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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희(2005-08-16 20:54:06, Hit : 1645, Vote : 202
 마당놀이


마당놀이 - 심은희  


    고사(告祀) 상에 올려진 돼지머리가 인심 좋게 웃고 있다.

“이 상에 예를 올리면 올 한 해 운수대통이요!” 꼭두쇠의 외침에 지폐를 꺼내들고 관객들이 줄을 선다. 대부분이 수더분한 옷차림의 서민들 모습이다. 불황을 떨쳐내고픈 새 소망의 줄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다. 마당놀이 ‘이춘풍전’은 이렇게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며 시작되었다.  이춘풍(李春風)! 그 이름에 걸맞게 봄바람처럼 허랑방탕한 삶을 살다가 결국 그 봄바람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가를 보여준 풍류남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방탕한 생활 끝에 곤경에 빠진 남편을 구해내는 부인 김씨의 지혜와 배포는 통쾌한 반전이었다.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것을 마당놀이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흥겹게 풀어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올해로 23주년을 맞는 마당놀이가 한국 전통 뮤지컬로써 떳떳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그 매력을 헤아려본다.

  마당놀이에는 서민적 정서가 깃들어 있다. 마당이라는 공간의 편안함이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관객들의 옷차림이나 앉음새도 편안하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오막하게 내려앉은 마당이 아늑하다. 그 마당에 둘러앉은 관객들은 여차하면 공연에 맛을 더해주는 들러리가 되기도 한다. 갑작스레 관객에게 다가가 엎어지기도 하고 말똥거리며 눈을 마주치기도 하는, 무대와 객석의 선을 허무는 해프닝은 마당놀이가 갖는 만만함이다. 그러는 사이 이 춘풍은 옆집 바람난 아저씨로, 부인 김씨는 현숙하지만 가끔 강짜도 부리는 이웃 아줌마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쉽게 풀어낸, 우리 삶에 있음직한 이야기에 흠씬 젖어 들다보면 일상의 고달픔을 잠시나마 물릴 수가 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카타르시스, 그 통쾌함 때문에 사람들은 마당놀이를 찾는다. 답답한 현실의 체증을 자지러질 듯 울려 퍼지는 꽹과리 소리에 날려 보내기도 한다. 세상사 폭폭한 사연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 보다. 호조에서 빚을 낸 공적 자금을 평양 기생 추월이의 넓고 깊은 치마폭에다 몽땅 쏟아 넣은 이 춘풍의 모습은, 요즘 매스컴을 어지럽히고 있는 어느 국회의원이 벌인 카지노 행각과 흡사하다. 이 춘풍이 재물을 다 털리고 결국 추월이의 종이 되어 구박천대 당하는 꼴이 극에 달할 때, 관객들은 호쾌한 박수를 보낸다. 동정의 여지가 없다. 불로소득으로 얻은 돈을 가지고 억억대며 퍼질러 노는 졸부들의 돈 잔치에 오금을 박는 장면이다. 또한 부인 김씨가 남장비장이 되어 평양에 도임(到任)해 남편을 구하는 과정에서 골탕 먹이는 반전이 전개 된다. 곤장을 맞으며 웩웩거리는 이 춘풍의 곤욕스러움을 보며, 남편에게 포한(抱恨)진 아내들의 가슴이 조금은 해갈 되었을 것이다. 이런 대리만족을 통해 사람들은 차가운 냉수 한 사발을 들이키는 시원함을 맛본다.

  고전극 한 마당에는 풍자와 해학으로 한 번 걸러진 시사(時事)풀이가 관객들을 매료 시킨다. 고전 원문(原文)에는 없는 현시 유행어들을 슬쩍슬쩍 끼워 넣는 기발함에 관객들은 무릎을 내리친다. ‘이리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재신임을 받자고요.’ 등의 정치적 유행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장면에서 객석은 왁자한 웃음바다가 된다. ‘본인의 재산은 요것뿐이올시다.’라는 전직 대통령이 밝힌 재산 공개의 터무니없음을 희화한 대목에서는 탕탕 내리치는 빨래 방망이의 후련함을 만끽한다. 극의 흐름 상 필요하면 고난도의 테크노 댄스와 숨이 멎을 것만 같은 랩송도 과감히 연출한다. 지극히 현대적 감각의 문화가 고전극으로 파고들어 어우러질 때 그 해학적 익살이 또한 일품이다. 풍자와 해학은 가슴 속에서 웅얼거리던 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제 소리를 내게 한다.

  마당놀이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인의 피를 타고 흐르는 가락과 맥박을 뛰게 하는 장단에 있다. 그리고 그 가락과 장단에 실린 연기자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는 예술적 완성을 보여준다. 마당놀이는 길놀이로 시작된다. 귓전을 울리는 나발소리 낭랑하고 상모가 돌아감에 마당 가득 둥근 원이 뱅글뱅글 춤을 춘다. 손놀림도 현란한 소고 장단에, 관객들도 흥에 겨워 어깨춤이 들썩인다. 그렇게 시작된 흥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가락과 장단이 변화하며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 춘풍을 호리는 기생들의 작태를 보자. 덩기덕거리는 굿거리장단에, 요염하게 돌아가는 허리 위로 어깨춤이 간드러진다. 그 많던 재물을 주색잡기로 탕진한 이 춘풍이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대목에서는 덩덕쿵 휘몰아치는 자진모리장단이 긴박함을 더해준다. 평양으로 장사길 떠난 남편을 위해 정화수 떠 놓고 기도하는 부인 김씨의 정성에는 애절하게 흐르는 대금 산조가 끊어질 듯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씨 부인의 통쾌한 반전에 둥둥대던 북소리도 잦아들고, 마당놀이는 관객들과 함께 남은 흥을 풀어내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 바탕 마당놀이에 어울리다 보면 우리는 속에서 꿈틀거리는 춤꾼과 소리꾼의 기질을 감지하게 된다.

  예로부터 우리는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었다. 이런 우리의 정서에 딱 맞아 떨어지는 문화의 장(場)이 마당놀이이다. 한동안 서양 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우리 고유의 것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것을 되살리는 작업이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천만다행한 일이다. 마당놀이도 그러한 작업의 한 성과라 하겠다. 이번 이춘풍전은 관객들의 성원에 연장공연을 하게 되었다. 장기 공연으로 춘풍 역을 맡은 연기자는 공연 전 까지 링거를 맞을 정도로 기진맥진해 있다가, 공연이 시작되기만 하면 신들린 듯 펄펄 살아난다고 했다. 그런 피를 토하는 열정과 노력으로, 우리 문화 지킴이가 되어 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그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2003,1>









달빛처럼
냉수 한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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