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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 김애경 자전 에세이 <부부> -34-
2009-07-02 16:23:31 입력
제1장 길 위에서 만남 인연
34. 당진에서의 새로운 둥지
서천 판교에서 살면서 결심을 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직장을 잡기로 했다. 1988년 충청남도에서 실시하는 채용에 응시해서 합격하였다.
1988년 4월 25일 첫 발령지가 당진이었다. 판교에서 당진으로 이사를 하였다. 가진 돈이 없었으므로 읍내 산모롱이 아래에 보증금도 없는 월 셋방을 한 칸 얻어 아내와 아이들과 오손 도손 살았다. 당진에서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집필활동을 하여 제법 들어오는 원고료도 생활에 보탬이 되었다.
완연한 봄소식을 확인이라도 하려는지 봄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꽃 분홍 진달래꽃이 화사하고, 아지랑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물오른 버들강아지 새순 돋고 우물가 미나리꽝에 손 펴고 앉는 환희와 약동의 봄이다.
1년 여 다니던 ‘당진유아원’을 큰딸 ‘바램이’가 오늘 졸업식을 한단다. 애지중지 뒷수발을 해주었던 아내는 며칠 전 아들 민형이를 분만했다. 산후 조리에 있는지라 할 수 없이 직장에서 시간을 좀 내어야 한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이다. 난 딸애에게 우산을 하나 주고 나란히 걸었다.
‘졸업’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함께 걸어주는 아빠가 좋은지 녀석은 마냥 싱글벙글 웃고 있다. 늘상 시간에 쫓겨 아이와 함께 야외를 나간 지가 언제이었던가! 비 오는 봄날 오전 부녀지간의 호젓한 ‘동행’은 따스한 봄기운만큼이나 싱그러웠다.
이곳도 명색이 졸업식장인지라 당진유아원 입구에는 벌써부터 꽃을 든 학부모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원아들로 북적댔다.
사각모와 졸업의상으로 바꿔 입은 원아들은 이층에 마련된 졸업식장으로 들어갔다. 미리 준비된 순서에 따라 식이 진행되었다.
담임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졸업장을 받으면서 송사?답사를 제법 의젓하게 잘도 해내고 있다.
졸업식장은 이렇게까지 아이를 키우고 지도하신 학부모와 유아원 측의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 장면은 식순의 맨 끝이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영롱한 아이들의 졸업식 노래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중략)
행사 총지휘를 맡은 여자 원장 선생님, 달님 반, 햇님 반, 별님 반을 맡아 코 흘림, 대소변 등 엄마의 역할을 했던 담임선생님들이 저 초롱초롱하고 해맑은 원아들을 보내려니 아쉽고 슬펐던지 마침내 행사 종반에 울음을 터트렸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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