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만 참을 수 있다면 -변해명-
눈물만 참을 수 있다면 눈물만 참을 수 있다면 소박한 목소리로 주님과 말씀을 나눌 수 있으련만 기도는 거룩한 대화 하늘에 이르는 길 눈물만 참을 수 있다면 눈물만 참을 수 있다면 울음만 참을 수 있다면 울음만 참을 수 있다면 작은 가슴으로라도 품을 그분의 목소리 들을 수 있으련만 기도는 거룩한 대화 하늘에 이르는 길 울음만 참을 수 있다면 울음만 참을 수 있다면 유경환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가족이 구술로 받아 쓴 유고 시다. 그 시가 액자에 담겨 선생님 영정 옆에서 선생님의 마지막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다. 떠나야 하는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마음이 아픈 이별의 시다. 사랑하는 사람들, 평생을 바쳐 써온 아동문학, 시, 수필 등 아직도 쓰고 싶은 글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모두 접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야속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눈물을 참고, 울음을 참고 떠나야 하는데 눈물을, 울음을 참을 수 없는 아픔을 시에 담아 마지막 떠나는 인사에 대신한 것이다. 향년 71세. 아직도 활동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무엇이 그리 바빠 총총히 떠나셔야 했을까?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내가 병문안을 갔을 때 침대 옆에는 잡지사로 가는 원고 몇 편이 봉투에 담겨 놓여 있었다. 그 원고들은 반년 넘게 병원에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병상에서 쓰신 작품들로, 그렇게 쓰신 작품이 80여 편이 넘는다고 했다.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병상생활을 도리어 작품쓰기에 몰두하는 시기로 활용하신, 고통조차 꿈꿀 수 있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그분의 치열한 문학정신에 옷깃이 여며졌다. 그런 문인이 얼마나 될까?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하셨고, 가슴에서 내려놓지 않으셨기에 투명한 영혼으로 더 밝게 세상을 보고 노래하신 그의 고뇌를 그날 나는 보게 되었다. 그런 모습이 측은하기보다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말씀이 곧 시요, 문학이요, 영혼의 울림이었던 것을. 그래서도 나는 불안하거나 두렵거나 염려스럽지 않았었다. 정신이 그토록 건강하시니 곧 병상에서 털고 일어나 모임에서 만나게 되리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기에. 나무가 나무에게 길 묻는다 나무 오랜 나무에 묻는다 오랜 나무 하늘에 묻는다 나무가 묻는 길 하늘에 닿는다 -낙산사 가는 길1- 그는 한 그루 나무로 서서 끊임없이 길을 물었고, 그 물음이 하늘에 닿아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끊임없는 물음으로 이어지는 우리 삶의 자세다. 그런 물음으로 채워진 시집 ‘낙산사 가는 길’로 정지용 문학상을 받으실 때, 한국에 시인되심을 진정 기뻐하셨다. 나무처럼 늘 푸른 꿈으로 팔 벌려 하늘 우러르며 하늘과 이야기하기를 끝이지 않고 당신의 꿈이 하늘에 닿아 있기를 그는 살아서도 염원했던 것일까? 영정 속의 모습은 여전히 소년다운 동안이다. 평소처럼 미소를 머금고 나를 보고 있다. ‘눈물을 참을 수만 있다면’ 그 시 곁에는 수필집 ‘나무호미’와 ‘시간의 쉼터’ 그리고 주간으로 잡지를 만드시던 ‘열린 아동문학’과 ‘목숨 그 아름다움’이라고 쓴 작은 매화도 한 폭이 꽃으로 장식되어 놓여 있었다. 어린이의 눈과 시심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보시던, 그러면서도 언제나 불의에 저항하며 치열하게 정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도 남달랐던 분, 유난히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홀로 산책을 즐기시고, 고향을 그리워하던 분. 나는 영정 속의 그분과 작별을 고한다.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 너머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 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나는 눈물 글썽이며 그분의 노래 ‘산노을’을 부른다. 1972년 그가 경복 고등학교 시절 은사이시던 박판길 교수가 제자인 유경환 시에 곡을 붙인 산노을이다. 그 노래는 시인의 외로움과 우수적인 선율이 잘 어울리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곡이다. 다가갈 수 없는 고향, 먼 산을 향해 손짓하면 누군가 당신을 부르고 있을 것 같은 그리움, 노을 속에 메아리만 돌아오는 아픔을 시인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래서 그 분은 고향 황해도가 건너다보이는 강화 앞바다에 자신의 넋을 띄워 고향을 향해 돌아갈 수 있기를 소원했다. 내가 수필문우회 창단 멤버로 함께 동인으로 만난 것은 1981년 가을이었다. 수필문우회 첫 합평모임을 동학사에서 가졌는데, 그때 일정은 1박 2일이었다. 전날 떠나신 분들과 직장관계로 당일로 다녀와야 하는 회원이 있었는데 나는 직장 관계로 당일로 다녀와야 했기에 새벽에 모이는 장소로 나갔다. 그때 유 선생님도 나오셨는데 그날 아침 처음으로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 ‘학원’ 애독자로 선생님의 열렬한 펜이었어요” 유 선생님은 중학교 시절 이미 학원에 시를 실어 학원문학상을 받은 시인이아니던가. 수줍어 말을 더듬던 나를 환한 미소로 반기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의 시를 너무 좋아하고 한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어 했는데 그분과 같은 동인으로 한 자리에 있게 되다니 꿈만 같았다. 수필문우회가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다. 그렇게 28년. ‘계간수필’ 편집위원을 같이 하면서 나는 선생님을 더 가까이서 자주 만날 수 있었고, 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는 친절을 잊지 않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내가 어효선 선생님을 서울에서 모시고 일산 윤모촌 선생님 댁에 몇 번 간 일이 있었다. 아동문학가 어효선 선생님과 수필가 윤모촌 선생님은 아주 가까운 사이로 서로 뵙고 싶어 하시어 내가 중간역할을 한 것인데, 일산에 살고 계신 유경환 선생님도 언제나 그 자리에 참석하셨다. 유경환 선생님도 어 선생님을 각별히 모시는 선생님으로, 어느 날은 유 선생님 댁에서 초대하여 후한 대접을 받을 때도 있었다. 술을 좋아하시는 어 선생님이 취기가 돌면 우리는 먹을 갈고 그림물감을 내어놓고 그림을 그려주실 것을 청하곤 했다. 그때 유 선생님이 내게 귓속말로, “어 선생님 그림 좋아요. 돌아가시기 전에 한 점 청해서 받아두세요.” 했고, 나는 그림 한 점을 받으려고 곁에서 약주를 올리곤 했다. 어느 해 정초 유 선생님도 내게 시가 있는 매화도 한 폭을 직접 그려 주셨다. 어선생님이 문방사우를 그릴 때 둘러 앉아 열심히 들여다보며 즐거운 말씀을 나누시던 세 분이 불과 몇 년 사이 모두 고인이 되어 기억만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유 선생님은 어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 비보를 서울에 나와 일 보시는 중간에 듣고, 검은 넥타이를 사서 하시고 3일간 집에도 가지 않으시고 빈소를 지키셨다고 들었다. 은사 박두진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분 빈소를 지키다 쓰러져 심장수술까지 받은 분으로 웃어른에 대한 각별함과 남다른 정을 지니신 가슴이 따뜻한 분이시기도 했다. 어느 해 가을, 부천 원미동 자택으로 수필문우회 회원을 초대한 일이 있었다. 큰 성모상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고기를 구우며 노을 속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도 있었다. 그의 수필 속에는 그 일대를 산책하며 쓰신 글이 너무도 많은데, 그곳의 환경이 실향의 아픔을 달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임을 알았다. 선생님은 어느 잡지건 당신의 원고는 당신이 직접 교정을 보셨다. 계간수필 교정을 볼 때에도 중요한 원고는 당신이 교정을 보아야 마음을 놓으셨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오래 하신 분으로, 글을 빨리 쓰시고, 빨리 보시고 정확하게 보시는 능력이 남달랐다. 그러시면서도 당신의 작품을 고르실 때는 독자의 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어느 출판사에서 수필선집을 내는데 그 원고를 내게 골라달라고 하셨다. 자신의 눈으로보다 독자의 눈으로 고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면서 굳이 그렇게 해 주시기를 바라셨다. 당신 작품은 당신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것이기를 바라시던 분이다. 그분의 영정을 대하니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떠오른다. 새벽미사에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다시던 분, 그의 영결미사는 그가 작사한 성가 다섯 곡이 불려지는 가운데 이승을 하직했다. 제비꽃이 핀 언덕에 햇볕 따스이 모일 때 제비꽃 맑은 이슬에 어머니 눈빛이 맴도네 제비꽃 크지 않은 무덤 비켜간 세월도 누워 하늘도 바치는 제비꽃 하늘이 언덕에 내리네 제비꽃이 핀 언덕에 햇볕 따스이 모일 때 제비꽃 맑은 이슬에 어머니 눈빛이 맴도네 그분의 뒷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2007. 7. 유경환 선생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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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명 수필가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 국무학을 공부.
중등학교 교사, 교감을 거처 교장역임 근조홍조훈장받음.
대한교원총연합회 부회장,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2기-18기) 역임.
Ⅱ. 문단활동
1975년 韓國文學(김동리선생 추천) 수필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옴.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 PEN클럽 한국본부 회원. 수필문우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감사. 계간수필 편집위원
부평문학회 회장
작품집
1976년 첫 수필집 {먼 지평에…} 출간(유림사). 2쇄 인쇄.
1978년 두 번째 수필집 {외로운 영혼에 불을 밝히고} 출간(한마음사). 3쇄 인쇄.
1988년 세 번째 수필집 {그리운 곳의 빈 자리} 출간(미리내).
1990년 네 번째 수필집 {정바라기} 출간(한마음사).
1996년 다섯번째 수필집 {다가오는 목소리} 출간(시대문학).
2000년 수필선 [그림자 춤] 출간(선우미디어).
2003년 여섯 번째 수필집 [숨겨진 시간의 지도]를 출간(선우미디어).
2004. 기행수필집 <길없는 길을 따라> 진원출판사 - 우수도서선정
2006. 4인수필집 <시간의 대장장이> 선우미디어 출간
문학상
1989년 3월 수필문학진흥회 주관 현대수필문학상 받음
1996년 2월 한국수필가협회 제정 제14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
기타
논문 [정지용시연구] 정지용 시에 나타난 물의 이미지
<김기림의 수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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