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인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문학이
산다.>
문인단체의 리더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달이 바뀔때마다 나는 문학과 문단에 관계되는 여러 가지 글을 써서 아는 사람들에게 보낸다. 이 일을
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어느 친구는 이 글을 보면 한 달이 지난 것을 알았다고 인사를 전해오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친구는 문단에
관계되는 일이나 문학에 관계 되는 일, 또는 예술정책에 관계되는 글이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난 달, 한 친구가 혹독한
비판의 글을 보내왔다.
“10년 동안 꾸준히 그 일을 해왔으면
정부정책도 바뀌고 예술인들도 살아가기가 나아졌어야 하는데 도통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 일에 10년이나 매달렸나”
나는 이 댓글을 보고 진땀을 흘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해답을 보냈다.
“정부가 이제는 관심을 가져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원제도나 창작품의 소득과 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도 나아졌지 않느냐”고, 달마다 보내는 글을 보고 당국자나 관계기관과
정책당국에서 여러 가지로 묻고 상의해 왔고 이에 따라 제도와 시책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고 바뀌는 것은 혁명이 아니고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참고 기다리면서 예술인들의 공론을 일으켜야 하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다시
왔다.
“왜 문학에 관한 글만 쓰지 않고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지원문제, 예산문제 예술인 복지문제 등, 정치에 관계되는 글을 더 많이 쓰는가? 당신이 정치적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관하여 나는 다음과 같이 답글을 썼다. “문학은 삶과 직결되어 있다. 특정예술이나 특정정파에 문학은 예속되지 않는다. 때문에 잘 살자는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학인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한국문단에 만연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정치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초연히 앉아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정치인을 믿을 수 없다. 그들은 거짓을 일삼고 자신을 위하는 일에만 열중한다.”고 대답했다. 문인단체의 임원을 맡으면 문단정치를 한다고 얕잡아
보는 이가 숱하다. 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인들도 조금은 솔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관심사에 관하여 적극적이어야 한다.
문학단체도 이익단체에 속한다.
‘문인들이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일이나 국가적 지원 등을 감안할 때 유능한 능력자를 리더로 뽑아 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교섭능력을 갖춘 대표자가 협상테이블에 앉아 문인들의 이익을 대변하여 더 많이 얻어내야
문인들의 자존심도 채워진다.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을 뽑아 놓으면 밤낮 고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봉착한다. 때문에 문인단체의 리더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경험자만이 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하고 판단력이 있는 사람, 사회에
널리 알려져 관련된 일에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 빠른 판단력과 강한 추진력이 있는 사람, 포용력이 있고 사랑과 성심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감쌀 줄 아는 사람,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개발 능력이 있는 사람, 문화예술행정에 능통한 사람, 이런 사람은 문단의 원로일 수밖에 없다.
학술단체, 예술단체의 수장은 어느 나라고 원로들의 몫이다. 예술원과 학술원의 좋은 예가 된다. 봉사심이 강하고 선공후사를 가릴 줄 아는 리더를
뽑아야 문인들의 삶이 나아지고 문학이 산다.
학연과 지연을 내세우고 편 가르기하는
집단에서는 옳은 리더를 뽑을 능력이 없다. 정치권을 설득하고 관계기관을 이해시켜 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능력이 있는 리더를 뽑아야
한다. 이런 사람이 수장이 되려면 정치와 무관해서는 안된다. 이런 일에 능한 사람을 리더로 내세워야 문인이 살고 문인단체가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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