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자작 수필을 올려주세요~
-로그인이 안될 때는
☞수필넷다음카페별관 수필의 뜰에 올려주시면 적절히 게시물이동을 하겠습니다.
2009. 7. 23, 저작권 강화로 인해, 작가가 직접 등록하거나 등록을 부탇받은 글만 게시합니다. 감사합니다.
(☞메인)-
|
|
삶의 의미(3)
白蓮 원화윤
소변을 보고 일어서며 변기에 물을 내리려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맑은 물에 선홍색 핏방울이 두어 방울 꽃잎처럼 동동 떠 있다. 덜컥 겁이 났다. 휴지로 확인하니 항문에서 떨어진 흔적이었다. 대변 시도 아닌데 핏방울 원인이 의아했다. 씁쓸한 기분은 장마철 하늘빛이다. 이튼 날에도 소변 시 변기에 놀라움은 전날 같았다. 예감이 무겁다. 다급한 마음은 동네 병원으로 단걸음에 달려갔다.
담당의 문진은 항문 속 핏줄이 터진 것 같다고 했다. 내시경검진에 대해 물으니 여러 번의 수술전적에 내시경검진은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권했다. 문진을 마치고 담당의 처방대로 조영 검진 날짜를 예약했다. 촬영실 접수구에서 검진절차인 금식에 대한 설명서와 장 속 비울 약물을 받아든 마음은 돌처럼 무겁다.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에 별일 없을 거라 믿으면서도 두 번의 대수술전적에 걱정이 칠흑빛이다.
검진 예약 날 이른 아침, 장내를 씻어 내릴 약물복용 시간을 맞추느라 뻑뻑한 눈으로 버거운 아침을 맞았다. 검진 시 수치심을 생각하는 가슴은 벌써부터 뛴다. 다잡은 작심으로 어금니를 악물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공복인 몸에 천근인 발걸음은 지척인 병원 길이 멀기도 멀다. 긴장감 속에 다가오는 예약시간의 시계초침소리가 유리파편이다. 만감의 교차는 늦가을 들판이다. 호명 후 검사실로 안내되었다.
그 시절 어머니들의 속 고쟁이처럼 바지뒷부분에 문이 달린 환의로 갈아입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검진 대에 올라가 벽을 보고 누웠다. 항문 조영 제 삽입에 시간이 걸리자 급기야는 응급실담당의를 불러 겨우 해결했다. 옆으로 똑바로 엎드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치욕스러운 어둠이 약 오십여 분이 지났다. 십 수 년 병시중 속 두 번의 대수술경험으로 검진담당이 인턴임을 알 수 있었다. 검진 내 내 몸도 마음도 소태맛이다.
삶의 길을 편안토록 생의 끈을 이어가는 검진이라도 치부를 들어내는 것은 부끄러운 고역이다. 낯 뜨거운 곤욕이다. 그 어둠에서 깨어나 중죄인처럼 눈을 내리깔고 화장실로 가 변기에 앉았다. 어항 속 끓는 수포소리 같이 장 속을 훑던 항문에 주입한 약물을 복식호흡으로 토해내야 했다. 한참을 불룩해진 배에 바람을 잔재 없이 빼내야했다. 온 몸이 흔들리도록 방귀를 뀌듯 힘을 주어 뽑아낸 뒤 다시 몇 컷 마무리 촬영을 했다.
약 오십 여분의 대낮 악몽, 조영 검진은 그렇듯 껄끄럽게 끝났다. 잿빛 만감이 교차했다. 며칠 후 검진결과에 초조한 마음은 단잠을 헤집어대는 꿈자리만 뒤숭숭했다. 대수술전적은 매년 유쾌하지 못한 연례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연례행사인 검진결과에 이상 유무는 없었다. 겁이 많으면서도 정신력이 강한 성격이다. 내 몸에 맞춤인 내 문화에 맞춤인 운동을 이 세월까지 규칙적으로 생활화하고 있다.
그 당시 집도한 의사가 권유하는 운동요법과 습관적인 운동요법을 참조하는 삶이다. 그 운동은 십 수 년 몸에 배인 나름의 건강약이다. 나는 가여운 내 몸을 사랑한다. 삼시 세끼 식사 챙기듯 잊지 않는 행위, 존재를 의식케 하는 건강 선인 운동, 그 노하우로 두 번의 대수술후유증은 거의 없는 일상이니 뒤를 돌아보는 삶이다. 뒤숭숭하던 꿈자리에 단잠 설치던 이번 조영 검진결과도 이상 없단다. 매사 고개 숙임의 삶이다.
무거웠던 걱정에서일까. 견딜만하던 허리통증이 막무가내로 욱신욱신 시위를 한다. 쪼그리고 앉은 일이면 기다렸다는 듯 성깔을 내새운다. 잠시 쉬어가는 생의 길, 비포장도로가 아닌 아스팔트도로로 달릴 수는 없을까. 봄 뜰 색채로 매사 걱정 없는 삶일 수는 없을까. 매년 봄이면 지난해 봄에 예약한 예약 날짜에 병상기록지가 두꺼운 고려대학병원으로 달려간다. 내원 해 수술전적 과에서 절차에 따라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2011. 11. 1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