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11월의 글>
문협의 운영체제를 바꿔야 한다
성 기 조 (시인,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문협이 출범한지 50년, 말 그대로 한국문인협회는 회원들이 권위와 자존심으로 이끌어 왔다. 역대 문협 이사장들의 면모만 보아도 한국문인협회의 위상이 어떠했는가 짐작할만하다. 전영택, 유치진, 박종화, 김동리, 조연현, 서정주, 조병화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한국문협의 견인차 역할을 할 때 문인협회 행사에는 당시 문공부장관이 나와 앉아 있었고 연말이 되면 서울시장이 세종문화회관 대연회장에서 1천 여 명의 문인들에게 망년회를 열어 주고 한국문학을 빛내 준 업적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당당했고 자존심이 충족되었다. 글 쓰는 선비가 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몰랐다. 문인이 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러운 때였다. 그때도 일부 문인들은 어렵게 살았고 세상에 내놓을 게 없어도 한껏 자존심을 세웠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부러워했고 세상 사람들이 존경심을 가져주는 일에 대하여 문인들은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문인협회는 그 운영비를 정부에서 받았고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넉넉하게 대주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20년 전 쯤, 갑자기 문인협회는 바람 빠진 풍선이 되어 세상에서 내몰렸고 문인들 편에 서서 일하는 단체가 아니라 몇몇 사람들의 속살을 살찌우는 단체로 전락하여 싸움질에 영일이 없었고 패거리에 몰려 문인협회 본래의 목적과 사업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정부 당국의 외면을 받는 단체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예술영역 전문단체에 주던 운영보조금이 끊어지고 당시 문예진흥원에서 내주던 공모사업에 의존해서 행사를 하게 되는 힘없는 단체로 전락하면서 문인협회는 해마다 가을이 되면 군소예술단체와 똑같이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공모에 응했고 그때마다 심의의원들의 심의를 거쳐 2~3백 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하게 되었다. 문예진흥법에는 엄연히 창작지원금을 준다는 규정이 있고 창작기반 조성사업을 하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향수권에 대한 지원도 한다고 되어 있는데 정부가 창작지원보다 기반조성사업이나 예술향수권 발전에 대한 지원에 치우쳐도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창작지원 부분을 먼저 확충해야 된다고 건의하거나 구체적으로 요구한바도 없었다. 정부가 하는대로, 그들이 해 가는대로 놔둔 것이 오늘의 현실을 가져왔다.
창작지원에 대하여는 두 가지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 먼저 개개인들의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이고 두 번 째, 창작예술 단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개개인에 대한 지원은 지금까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지속되었다. 그러나 창작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말하자면 문협의 운영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 여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거나 운영비를 정부에 요구했다는 문협 이사장이 있었다는 말을 20여 년간 들어 본 일이 없다. 그들은 주어진 여건을 받아들여 운영비를 모두 회비에 의존하여 살림을 해왔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기 때문에 회비를 내서 살림을 꾸려나감은 당연하다. 그러나 회비를 받아 운영하는 문협의 간부나 직원들은 회원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가 생각해 보았는가? 회원은 아무 이득도 없이 회비만 내고 그 회비를 걷어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문협은 없어져야 한다. 이런 일이 한국문학 발전과 회원들의 친목(문협의 설립 목적에 명시됨)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한국 문학 발전을 위해서는 열악한 문인들의 삶의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문인들이 사회에서 대접받는 제도적 장치(법에 보장된)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노력한게 무엇인가? 친목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했는가? 한다는 일이 <월간문학> 발간과 원고청탁인데 몇 년 만에 한번 꼴로 돌아온다는 작품게재도 지켜지지 않았다. (고작 이것이 회원들을 위한 일이라 말함)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문인협회의 활로는 창작단체의 운영비를 국고에서 가져와야 한다. 이를 위하여 문협의 집행부와 회원들은 배전의 공을 들여 기어이 쟁취할 목적으로 정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국가예산의 일부로 문협이 운영되어야 문인들의 권위와 자긍심을 발휘 할 수 있다. 정부 시책을 일일이 반대하는 사회단체에도 지원금을 국비예산으로 주는 시대에 살면서 예술단체의 운영비를 국비에서 지원받지 못한다면 문협의 존립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집행부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회비를 내는 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단체로 발전되어야 한다. 문인협회도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회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이익단체란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 점을 회원들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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