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화꽃과 아이들
가을이 온다기에 그저 그런가 했는데
노랑,빨강.보라.하양 의 수많은 국화의
얼굴이 가을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섬을 화장하고 있다
멋지다. 멋지다. 화장한 섬의 얼굴이 멋지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도 멋지는데
향수는 왜 뿌렸는지
국화! 넌 가을의 소년
네 얼굴에 키스한다고
파출소에 가지 않겠지?
꼬마들도 국화꽃 같은 옷 입고 재잘재잘 웃으며
선생님 걸음따라 다닌다.
제자리에 말없이 서있는 꽃에도 키스하고
싶은데 국화꽃처럼 알록달록한 옷 입고
재잘재잘 웃으며 걸어다니며 피는 꽃에는
더 키스하고 싶다.
아마 멀리 떨어져 아주 멋지게
가을 소년으로 피어가고 있는
손자가 보고싶어서일까?
내일이 손자놈 생일인데.
2004 년 10월. 마산 돝섬의 국화 박람회를 보고.
* 오! 아름다운 국화의 섬
제5회 마산가고파 국화축제를 돝섬(가고파 랜드)에서 열렸다.
푸른 섬, 쪽빛바다, 오색 국화의 만남이란 주제로 돝섬 일대를 30만분의 국화로 단장을 한 축제는 10. 26~11. 3일 까지 열리는데, 시민참여 국화작품 전시 및 소망 등 달기와 야외무대에서 국향무용공연 외 13종목의 예술 행사를 갖게 된다.
작년에도 이 섬에서 열리는 국화 축제에 참여를 하고 많은 감격스러움을 느낀 나는 올해도 그 날이 기다려져 있었는데, 뜻밖에 후배가 전화를 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마산 항 여객선 터미널로 갔다.
그 곳에는 마산시 공예품 및 중소기업 우수제품 전시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우수한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모두 다 좋았지만 특히 내가 호감을 간 작품은 천연 염색으로 물들인 옷감들이었다. 하늘하늘한 천에 곱게 물들인 옷감들을 보니 우리 옷 한 벌을 맞추어 입고 새해의 세배를 하고 싶었다.
관광 유람선을 탔다. 작년에 타고 갔던 유람선 보다 넓고 예뻤다. 평일이라서 복잡하지 않아 가뿐한 맘으로 2층에 올라가 잔잔한 바다 위를 떠서 돝섬에 도착했다.
제1선착장에 내려서 바다 옆을 보니 화려한 색으로 연꽃을 만들어 띄워 놓았는데, 마치 심청이가 왕후가 되어 꽃봉오리 위에 우뚝 솟아올라 서서 우리 국민들의 화합과 소망을 꽃배에 꽂아놓고 국민들 모두 보라는 듯이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보랏빛 환상의 순간이었다.
국화로 <마산가고파 국화축제> 라고 글을 써서 꽃동산을 꾸민 입구에는, 오색찬란한 국화를 등에 지고 서 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관광객들로 하여금 사랑스러운 키스를 하도록 했다.
우리는 허브와의 만남과 약초와의 만남의 터널에 들어가 산세베리아와 50여종의 약초 향기에 취하여 나올 생각도 잊은 체 그냥 코를 흑! 흑! 대고 서 있었다. 꽃과 약초는 신이 만들었는데 그 것을 캐어 주렁주렁 달아놓은 인간의 예술은 너무나 지혜로웠다.
국화로 단장한 좁은 길을 오르노라면 아직 만개하지 못한 예쁘고 작은 국화가 촘촘히 누워 있었다. 아마 이 기간이 끝나고 나면 그 노란 얼굴을 내밀어 봐 주는 이 적은 자기들만의 꽃 잔치를 할 것 같다. 또 가다가 허수아비 50점을 대충 보았는데 참 재미가 있었다.
여러 곳에 무리로 심어 놓은 국화 밭을 돌아다니다 배가고파서 서커스 공연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 소고기국밥을 사먹고 주제마당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오색의 국화로 하트형을 만들어 기념 촬영을 하도록 했으며, 아주 작은 초가집을 지어 호박, 감나무 등 과일나무와 단풍나무를 심어 내 고향 함양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국화모형으로 공룡, 5층 석탑을 만들었는데 석탑이 천천히 돌고 있어 내가 회전무대 앞에서 오페라 감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와서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확대한 모델 사진을 들고 한판에 5000원이라고 하여 둘이서 각각 한 장씩 즉석 사진을 찍은 후 돈을 주니 아? 글쎄 아주 작은 카메라 사진을 주었다. 우리가 속은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여하튼 기분은 찹찹했다. 그래서 후배가 남편에게 전화를 하여 퇴근하고 올 때 카메라를 꼭 가지고 오라고 했다.
기분도 삭힐 겸 의자에 앉아 추억의 국화빵을 사 먹었다. 맛이 달콤하고 좋았다. 먹으면서 내가 후배를 보고 이렇게 말 했다.
전국 SFC 운동회 때 부산 남교회당 앞에서 국화빵으로 박oo 장로님의 긴 기도가 다 끝나도록 사 먹었었던 추억을---
분재전시회장을 들어갔다. 분재를 보면 예술의 묘미를 더 느끼게 한다. 어쩌면 그렇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감탄을 안 할 수 없다. 솔직히 나는 화분을 몇 개 사와서 키웠는데 한번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죽였기 때문이다. 분재 하나하나의 이름과 작가들을 읽고 나오다 분재 월별관리 요령의 유인물을 받아 나와 집에 와 읽어보니 내 성격 하고는 전여 거리가 먼 정성의 대가를 깨달았다.
돌다보니 제2선착장 까지 걸었다. 조용한 데이트 코스를 한바퀴 돌며 옛 이야기로 젊음을 찾았다. 53년 전에 시골에서 이곳 마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바다를 보고 놀랐던 이야기며, 조개를 캐기 위하여 돝섬에 왔다가 술 취한 나룻배 아저씨 때문에 외국서 들어온 아주 큰 배의 물살에 치어 낙엽처럼 떠다니다 배 밑에 들어가 죽을 번했든 공포의 순간 등을---
오후 6시쯤 후배의 남편이 왔다. 기념 촬영을 위하여 다시 보고 왔던 장소를 돌았다. 가족들이 들어가 함께 찍는 꽃 하트에 들어가 찰깍. 후배 남편이 시키는 장소에 서서 번쩍, 또 유명 시인들의 시를 써 놓은 현수막 앞에서 경건 되게 한 장을 찍고 조각 한점을 만났다. 마산의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화백이 만든 <평화>의 글을 읽다보니 반갑게도 내가 수필지도를 받은 정목일선생의 글 이라고 써 있어 가슴 뿌듯했다. 거기서서도 한판 찍었다. 생각보다 많이 촬영을 못했다.
내려오다가 특별한 글이 써 있는 현수막을 보고 외웠다
“ 창조주가 제일먼저 피운 가을꽃은 코스모스고. 창조주가 제일 나중 피운 가을꽃은 국화다” 그렇다면 나는 금년에 제일먼저 핀 가을 꽃 길을 흡족히 못 가본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인생의 가을꽃인 국화를 원 없이 보고, 즐기고, 향기를 맛보았다.
창조주의 예술품인 푸른 섬 쪽빛바다 위에 인간이 만든 예술품 흔들 다리를 건너 후배 남편이 사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상쾌하여 신경선 두통도 사라지고 머리가 한결 가벼웠다. 답답했던 심장도 탁! 트였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꽃을 보고, 좋은 음악을 듣고 악을 품을 수 없으리니 오! 아름다운 돝섬이여 내년에도 인생의 먼지를 깔끔히 씻어주는 보다 더 아름다운 에덴동산으로 변하여 오는 이들 마음마다 가슴마다 영원한 기다림으로 남기를---.
2005년 10월.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를 보고.
정영숙(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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