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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生) 긴 여운(餘韻)
김선화
이 세상에 생명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을 향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이야말로, 보지 않으려 해도 보아야하고 느끼지 않으려 해도 느껴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탄력 있던 여성의 얼굴이 푸석거리는 것만 보더라도 영원할 수 없는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내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중1짜리 큰아이가 수학시간에 계산해보았다며 제가 살아온 날의 수를 말한다. 나는 잠자코 아이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육상선수 '조이너'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활짝 웃는 얼굴로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손을 흔들던 건강한 여자 그리피스 조이너(Griffith Joyner 1959~1998). 그녀가 밤사이에 심장마비로 38세의 삶을 마감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88서울올림픽을 통해서였다. 주부선수이면서 육상3관왕에 오른 그녀의 건강미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의상에 화려한 화장을 한 것이라든가, 서글서글한 인상이 부럽기까지 했었다.
그녀는 은퇴 후 패션모델을 하기도 했다 한다. 이처럼 일찍 지려고 그토록 화려했던가, 그린피스 조이너. 누군가는 활짝 피었다가 화끈하게 지는 꽃이 아름답다 했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꼭 그렇게만 이야기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야말로 언제 떠올려도 싱그러움으로 다가오는 멋쟁이로 남는 사람이다.
아쉬움 속에 생을 마감한 사람이 그 뿐만은 아니다. 알찬 작품을 남기고 일찍 타계한 문인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봄봄」과「동백꽃」등의 작가 '김유정' 같은 분만 보더라도 만 29세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의 흔적을 찾아 춘천 근처의 유적지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에는 그의 생가 터를 알리는 말뚝 하나를 보면서 쓸쓸함을 안고 돌아섰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그 느낌이 달랐다. 그가 병고로 시달리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글 쓰는 일이었고,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도 그 곳을 찾게 한다는 인상이다.
1930년대, 빈곤으로 얼룩진 농촌의 생활상을 그는 해학과 풍자적인 기법으로 그려냈다. 지극히 향토적인「금 따는 콩밭」을 보면, 그 제목에서부터 위트로 반짝인다. 콩밭을 파면 금이 나온다는 친구의 꾐에 넘어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순박한 농민의 이야기가 매우 익살스럽다. 그는 문학에 대한 열정을, 그리고 인생을 한창 꽃 피울 나이에 후손도 없이 스러져갔다. 하지만 사후에까지 이어지는 명성으로 고혼(孤魂)의 외로움은 덜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의암호반에 세워진 '김유정 문인 비'가 약간 기우뚱한 것이 특색이었다. 그것은 아마 시원스레 써내려 간 그의 필치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글 중에는 약값을 벌기 위해 쓴 것도 일부 들어있다 한다. 하지만 병약했던 생전의 모습과는 달리, 물바람 소리에 귀를 여는 듯한 선생의 문인비가 생동감 넘치게 와 닿았다.
평균 수명을 살아도 길지 않을 이 삶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생이 다 한 훗날에야 판가름 나는 것이기에 우선은 '그 사람 살아가는 자세가 괜찮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이너스의 죽음에 대하여 스포츠인들이 애석해하는 것이나 작가 김유정의 문장이 문학인의 가슴에 길이 남아있는 것은, 모두가 '짧은 생 긴 여운'의 효과 때문이다. 나는 그 어구에 '짧은 문장 긴 여운'이란 문구를 끼워 넣고, 그 효과나 한 번 누려보았으면 한다. (199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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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 수필가
충남 신도안 출생. 『월간문학』수필 '흔적' 당선.
제1회 한하운문학상 수필부분 대상. (작품집-둥지 밖의 새)
제3회 대한문학상 시부문 본상 수상. (작품집-눈뜨고 꿈을 꾸다)
제4회 대표에세이문학상 수상. (작품집-소낙비)
제27회 한국수필상 수상 (작품집-포옹)
『월간문학』제108회 청소년소설 당선.
국제Pen클럽, 한국문인협회, 수필문우회, 한국수필가협회, 대표에세이 회원.
『한국수필』, 『선選 수필』 편집위원
<저서>
수필집:『둥지 밖의 새』(1999.1. 15. 출간)
『눈으로 보는 소리』, (2002. 경기문화재단 지원금 수혜)
『포옹』(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2007년 2/4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소낙비』(국내 최초 短수필 단행본)
『둥지 밖의 새』(개정판. 2008. 11.6.)
시집:『눈뜨고 꿈을 꾸다』(2005. 9.)
『꽃불』(2008. 11.11.)
e메일:morakjung@hanmail.net
http://www.eyesori.com/brown.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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