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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희(2016-06-28 15:33:36, Hit : 667, Vote : 100
 정류장에서

정류장에서

김재희

버스 정류장에서 며느리를 만났다. 급히 버스를 타려는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부른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저녁이면 가끔씩 내가 서 있던 자리다. 그 자리에 며느리가 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모임 시간이 촉박하여 제대로 이야기도 못 나누고 서둘러 버스를 타고 가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습관처럼 아이들 귀가 마중을 나갔다. 딱히 바쁜 일도 없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집이 아닌 귀가 길에서의 만남은 폴짝거리며 뛰어 오는 것만 봐도 행복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는 집에 없는 날이 많았다. 항상 바쁜 엄마는 외출중이거나 밭에 있었을 것이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빈 집을 들어서기가 왜 그리 썰렁하던지. 엄마를 찾기 보다는 할머니가 계신 큰집으로 내 달리곤 했다. 밭에 있는 엄마를 찾기라도 하면 분명 얼른 가서 숙제나 하라고 채근 할 테지만 할머니는 제 어미가 집에 없나보다 하고 감싸 주실 것이니까.

그 때문인지 아이들 마중 나가기는 성인이 되어도 종종 해왔다. 정류장에서 집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그 짧은 시간 나누는 이야기의 깊이는 헤아릴 수 가 없다. 서로의 근황이나 상의할 일들이 집 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게 나누게 된다. 다 큰 후로 다녀왔다는 인사와 함께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마중 길에서 만나 조잘대며 학교생활 이야기와 친구들 이야기를 하던 모습들이 떠올라 그 방법을 지속한 것이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날씨가 춥거나 밤늦은 시간이면 뭐 하러 나왔느냐고 슬쩍 핀잔을 주면서도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보면 과히 싫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가끔은 그 길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술 한 잔 하면서 서로의 걱정거리를 털어 놓기기도 했다.

이제 그 일도 끝이 나 버렸다. 작년에 딸이 결혼을 하고나서, 하나뿐인 상대였던 아들이 지난달 결혼을 하여 분가를 하니 저녁이면 집에서 기다릴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숱한 날들 버스 정류장을 서성이던 시절도 한낱 어미의 행복한 추억 거리로 남아버린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은, 목도리 둘둘 말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엄마를 기억이나 할까.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확인하며 서 있던 그 자리에 예쁜 며느리가 아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아들은 얼마나 반가울 것인가. 엄마와의 만남과는 다른 기쁨으로 충만할 것이다.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갈 것이다. 둘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하다.

바람이 심한 때문일까. 차창 밖 거리에 낙엽이 흩날린다. 차려주고 나온 저녁상 앞에 앉아있을 남편이 떠오른다. 텔레비전 소리만 울리는 집안에서 혼자 식사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혼자 남겨진 듯 한 허전함을 느낄까. 아니면 아버지의 임무를 마친 홀가분함이라도 느끼고 있을까. 아이들은 다 나가고 남편도 은퇴라는 피할 수 없는 길을 택했고, 동동 거리며 식구들에게 매달리던 나도 딱히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은 휑해진 집안이 요즘 많이 허전하다. 때문에 쓸데없이 옛일들을 되새기는 날들이 많아졌다. 가끔은 아이들 손을 잡고 갈대꽃 하얗게 날리는 방죽 길 걷던 꿈도 꾼다. 들꽃을 꺾어들고 나풀대던 아이들은 아마 아득한 어린 기억 속에서나 젊은 엄마를 만날 것이다.







사투리가 있는 풍경
여석(餘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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