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정영숙
가을은 창문을 열고 무작정 떠나야 보인다. 만약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외로운 바람만 문 틈새로 들어와 가슴을 시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가을이 오면 목적지 없이 시외버스를 잘 탄다. 이런 감정이 어찌 나뿐이랴!
2007년10월15일 아침. 우리 사랑샘 가족들은 가을 여행을 하기 위하여 두 대의 승합차에 탔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창밖에 쌩쌩 지나가는 들의 곡식과 과일들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을 느꼈다. 강성기목사님이 운전하는 한대의 차에는 알콜로 인하여 인생이 곤두박질 친 형제들이 타고 있고, 이진용군이 운전하는 차 안에는 공동체 직원들과 가정폭력을 당하고 가출한 자매들과 아이들이 타고 있다. 이런 상처받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마련한 1박2일간의 여행이다.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이들에게는 큰 추억이 될 것이다.
예정시간보다 30분 빨리 목적지인< 통영청소년수련관>에 도착했다. 우리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할 동안 직원들은 기거 할 방을 점검 하려갔다. 모두들 주위 환경과 건물을 바라보며 만족했다. 새 건물이다. 비수기라서 그런지 직원들과 우리일행 뿐인 것 같다. 모두들 구겨진 날개를 펴는 냥 손을 벌리며 운동을 하다가, 현수막에 써 있는 ‘ 찜통 같은 여름 날, 이순신 장군님도 해수욕을 하셨나요? ’라는 재미있는 글을 읽고 웃었다. 나는 그 내용이 너무 우서광스러워 젊은 여성을 보고 “ 이순신 장군도 해수욕을 했을까요” 라고 질문을 하니 그 자매“ 아마 이순신장군은 칼 차고 갑옷 입고 수영 했을거에요” 라고 답했다. 나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직원들이 내려와 우리가 있을 방을 안내했다. 3층이다. 방이 꽤 넓다. 가방을 넣어놓고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늘진 장소를 찾아서 앉았다. 푸짐히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 준 <경상남도>에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오후 시간 프로그램 주제는 <행복한 가정을 위한 아버지의 역할 >이다. 강사는 행복공화국 대통령이신 서대반 소장님이시다. 행복 공화국? 아마 이 나라를 잘 아는 사람은 우리 공동체와 그분의 특강을 들은 사람들뿐일 것이다. 잠시 설명을 한다. 이 공화국은 요즘 뜨고 있는 웃음치료학 내용을 강의하고 다니는, 서대반 소장님이 건국한 나라다. 이 나라는 아무 조건 없이 누구든지 대통령의 강의를 듣고 활짝 웃고 노래 부르며 행복을 느끼면 된다. 나는 행복공화국의 문화공보부 장관이다. 이 나라의 장관은 누구든지 원하면 할 수있다. 절대로 권력을 납용하거나 부정은 없다. 단 웃음은 부정으로 살 수 있고 절대 권력으로 타인을 행복하도록 웃길수는 있다.
통영투어 시간이다. 목사님은 우리 일행을 태워 근처 바닷가를 한 바퀴 돈 후 저녁식사를 하자고 했다. 이집저집 맛있는 식당을 찾아 헤매다 통영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어느 식당에서 전어 회를 먹었다. 그리고 난 후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을 올라갔다. 무엇을 보려 왔는지도 모르고 소극장 입구에 내린 우리들은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받아 들고서야 수준 높은 ‘모노드라마’를 감상하려 온 줄 알았다. 제목은 <아! 새날이여!>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3주년 기념 및 탈 성매매여성 자활 지원을 위한 모노드라마다. 극단 ‘객석과 무대’ 소속배우 김정은양이 호소력 있게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돈의 노예가 되어 여성을 성매매 하는 악인들의 삶에 분노를 느꼈다. 결코 그들은 죄의 값을 받을 것이다. 비록 당대가 아니면 그 자손 대라도 받을 것이다. 탈출하라! 탈출하라! 불쌍한 성의 제물들이여. 당신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탈출하면 분명히 새날이 오리라!
몇 곳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각자 흩어져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어떤 자매님과 약 2시간을 상담을 했다. 피곤하여 이야기 하다가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다음날 아침 산책을 하고 그곳에서 만들어 주는 식사를 했다. 또 서대반 소장님의 강의<부모 역할>을 들었다. 느낌시간에 각자 솔직한 간증을 했다. 어제 밤늦게까지 상담한 자매님은 강의를 듣고 울면서 심정을 고백했다. 이런 강의는 우리가 때늦게 듣는 셈이다. 이 후로는 결혼 적년 기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필히 알고 결혼 하도록 교육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오후 2시에 다시 어제 갔던 문화회관으로 가서 살풀이 춤, 태극무예, 가수들의 노래를 흥겹게 들었다. 특히 우리 공동체 황영일 훈련원장님의 태극무예는 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 외 6.3동지회 통영시고성군 지회의 결성대회에 참석하고 다른 곳으로 차를 돌렸다.
통영옻칠미술관에 닿았다. 넓은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인다. 전여 보지 못했던 코스모스 무리들이 우리의 시선을 당긴다. 미술관을 들어서자 나전 칠 냄새가 난다. 400년 전통을 이어온 신비의 작품 한점한점 감상을 했다. 자기로 만들은 작품들을 보고 아주 예전에 내가 소장했던 자개농이 생각났다. 이런 보물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멀어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 역사의 수례바퀴는 돈다. 나는 빛나고 고귀한 그 때 그 시절의 예술품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랬다.
10월의 여행은 끝났다. 11월 첫날이다. 우리 공동체 가족들은 두 번째의 가을 여행을 떠났다. 마산시가 주최하는 국화축제의 섬을 향해 배를 탔다. 수 십 마리의 괭이 갈매기들이 우리 배를 호위하며 돝섬까지 따라간다. 섬은 온통 노란국화로 빛나는 나라를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색의 국화들은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 저 마을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는 마치 프랑스 고급향수를 맡음같이 상긋하다.
나는 4년째 국화축제에 참석을 했지만 처음 온 형제자매들은 사진 촬영을 하며 아-좋아-아 - 아름다워-!라는 감탄을 계속했다. 현수막에 써 있는 십사오수의 시들을 한수한수 읽어가며 오색찬란한 국화섬을 구경했다. 오후 1시에 프린지 공연이 있다는 프로그램을 보고 공연장소로 갔더니 무슨 사정인지 공연단이 펑크를 내어서 그 곳에 참석한 시골 아주머니와 장애인 몇이 무대에 올라가 더 신명나는 제멋대로 춤을 추었다. 주최 측의 실수로 우린 더 생생한 공연을 보고 난 후, 갈매기들의 전송을 받으며 마산 항을 향해 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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