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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숙(2007-08-30 15:21:14, Hit : 1289, Vote : 93
 퀼트(Quilt)를 배우며


퀼트(Quilt)를 배우며 / 윤현숙
                        
한땀 한땀 조각천을 기워나간다. 작은 천 조각 두 장이 귀여운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여러 장이 모여 바느질 바구니가 되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용구가 되어 완성작
품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에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주
엔 강아지가 그려진 작은 방석을 만들어 온 식구들에게 보란 듯이 자랑을 했다. 내가
그런 것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통하고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워낙 덜렁이인데다 바느질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밥 먹는 것보다 바
느질이 더 좋으니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고 내가 꼭 그 모양새다. 한 달
전부터 동네 아파트에서 퀼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바느질에 대해서 문외한인 남자들
이나 그 재미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저 여자 할 일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커
다란 천을 떠서 그 천을 다시 삼각형이나 여러 모양으로 조각을 내고 손바느질로 일
일이 꿰매어 이어 붙인다음 솜을 대고 누벼서 이불도 만들고 침대 커버, 벽걸이 또는
작은 소품들을 만드는 작업이다.무엇 하나 꼼꼼하게 완성하지 못하는 급한 성격인데
내가 과연 이걸 배워서 작품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시작해보니 그
재미가 여간 솔솔한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급한 성격때문에 부모님께 걱정을 많이 끼쳐 드렸었다. 지금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매번 놀란다. 첫인상은 차분하고 여자 답다는 이
야길 하지만 몇 번 만나면서 보기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덤벙거리다
가 넘어지기 일쑤이고, 참을성이 없으며,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을 담아 두기가 힘들
므로 비밀을 지키기가 어렵다.

다혈질에 마음 또한 좁아서 툭하면 삐지기 십상이다. 또한 가지런한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다. 결혼 전엔 언니들이 서랍이니 책상 정리를 해주었는데 막상 시집을 와
서 서랍 정리를 하자니 참으로 큰 난관이었다. 몇 시간씩 가만히 앉아서 차근차근 옷
자락을 개고 얌전하게 집어넣는다는 것이 내겐 참으로 몸이 뒤틀리는 반란이기 때문
이다. 결국 대충 꾸려 집어 넣으니 옆에서 바라보고 혀를 차시던 어머님께서 다시 뒤
집어 정리해주셨다.

어쩌다 베란다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뜨러 나갈 땐 큰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지려고
해서 거실에 있는 가족들이 한 번씩 놀라기도 한다. 신발 신는 것이 급해 몸부터 먼
저 나가고, 빨리 들어와야 할 마음에 늘 신발 한짝은 거실로 먼저 들어와 있는 헤프
닝을 연출하니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쯧쯔~ 우물가에 둔 어린애 같으니..."하며 조
마조마한 얼굴로 걱정스러워 한다.

부모님께서는 이렇게 걷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내가 항상 걱정이셨던 듯하다. 반드시
남과 이야기 할 때는 세번 이상 생각을 한 뒤에 말을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었고,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도 아이때 못지않게 조심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살고 있다. 이런 내가 바느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
신다면 아마도 지나가던 강아지가 웃을 일이라고 하실 것이다.

여학교 가사 시간에 책상보를 만들려면 다른 친구들이 실밥을 다 뽑고 시침질 하기
시작할 때 그때서야 나는 실밥을 뽑기 시작했다. 장갑을 뜨면 한 번도 한 켤레를 완
성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내가 결혼하기전, 청바지의 솔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전부
뜯어내고 양쪽 바짓가랑이를 손으로 꿰맨 적이 있었다. 몇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앉
아 바느질하는 내 모습을 보시면서도 친정 어머님은 네까짓게 어찌 그것을 완성하겠
냐 두고 보자는 심산이셨던 것 같다. 완성한 청바지를 보여드렸더니 재주가 있다며
얼굴 가득히 웃음 지으시던 일이 생각난다.

아버지께선 "역시 우리 데레사야~. 그봐라, 해서 안되는 일이 없다. 인내가 대단하다"
며 참을성 없는 딸을 의식해서인지 많은 칭찬을 해주셨다. 그 일 이후로 무엇을 만들
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아버지의 칭찬이 머리에 떠올라 의식적으로 '나는
인내심이 많은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맡은 일의 끝맺음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급한 성격은 쉽게 변하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넘어져서 무릎 깨지는 일은 없
어졌다는 것인데, 이것도 항상 계단을 오르내릴 땐 위태롭다.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하며, 상대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나를 제어
할 능력이 부족하여 항시 후회만 하는 삶이었지만, 한살씩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많
이 달라지는 나를 느낀다.

작은 조각천을 하나하나 이어붙이고, 선따라 곱고 예쁘게 기워나가면서 나는 인내를
배우고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며 희열을 느낀다. 순식간에 커다란 작품을 만들려는
조급증을 없애고, 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의 잘못에 관용으로 침묵하며 웃을 줄
아는 지혜까지 얻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다음 퀼트 시간이 빨리 오
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
http://home.hanmir.com/~tiller
(1998년 7~8월 수필과 비평, 신인상 작품)

■ 심사평 (심사위원 : 정봉구, 한영자)

윤현숙씨의「퀼트를 배우며」를 천한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진솔한
자기 성찰이 밝은 면모로 묘사되어 있다. 퀼트(Quilt) 바느질을 통하
여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재미있는 터치로 수필화한 솜씨가 돋보인다.
수필이 결국 일종의 자화상 만들기이고 보면 그 필치의 묘(妙)는 수필을
염두하는 사람이 항상 연구하여야 될 과제임이 분명하다.

윤현숙씨는 이 작품에서 실수가 잦은 성급한 성격의 결함많은 자신의
모습을 조금도 거리낌없이 코믹하게 그리며 한 인간의 성장과정을 제시
한다. 그 와중에 부모님과 남편 등 가족을 등장시킨 수법도 예사롭지 않은
기교라 하겠다. 아주 평범한 얘기 속에서 이 작가는 자신을 성찰 관조하며
자아완성의 숨은 의지를 수필적인 인생관으로 펼쳤다고 본다. 끊임없는
탐구와 연마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남빛 치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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