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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鄭 木 日
어느 날 금강경을 해설하는 스님의 말을 들었다.
‘나는 공허하다는 것이며, 일체 만상이 공허하다는 것이 요체다’
금강은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을 말한다.
보석이란 공허하다는 뜻이 된다. 인생이란 공허하다는 뜻이다.
‘공허(空虛)’는 ‘비어 있음’ ‘없음’이란 뜻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무한광대의 말이다.
영원과 깨달음에 닿아 있다. 장식, 과장, 선전, 뽐냄은 화려하지만 공허하다.
진실, 순수, 영원, 본질, 진리는 보이지 않지만 공허하지 않다.
경(經)이란 말의 보석 상자이다.
심오하고 아름다운 말을 모은 성경, 불경은 2천여 년이 넘도록 인류의 마음과 삶의 길에 광명이 돼준다.
팔만대장경을 단 세자로 말한다면 ‘깨달음’이라 할 것이고, 두 자로 말한다면 ‘마음’이라 할 것이다.
한 자로 말한다면 ‘심(心)’이라 한다.
사찰에서 아침, 저녁 예불을 드릴 때, 법고(法鼓)를 ‘마음(心)’을 그리면서 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독교 성경의 내용을 한 낱말로 말한다면 ‘사랑’이 아닐까.
모든 문학작품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집약시켜 놓으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나서 살다가 죽었다.’쯤 될 것이다.
나는 사람의 일생은 하나씩의 이야기라 생각한다.
태어날 적에 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죽음으로써 종료된다.
이야기의 작가와 주인공은 본인이다.
그가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이라면, 그의 삶의 실체인 이야기가 훌륭하고 위대한 것이며,
보잘 것이 없다면 삶과 이야기 또한 그러리라 생각한다.
예수, 석가, 공자, 마호메트 등 성인들은 기막힌 이야기꾼이 아닌가.
우리는 성인들의 이야기에 빠져 그들의 말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지키려고 한다.
진리이며 빛의 말씀이라고 한다.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말을 했기에, 영원 속에 기록하고 명심하여 따르려 한다.
삶이란 유한적인 시간을 말한다.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 많은 것을 남겨 기억되길 원하는 것 자체가 공허한 노릇이다.
모든 것들은 축약되고 한 마디로 압축된다.
한 가지의 인상과 모습으로도 남을 수 있다면 천만 다행이다.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겨놓은 문인들의 문학관에 가보면서 느끼곤 한다.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 한두 편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작품 중에서 단 몇 편만이 빛을 내어 기억되고 감동으로 남는다.
불멸의 시 한 편이면 그만이다.
시집을 수십 권이나 남겼다고 한들, 기억해줄 한 편의 시가 없다면 공허하다.
인터넷시대는 ‘말’보다 ‘글’이 더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다.
인터넷의 공용어가 영어가 되면서 영어 붐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의 공용 문학으로 수필이 자리잡게 되었다.
일기, 편지, 감상문, 기행문, 칼럼, 댓글 등이 수필영역의 글이다.
인터넷은 만인을 수필을 쓰는 시대로 만들었다.
수필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것은
‘소통’ ‘기록’ ‘경쟁’ ‘탐구’ ‘성찰’ ‘깨달음’의 도구와 수단이 되고 있어서이다.
수필 발표와 수필집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져 간다.
그럼에도 향기롭고 감동을 주는 수필을 대하기가 어렵다.
좋은 수필은 좋은 인생에서 나온다. 인격에서 향기가 나야 문장에서 향기가 풍기는 법이다.
만 가지 욕심을 버리고 단 하나만이면 족하다. 스스로 허공이 돼야 한다.
많은 것을 가질수록 공허해진다. 한 가지, 한 마디면 족한 일생이다.
일생 전체를 하나로 뭉쳐내는 일이 소중하다.
“나의 한 가지, 한 마디는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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