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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숙(2005-02-02 12:22:16, Hit : 1138, Vote : 108
 커피 한 잔


커피 한 잔
                                                   박은숙

  이른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밤새 고인 그리움이다. 꿈결 같은 그 시간은 멈춰진 나만의 방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은밀한 사색의 공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찻물을 올린다. 관악산 봉우리에서 열꽃처럼 퍼져가는 아침놀을 넘어 달그락거리며 귓가에 들려오는 물 끓는 소리로 아침은 이미 충만하다. 옅은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푸른 물빛이 도는 청바지 하나면 오늘도 어디로 나서든 부족함이 없으리라.

  나는 커피와 청바지를 유난히 좋아한다. 평소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청바지 차림으로 배낭을 즐겨 메고 다닌다. 일 년 내내 여도 좋을 나의 습관이다. 그렇다고 청바지 차림이 썩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편리에 의한 습관이자 고집인데, 이제는 서서히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중년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배낭을 메고 학교를 다녀야 할 입장이라 그도 쉽지 않다.

  중국 광쪄우에서 생활할 때 식사 초대를 받은 일이 있었다. 교민들의 모임에서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지도한 일이 있었는데, 공연 후 모임을 주관했던 이가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마련한 초대였다.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몇 번이나 망설이다 결국은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초대받은 집의 진열장에는 예쁜 찻잔들이 놓여있었다. 평소 그릇에는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은근히 마음이 끌렸다. 식사보다 그 예쁜 찻잔에 담길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기다려졌다. 중국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연어 회에다 맛깔스런 칼국수로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커피가 나왔는데, 진열장에 가지런히 놓인 찻잔이 아닌 플라스틱 잔에 커피가 담겨있었다. 순간, 마음이 언짢아졌다. 차를 마신 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그 집을 나왔다. 초대에 응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 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플라스틱 잔에 대접받은 커피 한 잔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내면의 의식을 더 소중히 여긴 줄로만 알고 살아왔던 나였다. 플라스틱 잔에 커피를 주던 그녀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게 다가왔다. 예쁜 찻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것은 나의 사치스런 아집이 아닐까. 남을 대접하기보다 대접받는데 익숙했던 나는 다른 이에게 따뜻한 마음의 차 한 잔을 대접한 일이 있는가.

  여름을 지나고 가을을 거쳐 겨울로 접어드는 삶의 여울목에서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가 일었다. 살아가면서 가득 채워진 듯해도 부족했던 2%의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2%에는 플라스틱 커피 잔이 놓여있었다. 항상 그 작은 덩이 2%는 98%의 나를 무너뜨렸었다. 98%의 기쁨보다 2%의 슬픔이 더 컸고, 98%의 믿음보다 2%의 불신이 마음을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나는 쉽게 다른 이의 눈에 띄거나 바라보아지지 않는 자신을 은밀히 좋아했다.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말한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는 가슴에 숨겨둔 내 아집의 응어리를 사랑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그 무엇이 되고 싶은 순수의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인정하지 않는 98%로 인해 스스로에게는 물론 누구의 눈에도 그 아무 존재도 아니었다. 그저 초라하리만큼 색 바란 청바지에 플라스틱 잔에 커피를 주어도 좋을 사람일 뿐, 그렇다고 수더분하거나 편하지도 않은……

  얼마 전에야 빛바랜 청바지와 플라스틱 커피 잔의 의미를 되찾았다. 부족한 98%를 작은 덩이 2%에서 건져 올리게 된 셈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승과의 소중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나의 아집을 깨뜨리기보다는 더 응고시킬 수 있는 결정체를 스승을 통해서 보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잔은 버리지 않아도 될 내 차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박한 찻잔이었다. 오히려 플라스틱 커피 한 잔이 나를 편안하게 하는 시간일 수 있다. 내게 있어 청바지는 멋이나 색  바란 초라함이 아닌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 한 잔의 단아함과 소박함이다.

  언젠가 나의 글에서도 따스한 온기가 묻어난다면 빛바랜 청바지와 플라스틱 잔의 커피가 우려낸 진솔한 그 따스함이리라. 오늘도 커피 한 잔에 고스란히 우려 낸 나의 삶이 향기로 거듭나기를 기도하고 싶다. 첫 눈이 오는 날, 향기 그윽한 커피 한 잔으로 누군가의 가슴을 데울 수 있는 소박한 플라스틱 찻잔이 되고 싶다






소피아 (2005-02-03 21:08:40)  
아.. 기쁘네요. 플라스틱 찻잔이라해도 눈물 고이게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뜨거운 커피 한 잔. 감사합니다. 이제 그곳 생활에 많이 익숙해지셨겠지요. 항상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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