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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현(2005-08-17 08:00:03, Hit : 1563, Vote : 211
 달빛처럼

  
달빛처럼
최원현

‘달이다!’ 느닷없이 일행 중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머리 위로 하늘을 향하니 막이 열리고 무대로 등장하는 연극배우처럼 p호텔 뒤로 하얀 달이 스르르 미끄러져 나오고 있었다. 빌딩 숲을 날며 달은 여유로이 산책을 즐기려는 듯싶었다.

나는 지금 서울 도심 시청 앞 잔디광장에 앉아있다. 오랜만에 문우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차도 한 잔씩을 마셨다. 그리고는 헤어지려는데 문득 시청 앞 아직 잔디광장엘 가보지 못 한 것이 생각나 제안을 했다. 뜻밖에 하나같이 다들 가보지 못 했다고 한다.

잠깐만 걸으면 되는 거리이기에 우리는 바로 일어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바깥 날씨는 시원했다. 바람은 서늘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이내 우린 오랜만에 파란 잔디 위에 철퍼덕 앉아 평화의 시간을 맞는다. 흙과 이렇게 가까이 앉아 보는 게 얼마만인가. 흙의 냄새와 기(氣)가 깔고 앉은 잔디를 통해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이 오랜만에 온 몸에 상쾌함이 인다. 거기다 웬만큼은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도 뭐랄 사람이 없는 곳, 우리도 오랜만에 동심이 되어 옆 무리들에 질세라 마냥 큰 소리 내어 웃으며 맘껏 떠들어 본다.

그렇게 둥글게 앉아서 한창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던 중에 R선생이 달을 본 것이다. 앉은 자리가 숭례문 쪽을 바라보는 위치였는데 마침 빌딩 뒤에서 살그머니 달이 몸을 내밀었던 것이다. 그러자 형체를 알아볼 만큼 나오지 않았음에도 직감으로 그는 ‘달이다!’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달은 점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어느새 상당히 요염한(?) 자세로 빌딩 끝에 전신을 다 드러냈다. 보름달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멋스럽고 정겹고 운치롭다.

전등불로 밝혀진 도시이지만 자연한 달빛을 받게 되자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더 정겹고 아름다워 보인다. 사실 오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처럼 달은 저렇게 나와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달은 한 번도 자기가 거기 있다고 소리치지 않았다. 보아달라고, 보아주지 않는다고 투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누가 보아주는 이가 있건 없건 그저 묵묵히 떴다 지기를 되풀이하던 순둥이다.

그는 그렇게 부시지 않게 은은한 빛을 뿌리며 사람들의 가슴에 그만 그만한 사랑을 심어주고 있었다. 같은 달빛을 받으면서도 사람들의 가슴엔 각기 다른 추억, 다른 생각들이 일고 남게 했다. 풀과 나무, 아주 작은 살아있는 생명체 하나하나에게 까지도 살아있음의 의미를 자란자란 일깨워 주곤 했다.

그런 달빛이어서일까. 달빛을 받고 있으면 아주 미세한 그물망에 갇힌 것 같은 편안한 무력감이 든다. 모든 세상 것들로부터 은연중 격리되어 나만의 세계에만 있게 되는 것 같다.

좀더 나다워지라는 충고를 받는다. 욕심도 버려라. 사노라 너무 요란 떨지 마라. 달빛은 오랜만에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우리를 말없는 미소로 내려다보며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누가 달빛에서 부요함을, 크고 강함을 느끼던가, 서글퍼 보일만큼 가난한, 그러면서도 결코 초라하지 않는, 아낌없이 나누고 배품의 상징 달빛이 아닌가. 달빛은 늘 조용하고 포근하고 넓고 넉넉하게 내린다. 무엇이든 이해하는 자세요, 덮어주는 힘이다. 달빛처럼 사람도 은은하게 이해하며 살아갈 순 없을까. 오늘 나는 서러움처럼 고요히 내리는 달빛 아래서 뭔지도 모르게 몹시 부끄러워진다.



■ 최원현 수필가.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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