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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2016-01-15 19:04:42, Hit : 822, Vote : 108
 葛藤

                   갈등(葛藤)

                                                                     이정희

  연일 30℃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다. 713일 일요일, 오늘도 폭염이라는 기상예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충북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을 걸으며 자연 속에 나를 맡겨보리라 마음먹고 아침 일찍 나섰다. 청정지역인 충북은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청풍명월이 있다. 회원 40명은 버스에서 내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오름길이라 모두 힘들어한다. 거기다 걷기 힘든 아스팔트길에 강한 햇볕은 내리쪼이고 있다. 나도 온 몸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데, 그까짓 것 땀이 흐른들 어떠랴’하는 심정으로 씩씩하게(?)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괴곡 성벽 자드락길이라 걷는 것이 한결 수월했다.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청풍호수가 심한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순간, 인심(人心)까지 메마를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 냄새는 무엇인가! 자드락길 주변이 화장품 냄새를 능가하는 짙은 향기로 가득하였다.“와~ 이 냄새 뭐지?”나는 큰 소리로 옆 사람에게 물었다. 일행들도 향기의 주범(?)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 중 한 사람이 칡꽃에서 나는 향이라고 알려준다. 길 양쪽엔 칡넝쿨이 뒤덮여 있다. 자세히 보니 넝쿨 속에 꽃이 많이 피어 있는데 향기가 그 꽃에서 났다. 칡꽃은 78월에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핀다. 칡꽃의 꽃말은‘사랑의 한숨’이다. 화장품 매장에서 나는 짙은 향이 아니고 은은하고 기분마저 고조시키는 향이다. 잠시나마 칡꽃의 향기에 매료되었다.

  청풍호 자드락길에서 맡았던 그 향기를 생각지 않게 오늘 우리아파트 주변에서 또 맡았다. 한동안 가물어서 걱정했는데 지난밤에 단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한결 시원해졌기에 산책하려고 나왔다. 전에 맡았던 익숙한 향기가 나서 둘러보았더니 우리 아파트 담장에 칡넝쿨이 무성하다. 칡꽃은 자태를 뽐내지도 않으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넝쿨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 칡꽃의 향기가 나를 다시 들뜨게 한다.

  칡은 꽃도 아름답지만 그보다는 넝쿨이 이웃 나무나 바위에 기대어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옆에 있는 나무나 울타리에 기대어 어김없이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줄기를 보면서 나 혼자 웃었다. 심지어 연약한(?) 풀에 의지하여 왼쪽으로 뻗어 올라가고 있다. 기댈 곳이 없는 줄기들은 어딘지 외롭게 보인다. 이럴 때 등나무가 있었더라면 서로 의지하여 힘이 되어줄 텐데……. 칡과 등나무는 실과 바늘 같은 떨어질 수 없는 불가항력(不可抗力)이 있는 것 같다.

 

  등나무는 여름에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만들기 위해 흔히 심는 덩굴나무다. 20023월에 교장으로 승진하여 부임한 S중학교 교정엔 우거진 등나무가 햇볕을 가려주고 있었다. 신록이 푸르른 5월에 피는 등꽃은 학생들이 등교하면 가장 먼저 인사를 한다.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등나무 꽃의 꽃말은‘환영’이다. 교정에 핀 등꽃은 S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과 학교에 오시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고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래서 매년 하는 S중학교의 가을 축제 이름이‘등향제(藤香祭)’다. 보라색 등꽃이 아래로 늘어져서 짙은 향기를 내뿜으면 나는 일부러 등꽃 주변을 거닐었다. 교직원들은 삼삼오오 짝지어 등나무 그늘 밑에서 커피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었다.

  5월에 교내 체육대회를 하는데 당연히 등나무 그늘아래가 본부석이다. 연례행사인 장학지도가 끝난 후에 교직원들은 배구대회를 하고 등꽃 아래에서 다과회를 했다. 학생들은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토론 수업도 하고 합창연습과 시 낭송도 했다. 등나무 줄기는 고집스럽게 오른쪽으로 감고 오르면서 학생들에게 작은 일탈도 용납 안 한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또한 칡과 등나무를 생각하면‘갈등(葛藤)’이란 단어가 연상된다. 갈등이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를 뜻한다. 칡넝쿨과 등나무넝쿨이 서로 반대로 감아 올라가는 데서 생긴 말이다. 칡꽃과 등꽃의 꽃말인‘사랑의 한숨’과‘환영’에서도 갈등(?)은 시작된다. 한 쪽에선 땅이 꺼질 듯한 아픔을 겪는 반면에 다른 한 쪽은 활짝 웃는 표정을 하고 있다. 노사 간의 갈등이나 고부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의견이 서로 맞지 않으면 갈등이 생겼다고 한다. 부부(夫婦)간에도 그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찌 부부뿐이랴.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등은 있고,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사표를 내던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갈()과 등()이 모든 불화(不和)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줄기가 서로 반대로 올라간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받쳐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쪽으로만 치우쳐 제대로 설 수 없는 것을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또한 아무리 볼품없는 고목도 칡과 등나무가 왼쪽으로, 또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면 살아있는 푸른 기둥이 된다. 마른나무에 아름다운 옷을 입힐 뿐 아니라 칡과 등꽃의 효용성 또한 뛰어나지 않는가.

  칡은 오래전부터 구황작물이었으며 자양강장제 등 건강식품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에 친구가 가져온 칡을 잘근잘근 껌처럼 씹다가 단 물이 다 빠지면 뱉곤 했었다. 그때는 칡만큼 좋은 간식거리도 없었다. 근래에는 칡차가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가정에서도 애용하고 있다. 보랏빛의 탐스러운 등나무 꽃은 그 향이 라일락처럼 사방 30미터까지 퍼진다. 꽃차는 맛이 달고 근육통에 좋다. 알맞게 자란 등나무 줄기는 지팡이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예로부터 등나무 꽃을 말려 신혼부부의 이불 속에 넣으면 금슬이 좋아지고 등나무 잎을 끓여 마시게 되면 사이가 멀어진 부부의 애정도 좋아진다고 한다. 칡과 등나무를 갈등(葛藤)이 아닌 순치지세(脣齒之勢)로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飛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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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請霞) 이정희 수필가

○ 공주 출생

○ 공주여자고등학교 졸업

○ 공주사범대학 가정과 졸업

○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행정전공)

○ 2010년 2월 중등교장퇴임

○ 2012년 창작수필 등단

○ 창작수필문인회 회원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황조근정 훈장(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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