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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환(2016-01-22 10:31:05, Hit : 725, Vote : 96
 변화구를 기다리며

변화구를 기다리며
吳  岐  煥

   봄이 기다려진다. 봄이 오면 야구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은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야구의 계절이다. 그래서 이 계절들을 좋아한다. 나는 운동을 잘 하지도 못하고 구경하는 것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야구만은 예외이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친한 후배가 야구선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야구 속에는 인생살이가 들어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팀이 경기하는 날엔 야구장을 찾기도 하고 바빠서 못갈 때는 중계방송은 빼지 않고 본다. 지난번 올림픽 야구를 보면서는 나답지 않게 열광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희망을 확인하기도 했다.
   야구는 선택의 운동이다. 투수는 타자 앞에서 고민한다. 포크볼을 던질 것인가, 직구를 던질 것인가, 아니면 변화구를 던질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사4구를 던져 타자를 걸릴 것인가를 결정해야한다. 그것도 단 5초 내에. 또 1루를 견제해야할 것인가, 도루를 묵인할 것인가 이 또한 5초 내에 선택해야하는 운동이다. 인생도 야구처럼 삶의 고비 고비 마다 선택하며 살아야한다.
   야구는 득점하는 순간이 다양한 운동이다. 홈런 한방으로 동료의 도움 없이도 득점을 할 수 있다. 인생도 도전에 성공하면 누구의 도움 없이도 부를 누리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가하면 주자가 3루에 진루해 있어도 뒷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득점할 수 없는 게 야구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혼자 힘으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과도 같다. 내 타격 실력은 1루까지였지만 누군가가 열심히 공을 쳐주면 진루할 수 있고 활짝 웃으며 홈을 밟을 수도 있다. 이렇게 득점하는 순간도 다양하다. 홈런을 치고 여유만만하게 들어오는가 하면 간발의 차이로 온몸을 날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들어오기도 한다. 인생도 성공하고 돈 벌고 행복해 지는 것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야구는 알게 해 준다.
  야구는 희생과 협동의 운동이다. 희생 플라이나 보내기 번트는 말 그대로 희생적이다. 내가 방망이를 댄 순간 나는 아웃되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방망이를 대면서 속상해하지 않고 억울해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이렇게 희생해줄 수 있음을 알기에 더 그렇다. 인생도, 나하나 희생해서 자식 공부시키고 먼발치서 바라보는 부모, 또 자식을 기르면서 이런저런 고초도 겪고 비굴한 순간도 감수하는 부모, 이 또한 인생의 희생플라이요 번트이지 싶다.
  야구는 제자리가 정해져있는 운동이다. 경기가 끝날 때 까지 공한 번 잡아보지도 못하는 자리에 있어도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한눈을 파는 순간 공은 날아오고 팀은 나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 내 자리가 버겁거나 사소해 보여도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야한다. 젖 먹던 힘을 다해도 1루가기 힘든데 다른 이는 한방에 홈런을 날리거나 태어날 때부터 3루에서 시작한 것 같다고 불평하며 절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루 1루 착실하게 밟다보면 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그 홈으로 들어오는 길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닌 협동과 희생의 결과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한눈팔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그들이 있음을 알기에 더 그렇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의 운동이다. 또 뭉치고 믿어야 이길 수 있는 운동이다. 야구처럼 위기 다음에 기회가 찾아오는 운동도 드물다. 그런가 하면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반드시 위기가 오는 운동이기도 하다. 위기 다음에 반드시 찾아오는 기회를 믿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형편없이 지고 있는 9회 말 투아웃에도 기회는 찾아온다, 해서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 라는 말이 있다. 끝까지 가봐야 끝이 보이는 것처럼 가족을 믿고 제 자리를 지키며 인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9회 말 투아웃인 지금도 인생은 끝이 아니다. 아니, 시작이다.
  나, 살아오면서 나에게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치기 어려운 변화구만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작은 눈을 부릅뜨고 낙차 큰 변화구를 노려봐야겠다. 어찌 알겠는가. 제대로 한방 날릴 런지.
2009. 4. 20(10.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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