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공사 중이다
홍미숙
봄은 자연이 공사를 시작 하는 계절이다. 자연은 아름다운 산과 들을 만들기 위하여 봄이 열리자마자 쉴 새 없이 공사를 한다. 마른 땅에서 새싹을 돋게 하고, 마른 나뭇가지에서 꽃을 피게 하고, 잎이 돋게 하는 공사를 대대적으로 펼친다.
자연은 해마다 봄이 오면 공사를 시작하여 해가 바뀌기 전에 마무리 한다. 봄이 자연의 기초공사를 맡는 셈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무엇이든 좋은 결실을 맛볼 수 있다. 기초공사가 그만큼 중요하다. 봄이 기초공사를 마치면 여름이 중간 공정을 맡고, 가을이 완공을 하여 준공 검사까지 책임진다. 그리고 겨울은 새로운 공사를 위하여 계획을 세운다.
자연은 공사 중이어도 시끄럽지 않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다. 소리 없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간다. 자연은 다른 것들과 달리 완공 되지 않았을 때의 모습도 아름답다. 수시로 안전점검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자연의 모습이 부럽다.
봄이 되니 자연뿐 아니라, 공사에 들어간 건축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실 공사를 하지 않는 거리가 드물 정도로 지상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까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어느새 나도 공사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래도 공사를 하고 있는 거리를 지날 때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시뿐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곳곳에서 공사 중이다.
인생도 공사 중인 것은 마찬가지다. 완공이 어려워서 그렇지 어머니 뱃속을 나온 후부터 나를 만들어가는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어쩌면 어머니뱃속에 터를 잡기 전부터 공사는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좋은 책을 읽고, 좋은 말은 새겨들으며, 좋은 생각을 가지고 나의 탄생을 위해 노력하셨을 테니까.
내가 자주 다니는 길 가에 건물은 생각보다 일찍 완공되었다. 축하 화분이 즐비하고, “공사 중으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써 놓았던 표지판도 사라졌다. 완공으로 인하여 주변 환경마저 깨끗해졌다. 내가 건축한 것도 아닌데 기뻤다. 그런데 내 모습이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는 언제 공사를 끝내 사람다운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포기하려 하고, 욕심을 부려 공사 기간을 앞당기려하고, 증축을 시도하다가 부도 위기까지 만들려 하고 있으니 문제다. 게다가 나를 아직 만들지도 못했는데 보수할 때가 여기저기 생겨나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완공을 못했으니 당연 리모델링은 생각조차 할 수도 없다.
건축물이나 사람이나 공사 기간이 충분해야한다. 그 기간을 무리하게 앞당겨서는 안 된다. 공사비용도 줄이려고만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는 건축물이 우르르 무너져 그 동안의 수고가 헛고생이 되고 만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 때가 있게 마련이다.
건축물은 골조가 튼튼해야하고 사람은 안이 차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실을 튼튼히 하는데 힘써야한다. 나는 내 속이 비어있음을 안다. 그래서 요즘 내부공사에 치중하고 있다.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나를 공사하느라 애를 쓰고는 있다. 그러나 걱정은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나를 완공시키려면 장기 시공을 해야 하는데 세월이 기다려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두르지는 않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공사를 해 나갈 것이다. 솔직히 나에 대한 공사를 끝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욕심이다.
내가 걱정이 되는 것은, 나의 부실공사로 인하여 나를 아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봐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공사 중으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쓴 표지판을 내 몸에 걸치고 다닐 수도 없고,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하지만 기다린 끝에 더 기다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다시 찾아온 봄과 함께 나를 어느 정도라도 만들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 sysop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2-26 0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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