 흥미로운 대화로 얼어붙은 왕의 마음을 녹여가며 목숨을 구하고 행복을 찾았다. 그것은 마술과 같은 사랑이 아닐까. 전쟁에서 평화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변화시킬 매직!은 과연 없단 말인가.

에세이아카데미	한 번 그 영화를 보고 싶네요. 천일야화는 한 얘기꾼이 왕에게 재미난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생명을 연장시키고 구제받는다는 내용이다. 듣는 자는 손에 땀을 쥐지만, 화자는 흥미가 곧 생명이므로 촛불처럼 위태롭게 고비를 넘어가야 한다. 흥미가 곧 생명임을 알게 된다. 천일야화엔 흥미와 대화가 있어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은 대화가 없이 전쟁이 일어났고 무수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글 잘 읽엇습니다. 소피아님!	2006/06/13

소피아	교수님, 감사합니다. 졸고 말미에 '세헤라자드는 지혜와 흥미로운 대화로 얼어붙은 왕의 마음을' 으로 고쳤습니다. 남겨주신 위의 교수님 지도평을 읽고 지혜와 아량으로 ☞ 지혜와 흥미로운 대화로... 그렇게요.. 목숨이 달렸는데 아량이라니 말도 안될 수도 있겠네요. 애초의 제 의도는 성숙한 인격의 세헤라자드가 미성숙한 왕에 대한 아량......이란 뜻이었는데, 너무 제 주관적인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세헤라자드가 왕의 횡포 앞에서 "마음 착한 내가 참아야지.." 할 때도 많았을거 같아서.. 후...)	200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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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종을 하나 달아두고 싶다. 
한 번 울리기만 하면 
고통과 슬픔도 사라지고 
마음 속으로부터 깊은 향기가 퍼져 나왔으면 좋겠다. 
듣기만 해도 낭낭하고 은근하여서 마음의 문이 열리고, 
신비음을 들을 수 있는 맑은 귀가 있었으면.... ' 
- 鄭木日 님 수필, '투명한 그리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