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책 오너 드라이브 엣세이-8
책과 만나자
작가 김 우 영
차를 타고 단풍길 가을 길을 나섰다. 오늘따라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간다. 지루하고 따분하다. 모처럼 약속한 K 작가의 얼굴이 떠 오른다.
‘기다릴 텐데, 어서 빨리 길이 뚫려 차가 나가야 할 터인데 . . . . .? ’
죄 없는 핸들만 툭--툭-- 쳐본다. 그러자 작은 승용차 한 대가 옆을 바짝 붙어 클랙선을 빵 빵 울려대며 앞서기 시작한다. 갓길을 따라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것이다. 그러자 앞뒤의 차량에서 갓길로 빠지는 차가 얄미운지 동시에 클랙션을 울린다. 마치 길 위에 갑자기 나타난 소방차라도 출동한 듯 난리판이다. 결국 앞서 요령을 피우며 서둘러 가던 차도 저만치 오가도 못하고 서 있었다. 빨라야 5분인 것을 쯧쯧쯧 . . . . . .
불신과 이기주의의 발상. 나는 요즘 사회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군신유의는 민주절이요. 君臣有義 民主切, 부자유친은 삼팔절이요. 父子有親 三八切, 부부유별은 평등절이요. 夫婦有別 平等切, 붕우유신은 사상절이다, 朋友有信 思想切이다.
직장이나 조직에 상하관계의 상경하애 相敬下愛 정신이 있어야 함에도 너 너 대로 나는 나대로 민주적으로 선이 분명히 갈라져 있고, 부자지간에는 사랑과 가르침이 있어야 하는데 서로 사는 게 바빠 무얼 하는지 모르는 삼팔선처럼 나뉘어 있어 삭막함이 엿보이며, 부부간에는 애틋한 애정으로 서로 보듬어주고 내조를 해야 하나 남녀역할이 없이 같아 서로 쥐어박는 평등선이고, 친구지간에는 서로 격의없이 우정을 나누어야 하는데 이념과 방향이 달라 만나면 이데올로기 거미줄에 얽혀 팔 걷어 부치고 ‘니사모 ’내사모‘로 싸우고 있다.
사람들은 집단이 추구하는 노선에 따라 엇갈리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로 오늘의 형제가 내일의 원수로 이념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복잡다난한 모자이크형 구조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유유상종 類類相從 하며 살게 되어 있다.
유구한 5천년 역사 속의 유교문화권인 우리 사회가 목하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가정적 총체적인 타락과 불신 팽배로 인하여 우리사회가 어디로 갈지 마냥 허둥대고 있다. 급속히 변하는 산업사회와 과학문명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가치관의 혼란으로 오늘날 우리의 군상 群像은 사회적 명예와 경제적 부유만을 추구했지 정신적인 문화의 정서공간은 공허했다는 얘기이다. 절름발이 발전만을 추진했다는 귀결이다.
중국의 주조를 이루는 사상은 만만적 중화사상 漫漫的 中華思想이다. 갑작스런 변화를 싫어하고 장구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발전하기를 희구하는 것이 거인과 거국 13억의 중국의 만만디이즘이다. 중국의 학자 장자의 논리는 이렇다.
‘작은 도둑은 자물쇠를 잠그므로써 쉽게 잡을 수 있지만 큰 도둑은 보따리에 다른 곳에서 훔쳐 온 것 까지 자기 창고에 들도록 하여 일거에 천천히 잡는다.’
나의 좌우명이자 철학적 지론은 이렇다. 락이불유 애이불비 樂而不流 哀而不悲. (즐겁다 하여 화들짝 즐거워 말고, 서럽다 하여 과하게 슬퍼하지 말지어다.)
즐겁다 하면 이내 슬픈 것이요, 슬프다 하고 뒤돌아서면 금새 기쁜 일이 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절망이 있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고 오목하면 볼록하고 어제가 있으면 내일이 있고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것이다.
달에서 내려오는 달빛은 달무리에서 먼저 걸러지고 다시 사랑방 문창호지에서 살포시 걸러지며 그 달빛을 비로소 내 마음에서 다듬어 심호홉을 한다면 얼마나 고결하며 아름다울까.
서둘러 잘 살고 출세하여 잘 나간다면 결국 끝은 무엇인가. 언제인가는 죽음을 맞이하겠지. 죽음의 신이 머리에 광주리에 이고 오면 과연 나는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살아 왔다고 산물 産物을 내놓을 것인가. 바쁘게 서둘러 돈 잘 벌고 출세만 했다고 말 할 것인가.
영국의 월링톤 장군은 퇴각술에 영웅이다. 영국의 명문인 이튼 군사학교 출신으로써 파죽지세의 나폴레옹 군대를 격퇴시킨 전웅 戰雄이다. 강한 것은 구부러지지 않고 꺾이며, 부드러운 것은 꺾이지 않고 대신 구부러지는 것이다.
한 단계 발전을 위하여 뒤로 두 단계 뒤돌아보는 보는 후퇴의 미학 美學을 배워야 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을 그저 매사 빨리빨리 서둘러 앞서 가는 그런 참지 못하는 냄비민족으로 전락시킬 것인가.
맹자 孟子는 동양의 이상적인 삶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모가 다 계시고 형제가 무고함이 첫 번째 락 樂이요, 그지 없이 하늘과 사람에 굽어 부끄럽지 않아야 두 번째 락 樂이며, 세 번째는 책을 읽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락 樂이라고 했다. 요즘말로 무적 武的 마인드 컨트롤 (Control)보다 문적 文的 마인드 컨트롤이 앞서야 가장 이상적이며 건전한 가치관이 자리하여 바람직한 삶의 에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대화는 민첩한 사람을 만들며,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들고, 독서는 해박한 사람을 만든다.’ 고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은 번영의 장식이며 가난의 도피이며 노년의 양식이다.’고 말했다.
옛 사람이 말 하길 우리 가정에 3가지의 즐거운 소리가 있다고 한다. 아기 우는 소리, 베 짜는 소리, 책 읽는 소리가 있는데, 그 중에 으뜸이 독서를 최고의 덕목으로 쳤다.
우리나라 독서인구는 연간 평균 1인당 1.5권, 일본은 17권, 미국은 45권을 읽는다.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은 세르헨티나 섬에 유배되서도 무려 8,000여권에 달하는 독서를 했다.
매사지사 유심소작 每事之事 唯心所作 이라고 했다. 애오라지 세상사 생각하기에 따라 천당과 지옥은 간극 間隙이라고 했다. 무욕 無慾의 공수래 공수거 空手來 空手去 같은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 같은 우리 삶.
새벽녘 풀잎에 맺힌 이슬 같은 찰라의 인생을 끊어진 ‘절 切의 빈학 貧學에서 이어지는 승 承의 미학 美學’으로 승화시키는 첩경의 길은 ‘책과 만나는 길’ 이다.
차 안에서 사무실에 집에서 책을 만나는 환희의 보람을 가지자.
*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명절 되세요.
대전에서 나은 길벗 김 우 영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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