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oncontextmenu="return false" onselectstart="return false" ondragstart="return false">

Home 자작 수필을 올려주세요~
-로그인이 안될 때는 ☞수필넷다음카페별관 수필의 뜰에 올려주시면 적절히 게시물이동을 하겠습니다.
2009. 7. 23, 저작권 강화로 인해, 작가가 직접 등록하거나 등록을 부탇받은 글만 게시합니다. 감사합니다. (☞메인)-


  한기정(2015-10-13 18:42:00, Hit : 849, Vote : 113
 hgj.jpg (184.0 KB), Download : 2
 쓸쓸함에 관하여


쓸쓸함에 관하여
            한기정

쓸쓸함에도 등급이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 가고 쇼핑해서 후련해진다면 3등급, 이런 것은 ‘심심하다’고 한다. 마음 맞는 벗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와 눈물과 한숨으로 털어낼 수 있다면 2등급, ‘그냥 쓸쓸함’. 어떠한 방법으로도 해결이 어려우면 1등급이다. ‘절대 쓸쓸함’이다.
‘절대 쓸쓸함’이란 멜랑콜리한 쓸쓸함, 가을바람에 코트 깃을 올리고 비에 젖은 낙엽이 깔린 덕수궁 돌담길을 상념에 젖어 걷는 상투적인 쓸쓸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 쓸쓸함’이란 단지 고요한 달밤에 홀로 길을 걸으므로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비어있는 가슴 속으로 찬바람이 몰려드는 저항할 수 없는 시린감. 불러들이는 감정이 아니라 헤르페스 바이러스처럼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가 시시때때로 나를 움켜쥐는 차갑고 끈끈한 손. 가슴을 짓누르기도 하고 목을 조이기도 한다.

‘절대 쓸쓸함’은 원초적 결핍에 근거한다.

절대 쓸쓸함={사랑받은 양× 교류의 질× 영혼의 깊이}의 역수

쓸쓸함은‘의미있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사랑의 양’과 ‘그 사람과 나눈 교류의 질’에 반비례한다. 사랑이 넉넉할수록, 점성도가 높을수록 쓸쓸함은 멀어진다.
의미있는 사람이란 일차적으로 부모가 되겠다. 조부모일 수도 있고 생면부지의 누구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근본적 관계인 부모가 우선이다. 그것은 개체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우리의 DNA가 그렇게 말한다.
교류의 질은 물리적 시간의 양뿐 아니라 깊이, 소속감, 어우러짐, 나눔 등의 경험에 의해 정의된다. 생물학적인 부모가 있어도 지극한 관심이 없다면 쓸쓸할 가능성은 많다.‘사랑’의 질이 떨어지니까.

‘절대 쓸쓸함’에 매몰되지 않는 최소한의 방법은 마음훈련이다.
마음훈련을 통해 쓸쓸함을 덜 수 있다.
마음훈련은 영혼의 그릇을 키우는 일이다.
책을 읽고 곱씹어보고,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내부소리에 귀 기울이며, 동시에 타인을 지켜보고 숨겨진 의미들을 읽고, 사물의 속성을 살피고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바느질이나 화초를 키우며 심취할 일도 만들고, 피곤해 쓰러져 잘 정도의 노동도 하면서.
사랑받은 양이 극히 적고 생애 주요 인물들과 질적 교류에 실패했다면, 마음닦기에 맹렬한 노력을 기울인다하더라도 뼈 속까지 시린 맛은 이겨내기 어렵다. 사랑의 밑천이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꺼내 쓸 것이 없다.
극복하지 못한 쓸쓸함은 마음의 공부에 턱을 만들어 ‘절대 쓸쓸함’에 발을 담그게 하고야 만다.

영혼의 깊이를 무한대로 늘리면 ‘절대 쓸쓸함’이 ‘제로’에 가깝게 되겠지만 이 세상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도전이다.
아예 포기하면 좀 나을지도 모른다. 쓸쓸함의 체화(体化)다. 쓸쓸함을 운명처럼 지는거다. 정의하지도 않고 어디서 오는 것인가 살피지도 않고 ‘아, 쓸쓸하구나!’ 하고 마는 거다. 자신을 지키는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쓸쓸함의 체화의 부작용은 무감각이다. 쓸쓸함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닥쳐오는 자극들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안다. 선별적으로 반응하기는 어려우니 주변과의 감정적인 교류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쉽다. 그러나 대부분 활기 역시 잃는다.

D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는 재가(再嫁)했다. 어머니를 따라 새아버지 집으로 들어가며 아버지의 유품을 모두 없애도록 종용받았다. 집안 어른들의 새 가정을 꾸미는 어머니에 대한 배려였다. 새아버지와의 생활에 전력해야한다고 누누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 데리고 팔자 고쳤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걱정스러웠는지 살갑지 않았다. 저분저분하지 못한 D가 어머니의 새로 시작된 생활을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새아버지가 잘 해 줘도 겉돌았다. 혼자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았다. 동생이 둘 생겼다. 완전한 외톨이가 되었다.
영국 유학시절, 연구실에서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시간, 이미 날은 어둡고 길 건너 집들은 따스한 불빛에 싸여 있다. 포근한 불빛 속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는다.
지켜보며 버스를 기다리곤 했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정경과 대비되어 고독은 절절했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완벽하게 혼자였다. 매일 저녁 허리를 꺾고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사랑받아본 흔적없이,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다루어진 적 없이 홀로 내던져진 쓸쓸함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항상 위협을 느낀다. 미래에 자신을 혼자 책임져야한다는 불안이 깔려있다. 시쳇말로 빽이 없다.
소중하다고 여길 누군가가 생기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비굴하도록 다 내어준다. 다시 내버려지는 것이 두렵다. 배짱이 있으면 문제해결에 적극적일 수 있어 좀 나을텐데 웬만해서는 배짱이 생겨나질 않는다. 사랑이라는 양식을 먹은 적이 없어 마음에 살이 붇지 못한 탓이다.

D는, 다시 홀로 되는 것이 두려워 살면서 많은 것을 양보했다.
한 달된 아이를 맡기고 미국유학을 떠난 아내 대신 장모와 아이들을 키웠다. 감히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점잖게 다녀오라고 했다.
손을 내밀 곳조차 없는 외로운 섬에 갇혀 사랑의 원초적 결핍을 운명처럼 입고 있었다. 이것이 내 옷이려니 했다. 다른 것이 있는지도, ‘쓸쓸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D에게 있어서 사랑은 ⌜상실」이 아니라 생애 가져본 적조차 없는 ⌜생소한 그 어떤 것」이었다.
아내가 자유선언을 하고 D의 곁을 영원히 떠났을 때도 돌아갈 곳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이들 키워줄 아주머니를 구해달라는 D의 부탁을 거절했다.
아이들을 두고 홀로 그 집을 나선 후 자멸적 폭음으로 외로움을 잊으려 했다. 정신을 잃을만큼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져 자고 술내 풍기며 아침 강의를 하고 또 술을 마셨다. 가슴은 사막처럼 말라가고 눈은 눈물로 범벅이 되지만 등을 토닥여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거듭된 상실에서 선택한 생존전략은 세상에 무심해지는 것이었다. 보고 있지만 느끼지 않는 것, 감정이 속으로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의 숨을 쉬고 아픔을 잊으려 산에 오르고 바위를 타며, 지쳐 쓰러지기까지 테니스를 치고 공부를 했다.
간간이 애를 써도 떨치지 못하는 쓸쓸함에 허둥대기도 했다. 속내를 감추고 야멸차졌다.

이제, 늦게 다시 이룬 가정에서 조심스레 ‘쓸쓸함’의 등급을 낮추고 있다. 사람의 손에 의지하여 마음을 꾸린다.
수식으로 풀어봐도‘절대 쓸쓸함’의 해결은 사람이다.

통증을 방치하면 신경체계가 망가져 종국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듯이 불행히도‘절대 쓸쓸함’이 위로받지 못하고 방치되면 ‘치명적 쓸쓸함’으로 전이되고 만다.
이것은 또 다른 쓸쓸함이다.
(현대수필 2012년 가을호에 게재)

< 林谷 한기정 수필가 약력>
thoth52@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졸업
교육학박사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원
미국 워싱턴주 한인생활상담소 상담원
중앙대학교, 경인교육대학교 겸임교수
강북장애인복지관 자문위원

서울미술제 초대작가, 심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이화문학회 수필부장
송파문인협회 한성백제 백일장 금상 수상
현대수필 등단
서초수필문학회 회원
현대수필문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펜클럽 회원

전공서적  특수유아교육, 아동미술과 특수아동미술 외 다수
논문  유아의 창의성 교육을 위한 철학적 심리학적 기초 외 다수
수필집  「어찌 지내십니까」






葛藤
'위대한 침묵'을 보고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zero
좋은 작품을 올려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게시물의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글 등록이 안되실 때는, ☞수필넷다음카페별관 수필의 뜰로올려주시면 적절히 게시물이동을 하겠습니다.
"★작가별 수필 검색~ www.supil.net 수필넷 [ 에세이 아카데미아 ]방문 환영~ Thanks for visiting~! Enjoy...Thanks!"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