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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국(2016-06-25 12:00:46, Hit : 729, Vote : 87
 사투리가 있는 풍경

사투리가 있는 풍경/ 백승국




   내 공향 말투가 모호하고 굼뜨다고 한다.

   사투리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본보기가 되는 예문은 충청도 사투리다.

   "아~버~지~돌~굴~러~와~유~." 끽.

   이미 상황이 끝났다는 말이다.




   60년대 초 내가 군대생활 할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언어폭력 중 하나다.

  사병들의 언행이 분명치 않고 우물쭈물하면 당장 너 충청도 X이냐고 몰아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동쪽이나 북부 산악지대 사람들의 사투리는 악센트가 강하고 공격적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평지가 많은 서쪽 사람들의 사투리는 상냥스럽고 사근사근한 반면 중부지역인 내 고향 사람들의 말투는 어눌하다. 끊고 맺음이 없어 촌(村)스럽고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말의 높고 낮음도 분명하지 않아 때로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충청도 사람들은 음흉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꾼들은 항상 내 고향에서 골탕을 먹는다고 불평했다.

   내 편 네 편을 계산하는 투기장에서 유권자들은 시원하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다. 후보자가 열을 올려도 표정이 없고 오히려 시큰둥해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급한 일이 없다. 구태여 당장 yes, no를 밝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판에서 밀고 당기던 '진실게임'에서도 충청도 말투가 뒷 얘기가 됐다. 사낭늬 진상을 밝히라는 측의 공격에 당사자는 자기 고향 사람들의 말투를 원용, 변명(?)을 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때 특정지역의 사투리는 기피대상이 되기도 했고 반대로 힘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순수한 토속적인 말투가 정략적인 수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투리는 말 그대로 고향의 맛일 뿐이다.

   휴가 중 충청도 지역을 통과하다가 봉변을 당했단다.

   때마침 과일철이었던 모양이다. 노점에서 과일을 파는 여인과 사려는 손님 간에 값을 놓고 밀고 당기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흥정이 깨졌는데 뛰긑이 찜찜했다. 뒤돌아선 노점 아주머니의 말이다.

   "냅둬유. 돼지나 주 게 유~."

   가끔 들었던 충청도 사투리의 측면이다.

   충청도 말투는 사교적이라거나 친밀감을 주기보다는 고집과 외곬이 우선이다.




   현재의 VIP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 당내 여성들과 점심을 함께 했을 때 자문자답했다는 유머가 있다. 충청도 사람들에게 춤을 추자고 청할 때는 딱 한마디 '출껴?" 하면 서로 통한다는 것이다. 물론 분위기용 우습고 재미 있는 조크지만 실감이 난다.

   내 고향 말투는 갈 것이냐는 갈껴?, 할 것이냐는 할껴?로 줄이는 경우도 있다.

   충청도 사투리의 화법(話法)이 그렇다. 말의 절반은 접어들고 요지만 전달하는 것이다. 말의 행간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밀어를 주고받던 연인들이 다음 만날 약속을 했으나 아쉬웠던 모양이다.

   서로 마주보고 한다는 것이 '재주 재주 만나유' 군소리 없이 딱 한마디로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사랑의 표현 역시 절반을 접는 것이 충청도 말투다.




   재경 동창회장이 휴대전화 메시지로 모임 소식을 전했다.

   '무사하시지요~. 꼭 만나유~.'

   끈적한 고향 냄새가 난다.

   친구는 서울에서만 50여 년 이상 살아 표준어에 익숙했는데 의도적으로 고향의 맛을 강조한 것이다. 문득 고향 사투리가 생각난 모양이다.

   사투리는 내 고향뿐만 아니라 서울 등 대 도시나 지방 곳곳에 살아 뿌리를 내린지 오래 됐다.

   사투리는 각자가 함께 살아온 습관이나 지형(地形), 생활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말의 가락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그 속에 녹아 있고 삶의 흔적이 쌓여 있는 것이 사투리의 얼굴이다.

   내 고향 사투리의 뿌리에는 사연이 있다고 한다.

   충청도는 고구려.백제.신라 등 3국 경쟁시대에 전략지였다. 자고 나면 국경이 바뀌었다. 눈치 없이 잘난 척 설치다가는 목숨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역사의 기록이다. 소침해진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시화와 교육 등으로 일정한 지역의 사투리는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투리를 쓴 적이 거의 없으나 다른 지역사람들은 내 몸에서 충청도 맛을 느낀 것 같다. 사투리는 살아 있는 고향의 정(情)이며 체온이기 때문이다.

   싱싱한 6월의 햇살이 사투리를 유혹하는 계절이다.

   "고향에 한 번 다녀가유."

   귀에 익은 속삭임이다. 약삭 빠르고 침울한 세상에서, 은근하고 끈끈한 고향의 사투리 한마디는 청량제가 될 것 같다.(끝)



백승국 <객석에 앉은 자화상> 소소리2016.2.출간





농암종택 가는 길 [1]
정류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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