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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희(2015-09-18 08:18:47, Hit : 783, Vote : 98
  '위대한 침묵'을 보고

           '위대한 침묵'을 보고서
                   -세상 속의 수도원을 꿈꾸며-

                                                       최 영 희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존경하는 K 목사님의 추천과 남편의 권유가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위대한 침묵’이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매력 때문이었다.
  이는 알프스의 깊은 계곡, 해발 1.300m 높은 고지에 자리 잡은 카루투지오 봉쇄수도원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대사가 거의 없으며 침묵을 체험케 하는 다큐멘터리다. 수도사들의 기도와 말씀 묵상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무언가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 내면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는 허전함이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위대한 침묵의 의미를 깊이 깨닫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며칠 후 다시 그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
  침묵의 자유로운 공간 속에서 그곳의 모든 일상과 하나가 되어 본다. “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침묵으로부터 온다.”라는 문구와 “주님이 나를 이끄시어 내가 이곳에 있나이다. 너희가 모든 것을 버리지 아니하면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나니” 메시지가 화면에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 말씀은 내 안의 나에게 자주 들려주던 말씀이기도 해서 침묵으로의 여행길에서 다시 묵상 게 했다.
  3시간 동안 고요한 침묵 속에서 들려오던 맑고 웅장한 종소리, 시원한 바람 소리, 새 소리, 그리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어린 시절의 순수처럼 나를 사로잡았다. 특히 늙은 수사의 상처에 밝은 미소로 말없이 약을 발라주는 젊은 수사의 따뜻한 마음이 정말 순수하게 느껴졌다. 어두운 독방에서 마음 모아 열심히 기도하며 묵상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종이 울리기 전 기도에 몰두하는 수사의 모습은 거룩 그 자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땔감을 반듯하게 정리 정돈하는 수사도 있고, 소복이 쌓인 눈을 치우는 백발의 노 수사는 천사 같았다. 방마다 창문을 통해 식사를 넣어주기 위해 긴 복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제복의 수사 그 누구 하나 찡그리는 표정 없이 온화하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삶, 그것이 바로 진정한 경건의 모습이 아닐까.
  비록 세상과는 단절된 생활이지만 누가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욕심 없이 묵묵히 위를 바라보며 절대자인 그분과만 교제하며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깊은 신앙의 삶이다. 분주하고 소란하며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자기 유익만을 추구하려는 우리네 삶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눈먼 노 수사의 독백이 마음에 가장 뜨겁게 다가왔다. “눈이 먼 것도 주님의 영적 배려였다. 나를 이끄시는 자에 의해서 내가 여기에 있게 됨에 감사한다. 하나님과 많은 시간 교제하며 평안과 감사 속에 사는 자신을 본다. 절제와 인내의 시간 속에서 자신은 하나님을 닮아갔다.” 라는 수사의 말에서 나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랬다. 그는 어둠을 통해 밝은 빛을 보았고, 침묵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 노 수사의 말이야말로 수도원의 침묵을 대변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는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도 정상인 이상으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도 정신적 장애를 이기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도 많이 보게 된다. 비로소 이 영화의 의미가 가까이 다가온 듯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세계 최고의 지성인이며 신학자인 헨리 나우웬은 하버드 예일대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한때 예수회 사제로 서품을 받은 분이었지만 그는 그곳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수도원을 떠나, 빈민가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공동체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는 데 열정을 바쳤다. 어두운 세상에서 영혼의 양식이 되는 여러 권의 저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의 저서 가운데서 <상처받은 치료자(Wounded Healer)>는 심리 치료사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필독서가 되고 있다. 그분이야말로 자기를 온전히 비움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 경우가 아닐까.
  이처럼 어둠을 밝히고자 헌신과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희망적이다. 어둠이 있으면 밝음도 있기 마련이다. 책을 통해서나 인간관계를 통해서나 상처를 치유 받고 자유로워지는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절대자의 은혜를 경험한 눈먼 수사의 평안과 같을 것이다. 비록 앞을 보지 못해도 잡힌 손을 놓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 속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넘치리라. 잠시나마 참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위대한 침묵에 감사한다.
  
  알프스 깊은 계곡 수도원에서 침묵으로 드리는 기도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라면, 헨리 나우웬은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주의 사랑을 실천한 세상 속 수도원의 수사다. 내 집, 내 교회도 세상 속 수도원이 되길 꿈꾸며 침묵으로 나를 인도해 주신 그분께 깊은 감사 기도를 드린다.  

2010 가을 발표 (원고지 12.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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