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정목일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사년이 된다. 어머니가 계셨을 적에는 바깥에 나가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안 계시자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예전엔 사찰에 갈 적에 대웅전에 들러 부처에게 절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경배 드리며 이렇게 안부를 묻곤 한다.
‘어머니 잘 지내시는지요?’
어머니가 경배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나도 그렇게 해보며 어머니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평소에 좋아하시던 나팔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안부를 전한다.
‘어머니, 잘 지내시는지요?’
앉아 계시던 의자에 다가가서 여쭤본다.
‘어머니, 잘 계시는지요?’
가을 청명 속으로 단풍이 지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 잘 계십니까?’ 라고 물으면, 하얀 억새 잎들이 흔들리며 ‘그래, 잘 있단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꽃들이 어릴 적 내 눈물을 닦아주시던 무명 손수건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적에 나는 17세의 소년, 어머니는 47세였다. 나는 밑으로 동생 셋을 거느린 장남이었건만 어머니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머니도 어린 자식을 부양하기가 어려운 처지였다. 갑자기 가세가 기울고 생계가 막막해졌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고, 어머니는 사회생활의 경험조차 없는 분이었다.
세월은 흘러 소년 가장은 회갑 년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게 자식의 마음이 아닐까. 어머니는 곁에 계시지 않으나 마음만은 항상 곁에 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볼 적에도, 막막한 심경이 되었을 적에도, 혼자 여행을 떠날 때에도 불쑥 어머니가 그리워 말하곤 한다.
‘어머니, 잘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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