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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아카데미(2008-06-24 19:26:25, Hit : 955, Vote : 94
 내 반 아이들



내 반 아이들 

  정 목 일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홉 살에서 열 살인 3학년 아이들은 으레 이빨이 두세 개쯤 빠져 있어, 웃을 때 드러난 잇몸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개구쟁이들입니다. 조금도 가만있질 못합니다. 어떤 때는 얄미워서 벌을 주고 싶어도, 벌쭉 웃고 마는 그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면 스르르 화가 풀리고 맙니다. 웃음 사이로 보이는, 새싹처럼 앙바틈히 돋아난 새 치아를 보면, 그만 안아서 얼굴을 대고 볼을 비비고 싶도록 귀엽습니다.

나는 엄숙한 선생님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반은 좀 시끄러운 편이나, 어느 반보다 명랑하고 쾌활합니다. 사실은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싶어 공연히 노는 아이의 뒤로 가서 살며시 눈을 가리거나 줄넘기 줄을 잡아 주기도 합니다. 그들의 놀이에 끼어드는 것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봅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땅 뺏기 놀이, 콩돌 놀이는 학교에서 금하고 있지만, 난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는 사행심을 기르고 땅뺏기놀이, 콩돌 놀이는 손이 더럽혀진다는 이유지만, 이런 놀이를 통하여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구태여 구슬이나 딱지를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주머니 속에 든 구슬이나 딱지는 그들의 명예로운 보배입니다. 주머니 속의 보배들이 꿈속에까지 즐거움을 전해 주던 내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딱지 치는 신바람, 구슬을 겨누는 아이의 영롱한 눈빛, 구슬이 딱 마주칠 때 느끼는 즐거움을 빼앗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들은 놀이를 통하여 친구를 사귀며 만물과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들은 입보다 눈으로 더 많은 말을 합니다. 놀이를 할 때의 아이들을 보면, 두 볼에 웃음이 흐르고 눈은 별처럼 반짝입니다. 한 사람이 앞서 달리고 뒷사람이 잡으러 뒤따르는 이런 단순한 놀이가 어째서 아이들을 웃음이 넘쳐 나도록 즐겁고 신나게 만드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은 누구와도 곧잘 사귀며 어울리는 친화력을 갖고 있습니다. 어른들처럼 서로 경계하지 않고 어떤 조건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타인을 의식한다면 이들은 이미 어린애가 아닙니다.

나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 줄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그럴 때면 교실은 다른 세계로 빠져 드는 듯 평온하고 조용해집니다. 세계 명작 동화도 들려주지만, 내가 쓴 동화를 들려줄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동자 속을 들여다보며 목소리를 가다듬어 이야기합니다. 내 어설픈 동화가 재미를 잃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여, 몇몇 아이들이 듣지 않고 장난치는 걸 보면, 나는 너무나 슬퍼집니다.

나는 시험점수에 욕심을 부지리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가슴속에 언제까지고 잊히지 않는 기억의 푸른 씨앗을 하나쯤 심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교사란 학생들의 가슴에 씨앗을 심는 사람이 아닐까요. 씨앗은 아마도 사랑과 지식과 정신이겠지요. 그 씨앗을 움트게 하고 꽃피워 열매 맻게 하는 것은 그들 자신의 노력이지만 씨앗을 심는 이는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가슴 깊이 꿈의 씨앗을 심는 교사가 되나, 나는 한숨을 내쉽니다.

나는 늘 자가용 버스가 한 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을 버스에 싣고는 교과서에 나오는 도시, 어촌, 산촌으로 가볼 작업니다. 항구를 보고, 은행, 빌딩, 탄광, 공장, 박물관에도 가 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워할까요. 수업을 하면서도 내 자신이 참 시시하게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오관이 예민한 악기들입니다.
좀 더 신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요.
나의 최대의 약점이자 떠나지 않는 고민은 음악 시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음악에 소질이 없는 것을 한탄합니다. 그래서 음악 시간에는 다른 반 여선생님과 바꾸어서 수업을 해야만 합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음악 시간 때문에 교직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만약에 내가 아이들과 함께 음정을 틀리지 않고 멋지게 노래 부를 수만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합창을 지도하는 나의 모습이 꿈속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도벽이 있는 아이를 만났을 때,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보았을 때는 나에게 신비한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 해 봅니다. 조금도 흥분하지 않고 벌도 세우지 않고 그들의 가슴 속에 어떤 감동의 물결을 일으켜 맑은 눈물을 흐르게 하는 힘이 없을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아마 일생 동안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텐데······. 그런 절호의 기회를 만났을 때 마음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지 못하는 내 무능이 저주스럽기만 합니다.

일 년의 담임이 끝나면 새 아이들과 만나게 됩니다. 나는 공책에 우리 반 아이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고이 적어 둡니다. 뒷날, 아이들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마음속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안녕, 안녕! 우리 반 아이들아······. " @

수필집 '모래밭에 쓴 수필' (2008. 문학수첩)





sysop (2008-06-24 22:44:01)  
한편의 문예영화를 보고 있는 듯 마음이 젖어들고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프란 (2008-06-29 21:38:47)  
'내 반 아이들'을 조무래기 아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 주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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