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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월화(2006-08-05 15:47:14, Hit : 4474, Vote :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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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 피우는 소리


도월화 ( 수필가 ) 수필집 ' 여월여화 (如月如花)' 출간 2000년 <창작 수필>에 [잃어버린 향기] 당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창작수필문인회 회원, 사계 회원 인터넷수필마을, 에세이 아카데미아 sysop 경북 군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졸업 (前)영등포 중 사회과 교사 (前)한국 가정법률상담소 전화상담 (10년간:주1회봉사) 개인 홈: http://ssopia7.kll.co.kr http://blog.chosun.com/supil 수필마을 웹사이트: http://supil.linuxtop.co.kr E-메일: ssopia7@yahoo.co.kr

연꽃 피우는 소리 / 도월화 ( 수필가 )

나는 연꽃 피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연지 가까이 살아 본 적이 없어서일까. 목포에서 시를 쓰며 약국도 하시는 김 시인님은 연꽃 피는 소리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새벽 미명의 적요 속에서 그 소리를 기다렸단다. 그 분의 선배 시인 한 분이 정색을 하고, 목포 부근의 회산 연꽃 단지에 해뜨기 전에 가면, 꽃 피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몇 분들을 부추겨서 깜깜한 새벽에 연꽃 단지로 갔다는 것이다.

나도 이른 아침 연못에 가서 연꽃 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상상만 해도 신비스런 향기가 피어오르는 연지 정경이다. 자비의 등불인가.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붉은 꽃등. 혼탁한 물을 깨끗하게 정화해 줄 것만 같은 하얀 꽃등. 홍련, 백련이 수면 위로 피어나면 행여 등불이 물에 빠져 꺼질세라, 연잎은 푸른 우산을 펼쳐 녹색 양탄자를 깔아놓는다. 꽃잎 위의 이슬이 햇살에 반짝이면, 잎사귀에 또르르 구르는 물방울이 까르르 하고 웃는 소리, 여름날의 소나티네를 연주한다.

하필 왜 연꽃 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할까, 꽃 중에서 가장 가벼운 꽃이 연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릇 가벼운 것은 물에 뜨게 마련 아닌가. 가벼워지면 부피가 커지고 그 한계점에 이르면 부풀어터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벼운 것이 좋다. 나비처럼, 안개처럼, 아지랑이처럼. 무거운 표정보다 바람소리 같은 웃음이 좋고, 가볍게 몸을 풀 때 영육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사람사이도 이해관계로 얽혀 무겁게 눌려있기 보다는, 모든 것을 떠나 허심탄회하게 눈 맞추고 웃을 수 있는 이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연꽃도 꽃피는 소리를 내는데, 사람인들 꽃피우는 소리를 못 내란 법이 있겠는가. 만약 연꽃이 가벼워서 피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인간도 가벼워질 때 꽃피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일까. 세간에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체중만이 아니라, 일회성의 가벼운 것을 선호하고, 되도록이면 깊이와 무게가 있는 생각을 않으려 하는 경향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몸이 아니라 마음 비우기가 중요한 것이다.

가벼운 것이 좋기는 하나, 정중동 동중정(靜中動動中靜)이라 했던가. 단전호흡을 할 때도 편안하게 이완시켜야 하지만, 단전에 확고한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한다. 한없이 가볍기 위해서는, 한없이 무거운 중심을 깊이깊이 감추어 둘 때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연꽃은 풍선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씨앗은 아주 단단하다. 오늘날 연구 결과 노화를 더디게 하는 특수한 효소를 연 씨에서 발견했으나, 예전에는 딴딴해서 씨의 수명이 길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연 씨앗의 수명은 우주 생성과 때를 같이 한다는 가설까지 있으며, 고문헌에 의하면 이천년이라 한다. 참으로 심지가 굳은 연꽃이라 하겠다.

그런가 하면 연잎도 단단해서인지 물기나, 수분보다 점도가 높은 꿀 같은 것도 흡수 하지 않는다. 먼지까지 물에 말아서 떨어뜨리는 현상은 흔히 연꽃 효과라고 불린다. 연꽃줄기는 부러지면 가는 실 같은 것이 나오는데, 길게 늘여도 끊어 지지 않는 것이, 헤어지는 연인들의 낭만을 뜻 한다던가.

아름다운 인생을 꽃피워 보여주는, 연꽃 이야기가 있다. 지혜로운 아내의 연꽃처럼 고운 마음을 담은, 청나라 건륭(乾隆)때 심복(沈復)의 자서전, <부생육기(浮生六記)>라는 책이다. 심복의 아내, 운이가 아침마다 내주는 차는 향이 독특하고 은은했다. 가만히 아내의 차 끓이는 방법을 눈여겨보았다. 수련은 저녁에 꽃 심을 오므렸다가 아침이면 활짝 핀다. 아내는 저녁이면 차를 비단 주머니에 감싸 꽃 심에 넣어 놓는다. 차를 품은 수련은 밤새 별빛을 받고 달빛을 맞는다. 아침 일찍 꽃봉오리가 벙글 때 꺼내, 차를 달이는 것이 아닌가. 말단 관리였던 남편 수입으로 향기로운 고급차를 끓일 수 없어 생각해낸 운이의 지혜이다. 이 같은 멋을 운이가 저승으로 떠난 후에 더욱 실감하게 된 심복은 눈물로 아내와의 추억을 그린다.

모두가 헛된 욕심을 비운 마음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디 마음 비우기가 쉬운 일인가. 그게 어려운 것은 오늘만 마음을 비우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일도 모래도 그 다음날도 비워야하기 때문이다. 어느 아주 마음이 맑아진 하루, 마음을 온전히 비운 날이 설령 있었다 해도, 그 후에 조금만 고난이 와도 다시금 심사에 먹구름이 무겁게 드리우지 않던가. 아, 매사에 지지부진한 나는 언제나 주위에 꽃피우는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오는 여름에는 연꽃 피는 소리나 실컷 들으러 가 볼까나.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밤새 긴 침묵과 명상이 새벽 미명에 깨달음으로 펑,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터져 나오는 것이 연꽃인가. 땅 속 깊이 용암이 끓지 않으면 화산이 터지지 않는다. 언젠가 내게도 용광로 같은 인생의 긴 밤을 자비의 연등으로 밝혀 아름다운 삶을 꽃피울 수 있는 날이 과연 오려나. (2004. 5.) http://ssopia7.kll.co.kr
계간[창작 수필] 2005. 여름호 수록




퍼옴 (2008-09-22 00:48:11)  


답글

심은희 (2004-11-30 11:41:16, Hit : 12, Vote : 0)

덧글이 안 올라가서 이 곳에 올립니다.

도월화님! 아름다운 이 한 편의 수필이 바로 펑하고 터진 도월화님의 연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잠깐, 연지를 나즈막히 덮고 흐르는 연꽃향을 맡은 것 같기도 합니다. 연꽃에 대한 사랑과 깊은 이해없이는 이런 글이 나올수 없다고 봅니다. 글을 쓰는 자세가 그리는 되어야겠지요. 참 좋은 글 한 편 읽고 나갑니다.



답글

소피아 (2004-11-30 23:19:48)

졸문 서두를 장식하신 김시인님이 그러시는데요,^^

목포 인근 무안군 일로면 동양 최대의 연꽃단지에서

깜깜한 새벽에 아무리 기다려도 연꽃 피는 소리가 나질 않더래요.

그런데 문득 펑,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거예요.

흥분해서 인근 마을로 가, 연꽃 피는 소릴 들었냐하니 바보를 쳐다보듯 보더니,

저건 논에 참새 쫓는 총소리라오 하더래요. 쿠쿠...

과분한 평에 감사드립니다.  



답글

바다새 2006-07-29 22:07:52

소피아님~

"연꽃 피우는 소리" 2004년 5월에 쓰신 수필이군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참 마음에 와닿는 좋은글입니다.

까탈스럽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떠나 허심탄회하게 눈 맞추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죠.

덕분에 아름다운 수필 잘 감상했습니다.  



답글

안개.2 (05/06 11:15)

'......사람사이도 이해관계로 얽혀 무겁게 눌려있기 보다는, 모든 것을 떠나 허심탄회하게 눈 맞추고 웃을 수 있는 이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도월화 님이 수필 "연꽃 피우는 소리" 잘 감상했습니다. 함께 사는 이웃에서 두번째로 반갑게 만나 마음 공부 많이 했습니다. 어디에선가 연꽃 피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답글

소망 (05/06 17:12)  

연꽃을 직접 만나보았는데 무척 화려하고 이쁘더군요. 아직까지 연꽃 피우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여름에는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해봅니다



답글

소라성 (05/07 13:13)

아름다운 인생을 꽃피워 보여주는 연꽃 이야기 감상하면서 진한 감동이 오네요. 두번 감상하면서 깊히 생각하는시간 갖게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답글

혜숙 (05/07 15:27)

<'언젠가 내게도 용광로 같은 인생의 긴 밤을 자비의 연등으로 밝혀 아름다운 삶을 꽃피울 수 있는 날이 과연 오려나'>

글귀가 좋아 이곳에 옮겨 보았어요.



답글

강진규 :

아직 연꽃 피우는 소리를 한번도 듣지 못했는데 언젠가는 꼭 듣고 싶네요. 정성스럽게 올려주신 수필 잘 감상했어요.  



답글

소피아 06.09.07 11:19

서두를 장식해주신 김 시인님은 바로 갯땅쇠 김영천 시인님이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답글

김영천 06.09.07 14:21

아하, 제가 등장하는 수필도 있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 때는 시에 미쳐서 좋은 곳만 있다면 어디든지 갈 때입니다. 선배 시인의 말만 듣고 승용차 두 대로 깜깜한 일로 회산 연꽃 방죽에 가서 엎드려 기다린 적이 있지요 . 동이 틀 때 쯤 들린다는 소리가 영 들려오질 않더라구요. 그 때 문득 펑, 하는 소리가 들려서 아, 이 소리구나 했더니 그 건 먼데 논에서 새 쫓는 총소리더라구요. 꽃이 피는 소리는 내 마음에서야 비로소 들리는 것을요. 마음이 탁해서, 귀가 탁해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지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귀한 글 기다리겠습니다. 멋진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답글

미음(微吟)김용현 06.11.12 15:04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이글을 읽고 한편의 시를 써볼까합니다 ... 약간의 시상이 떠올라서 ...  



답글

미음(微吟)김용현 06.11.12 15:06  

간접경험으로, 경험하지는 못햇지만 직접 경험한것처럼 감정이 물밀듯 다가옵니다 ... 화포(花砲)로 시제목을 하면 .. 좋은 글귀가 나올까 기대됩니다 ..  



답글

구인환 06.11.15 23:02  

연꽃 피는 소리로 듣고 생각하고 의미를 더하여 나와 인생의 삶에 귀결하여 쓴 값진 수필이네요. 연꽃은 물론 모든 생명이 꽃피울 때의 진통이 없을까요. 10만명이 모이는 무안의 연꽃 축제가 손짓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끝부분의 자성에 의한 변화가 문학이 주는 향취로 다가오ㅈ ㅏㄶ아요. - 구인환 교수님카페에서-



답글

숙영 06.11.26 10:14

갑자기 가슴이 뛰네요..연꽃 피는 소리라니요...저도 달려 가고 싶습니다...



답글

솔바우 04.10.27 16:40

수준 높은 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연꽃이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답글  

☆놀러ㄱrㅈr 04.11.11 18:46

마음을 비우려 무진 애를스지만 오늘도 역시 마음에는 오만가지 애증과 갈등 뿐입니다



답글

글제목 시월 첫날입니다.

글쓴이 초원 글쓴날짜 2004.10.01 (211.186.218.212)

오랜만에 동생 글광주리를 들추어 좋은글 읽고 갑니다.

연꽃 피는소리. 참 좋으네요.

연꽃이 너무 좋아 이십 수년 뜰에 키우고 있습니다만

아직 그 맑은 소리를 듣지 못햇네요.

제 경험에 의하면 연꽃은 지는 해를 보며 입을 다물고,

뜨는 햇살을 받으며 봉심을 피우지요.

달같은 분위기이나 해를 사랑하는 정열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계절 좋은 작품 펑펑 터뜨리소서.

우리 집 野生草
魂으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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