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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문학이
산다.>
<9월의 글>
예술경영 현장에서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1.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공약개발을 맡게 되었다. 그 동기는 간단했다. 대통령 선거가 열 다섯 번 치뤄졌지만 문화예술 관련 공약은 없었기에 의욕을 가지고
이 일을 맡았다. 정책기조를 ‘문화국가 건설’로 정하고 ①문화예술인 복지제도 도입 ②국제문학교류센터 건립 ③예술인회관 완성 ④전통문화예술의 진흥
⑤지방 문화육성 등, 다섯가지 기둥을 세우고 문화예술관계 대선공약을 만들었다. 이 다섯가지가 실현된다면 지금까지 어둡기만했던 문화예술계가 크게
발전할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대선의 패배로 이 공약은 물 건너갔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기타 뜻있는 인사들을 동원해서 이 공약실천을 노무현
정부에 요구하여 일부는 현안으로 받아들여져 정책으로 시행된 것도 있고 문화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을 폭넓게 검토하게 되었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움을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어 문화예술인 복지문제가 거론되었다. 이 문제가 문화예술계의 숙원사업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
한국문협(이사장 성춘복)과 민족작가회의 (이사장 이문구), 그리고 한국문학진흥재단(이사장 성기조)등 세 곳이 합의하여 성기조가 만든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 설립 취지문에 동의하고 발기문에 서명한 1만 여 명의 예술인들에 의하여 출범했고 3년만에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으로
채택되는 순조로운 발걸음을 걷게 되었다.
문화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에 대한 구상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라 함)의 주요업무에서 찾아야 한다. 예술위의 주요업무 중 ①은 문화예술의 창작ㆍ보급ㆍ보존ㆍ계승 및 발전을 위한
사업지원과 ②남북 및 국제문화 예술교류 사업지원 ③문화예술인의 후생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는데도 1973년 문예진흥원이 설립된
이래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인 일이 없었다. 예술계에서도 ‘후생복지 증진’ 사업을 하도록 되어있는 예술위에 28년간 복지조합 설립에 대하여
한번도 건의하거나 상의한바 없었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에 대하여
2003년 가을에 이회창, 노무현 두 대통령 후보에게 설명할 자리를 만들어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말하려고 서면으로 요청했더니 한나라당에서만
연락이 왔다. 그 뒤 노무현 후보를 만나는 기회가 있어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대답은 없이 웃고 말아 ‘가타부타 말씀은 해주셔야지요’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노후보는 ‘당선된 뒤에 보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출범한 문화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이
이제는 큰 성과를 얻어 2009년도 예술위 경영실적 평가에도 나타나 있다. 새로운 사업으로 예술지원기구 개편 항목에 예술인의 복지증진 문제를
검토하면서 ①예술가의 창작역량 강화 ②예술현장의 자생력 확보 ③새로운 예술세계 개혁사업으로 규정하고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예술인 복지사업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이유는 예술인 고용환경 및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대책과 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에 대한 문화예술계 숙원 누적을
해결하고 현정부(이명박 정부) 100대 국책과제에 ‘예술인 공제회’ 설립을 검토한다고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완결하려면 앞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 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복지제도의 도입배경 및 추진과정에 따른 국내외 사례연구,
공제사업 운영에 따른 세부 설계안, 공제사업 추진체계 구축방안, 예술인 복지사업 중장기 확장모델 등을 연구 조사하여 모델을 만드는 일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이 일을 마무리하여 입법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일이 이만큼 추진되었는데도 문화예술계에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문화예술인 복지제도가 도입되면 실제 수혜자는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문화예술인 복지제도가
도입되도록 온갖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일이 이만큼 진전되었는데도 문화예술계에서 수수방관하니까 예술단체 선거에서 철없는 몇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 일에 관여한 양 떠들고 다니며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을 설립 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우스꽝스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문제는 이미 제안단계를 넘어섰다.
2.
문예진흥원이 예술위원회로 개편
2004년 12월이었다. 문화부와
한국문예진흥원에서 연락이 왔다.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문광위에서 꼼짝하지 않고 여ㆍ야가 극한으로 대치하여 잘못하면 회기를 넘겨 폐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야당, 한나라당에서 이 법률안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으니 여당인 노무현 정부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지경에 빠진 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해서 ‘문예예술 진흥법’이 개정될 수 있게 해달라는 간청이었다.
“내가 왜 그런 일을 하는데 적임자인가”라고
물었더니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만들었고 한나라당에 많은 친구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에서
이 일을 원만하게 풀어 줄 사람은 선생님”이란 이야기였다. 평소 문예진흥원장의 독임제가 지원금의 편중현상을 낳았고, 인맥의 형성으로 바른 제도가
운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터라 예술위원들의 합의제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개정안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에서는 예술위원들을 정부
여당이 독식하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는 논리로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던 터였다. 12월 23일 이었던가 나는 국회 문광위의 청문회에 나가기로
했다. 자격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따른 공술인이었다. 여ㆍ야 의원들이 가득 메운 문광위 회의장에서 나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문화예술에 관계된 법안으로 입법부에서
시비를 해서 문화예술계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면 그것은 입법을 책임진 국회의원들 잘못이다. 문화예술에 관한 법률개정이나 입법행위는 정쟁꺼리가
될 수 없다. 문화가 무엇인가, 우리들의 정신적 소산으로 후대에 자랑스럽게 전승 또는 물려 줄 귀중한 자산을 창조하는 일인데 이런 일을 가지고
여ㆍ야가 대립되는 것은 잘못이다. 문예진흥원장의 전결로 이루어지는 현행 독임제가 편파적 운영을 막을 수 없다. 개정안에 명시된 예술위원
11명(비상임 1명 포함)을 여야가 합의하여 독식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만 보장된다면) 위원회 체제로 가는 게 문화예술계의 바램이다”라고 말을
마쳤다.
말이 끝나자 여ㆍ야 의원들이 간단한 질의가
있었고 나는 성의껏 대답했다. “문화와 예술문제로 정쟁의 대상을 삼아서는 안된다”는 말에 그들은 설득당한 것 같았다. 그리고 11명의 위원을
독식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의 보완에 흥미를 느낀 것 같다. 개정안은 그날로 종결되고 본회의로 넘겨 통과되었다. 2005년 1월 27일
‘문화예술진흥법 개정법률’이 공포되고(법률 제7364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합의제 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설립(1기 위원회 출범)되었다.
3.
로또복권 수익금이 문예진흥기금으로
2004년 1월 1일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이 폐지되었다. 그 까닭은 ‘부담금관리기본법’의 개정에 따른 것으로 1973년 부터 모금해오던 것이 아무 대책없이 폐지되었다. 해마다 약
500 억 원 가깝게 모금되어 문화 예술인에게 지원되던 돈 줄이 끊어진 상태에서 정부와 뜻있는 사람, 그리고 문화예술지원에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눈독을 들인 것은 로또복권 판매수익금에서 일부를 끌어다 지원금으로 쓰는 방법이었다. 누가 시켜서 된 것도 아니고 하라고 종용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이 선진국 중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복권판매 수익금 중에서 얼마를
가져와야 형평에 맞는지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이 1천분지 3을 떼어 오자는 것으로 의견이 접근
되었다. 다행스런 것은 첫 해 전입금을 받고 보니 대충 500 억 원 내외, 폐지된 모금액수와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문제는 복권수익금 중 1천분지 3을
가져오기로 복권법을 개정하기로 문광부에서 결정했지만 국회가 문제였다. 여소야대의 국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놓아주지 않고 움켜쥐고
정부와 여당의 목을 죄고 있었다. 2004년 12월 문광부와 문예진흥원에서 사람이 왔다.
이 문제를 국회에서 푸는데 협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몹시 망설였다. 과연 잘 풀릴 것인가도 문제였지만 약이 오를대로 오른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키로 합의된 상태, 그러나 만약 이
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면 문화예술계는 일대 혼란이 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지원되던 돈줄은 끊어지고 예술인들은 지원금이 없이 허덕일 것은 뻔한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몹시 심한 갈등을 겪은 뒤 2004년 12월
23일에 열리는 공청회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출석했다. “문예진흥기금 모금개시 이래 가장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는 현실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문예진흥기금 수혜자에게 500 억 원에 이르는 돈을 지원하지 못한다면 한국 예술의 미래는 없다. 제발 법안 개정에 동의하여 예술계의 현안을 풀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이런 간절한 말이 그들의 마음을 돌렸는지 법률안이 개정되고 로또복권 수익금 중, 1천분지 3의 돈이
문예진흥기금으로 들어왔다. 만약 이 때 법률개정이 미루어졌다면 문화예술진흥기금은 크게 상처를 입었고 예술인들은 지원금을 못받는 형편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때를 생각하면 뜻있는 한 사람의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가 알 수 있다.
4.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최 강연회
2008년 1월 16일 오후 2시
‘선진문화국가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국회에서 강연회가 열렸다. 주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고 연사는 나였다. 참석자는 국회의원, 그리고
정부부처의 문화예술 관련 행정관료, 문화예술단체 임원 등, 약 300 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고흥길 의원(당시 문광위원장)의 인사말과 한 두
사람의 축사가 있은 다음 한 시간 반에 걸친 강연은 청중들의 호응이 대단하여 열기가 붙었다. 나는 신이 났다. 문화예술의 선진화 방안의 제일
화두는 정신적 각성, 그리고 창작예술인들의 최소 생계보장 등,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정부당국에 건의하던 것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선진 문화국가 건설을 위한
실천방안
5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재점검하여 정교하게
분석한 뒤, 새로운 문화강국 건설을 위한 목표를 정하고 그 실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의 문예부흥을 이룩할 수 있는 시발점을 열게
된다.
가, 문화예산규모의 확충과 기부문화
정착
문화예산이 정부예산대비 1% 수준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이를 대폭 확충하고 문화관련 고위직은 문화전문가로 임용하여야 한다. 또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확대하고 기금운영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로또복권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 및 개인의 문화예술 활동지원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확대하여야
한다.
나, 시설과 서비스의
확충
문화관련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문화예술회관,
박물관, 도서관, 예술관, 대중공연장 등을 건립하고 적극 활용토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예술인회관 건립과 대도시에 장르별
공연예술센터를 건립하고 각종 문화시설의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공공도서관에 도서 및 영상자료의 확충과 지역단위 문화기관과 시설간의 프로그램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다, 문화예술 활동의 활성화 및
지방문화 육성
지방문화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와 운영의
합리화를 도모하고 특색 있는 향토문화의 발굴과 지역문화축제의 저변을 확대하고 문화소외 지역의 해소와 공연입장료 일부를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연계시키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
라, 문화예술인 창작활동 여건
강화
가칭 한국문화예술인 복지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전업예술인에 대한 지원 강화,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세제혜택 및 문화예술 공간 설립에 따른 융자 등 지원확대, 문화예술인의 양성체계 보완 정비와
세계적 문화예술 전문인 양성.
마, 전략산업으로서 문화산업
육성지원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게임,
애니메이션, 영상물 등 콘텐츠 중심의 특화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자금 지원, 드라마, 영화, 가요 등, 분야의 한류를 확산시키고 관련 상품
개발을 위한 세제혜택 및 금융지원. 출판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출판유통 현대화 및 전자서적 산업의 육성.
바, 전통문화 예술의
진흥
국악교육의 확충으로 전통예술 진흥의 인적기반
강화. 각급 문화센터를 통한 전통문화의 확대 및 전통예술인들의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 조성대책 강구와 전통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공연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수회관 건립 및 공연활동 지원.
2. 마무리
문화가 가진 잠재력과 힘이 커짐에 따라 이를
극대화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은 미래 성장산업으로서의 문화, 관광, 스포츠 산업, 국민의 삶의 질을 선진화하기 위한 문화복지 및 도시환경의
문화적 조성 등, 양적 질적 측면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첫 번째
목표는 창의성에서 근본을 찾아야 한다. 선진 국가들의 발전 전략은 모두 창의성에 두고 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개개인의 창의성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이자 이념이 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창의산업, 창의예술, 창의국가란 개념들은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의 문화정책에서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둘째는 실용주의다. 역동적인 문화국가는
실용주의를 목표로 삼는다. 다원화 사회에서는 개인과 국가를 막론하고 실용주의 노선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번영을 이루어낼 수
없다.
셋째는 정직성과 사랑이다. 미래를 창조하는
힘은 문화와 예술에 있다. 탈장르를 통한 실험적, 대안적 방법을 통하여 예술중시 등,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 예술의 자생력 신장은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과 예술문화의 산업적 발전 지원을 통한 지역문화 진흥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는 문화에 대한 정직성과 사랑에서만
가능하다. 역사와 문화를 과장하거나 편협한 생각으로 평가하지 않는 정직성과 사랑이 문화국가로 가는 출발점이다.
하나의 산업이자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의
중요성이 커지는 문화ㆍ관광ㆍ스포츠 산업의 육성과 인력양성 및 창작기반 확충, 투자ㆍ유통 환경개선, 종합적인 법제도의 정비 등, 체계적인 지원이
강화됨으로서 산업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게 될 것이다. 이 길만이 선진문화국가 건설의 요체이며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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