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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혜(2007-08-30 15:27:59, Hit : 1212, Vote : 151
 투명 첼로

투명 첼로

                      민 혜

해묵은 첼로를 꺼내었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니 몇 십년만인가.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고 알맞추 조율도 하여 그리웠던 연인을 가슴에 품듯 보듬어안고 가만히 볼을 대어보았다.
눈을 감는다. 가슴에 일렁이는 파랑(波浪). 숨을 고르며, 손에 쥔 활로 팽팽히 긴장돼 있는 현을 내리 긋는다. 누에실 나오듯 악기의 몸체로부터 올올 풀려져 나오는 선율. 연주자의 손길에 맞춰 너울대듯 춤을 추는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
그윽하게 번져오는 저음이 유영하듯 리드미칼한 음색을 풀어 놓는다. 아득한 심연으로 잦아드는가 싶으면 다시 격정적으로 솟아오르는 소리의 비상(飛上). 그 음감(音感)이 시키는대로 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제꼈다가 반복을 하며 바흐를 연주하고 있다. 첼로와 나는 한몸이 되어 바닥 모를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나를 보고 합주부에 들지 않겠냐고 하신다. 내가 다니던 N초등학교는 당시의 명문으로 현악부가 널리 알려져 있었다.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집안 형편을 뻔히 알면서 비싼 악기를 사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난처하여 고개를 떨구고 있으려니 담임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악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네가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니까 선생님이 추천한 거야. 지금 모집하는 게 콘트라베이스를 할 학생인데, 넌 키도 크니까 잘 할거야. 콘트라베이스는 학교에서 준비한 게 있단다."
꿈만 같았다.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수락을 하며 상기된 음성으로 감사를 드렸다.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우리는 권위 있는 E 콩클에 나가기 위해 매일 방과후에 맹연습을 하였는데, 초보자인 나는 교직원 숙직실에서 홀로 연습을 하기도 했다. 유명 음악가의 일화에서나 나옴직한 사건도 하나 있었다. 어느 날이었던가, 바람결에 보면대의 악보가 날아가 주위를 바라보니 담임께서 빙긋이 웃고 계셨다.
"너, 정말 열심히 하더구나.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넌 내가 온 것도 모르고…."
하지만 정작은 첼로를 하고 싶었다. 총연습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오면 나는 얼른 첼로 옆으로 다가가 '도레미파'로 시작하여 쉬운 동요를 연주해보기도 하고 자작한 '막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첼로 파트를 가르치던 선생님 역시 내게 그쪽으로 바꿀 것을 적극 권하셨다.
우리 학교 합주부는 오케스트라로 조직을 확장, 예상대로 콩쿨에 입상도 하고 날로 승승장구, 이듬해엔 미국을 비롯한 해외 18개국에 공연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그 기간만도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 하여 한 학년을 아예 다시 공부할 계획도 염두에 두었다. 국내 여행조차도 어렵던 시절이니, 우리들의 기대와 흥분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지경. 드디어 나는 아버지를 조르기 시작했다. 아버진 내가 해외 공연을 나가게 된 것에 고무되었던지 5학년이 되면 꼭 첼로를 사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집이 빌 적이면 나는 종종 첼로를 꺼내어 온갖 몸짓을 다해가며 첼리스트 흉내를 내곤하였다. 악기야 아직 마련돼 있을 리 없었지만 나만의 상상력으로 가상의 '투명 첼로'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이다. 혼자 집을 보며 창틀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었다. 우리 집은 축대 위의 다소 높은 지대에 있어 골목길이 훤히 내다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나는 불현듯 첼로 생각이 간절하여 다시금 첼로를 품에 안았다. 그리곤 학교에서 늘 연습하던 슈베르트의 군대행진곡과 브람스의 항가리 무곡 등의 멜로디를 허밍으로 흥얼거리며 악기를 켜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골목길 저만치서 짝짝짝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애가 제 흥에 겨워 온갖 몸짓 해가며 첼로를 켜는 진풍경을 누군가 보았던 모양이다. 그 놀라움과 부끄러움이라니. 하마트면 높은 창가에서 추락할 뻔 하였다. 박수를 보낸 사람은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 연주가에 그 관객이었다고나 할까.
그 후, 나는 두 번 다시 투명 첼로를 꺼내지 않았다. 학년이 바뀌었으나 4..19와 5.16 등의 격동기를 맞으며 해외 공연은 물거품이 되고, 중학 입시 준비로 합주부를 그만 두게 되었기 때문이다.
방금 내가 다룬 악기는 오래도록 켠 적이 없는 그 옛날의 투명 첼로. 세월의 켜에 눌려 아득히 잊고 지냈다. 다시 그것을 켜게 된 것은 순전히 도월화 동인의 홈페지 덕분이다. 홈페지를 열어 여기저기 들추다보니 한 귀퉁이에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한 바흐의 첼로곡이 올려져 있다. 바흐와 첼로와 카잘스. 이 모두가 내가 평소 지극히 애호하던 것 아닌가. 선율에 취하여 나도 모르게 첼로를 꺼내었다. 카잘스가 바흐를 연주했다면 나는 투명 첼로로 카잘스를 재현한 셈이겠지. 거듭 재생을 시켜가며 네댓 번도 넘게 켰는가 보다.
모든 아름다움엔 인간을 궤도이탈 시키며 허무는 일면도 있는 것일까. 온 힘을 첼로에 쏟았는지 어느새 사지의 기운이 쭉 빠지고 옷은 땀으로 젖어 있다. 결코 무더위 때문만은 아니었건만.  

  (moodnow@hanmail.net)
* sysop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8-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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