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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아카데미(2009-07-25 00:19:36, Hit : 894, Vote : 111
 팔월

  
                                     팔월

                                                                      鄭 木 日

팔월은 원색의 계절, 벌거숭이로 자연의 품속에 안기고 싶은 달이다.
햇볕은 쨍쨍, 소나기는 느닷없이 싹싹 쏟아진다. 녹음은 짙을 대로 푸르러 몸에 닿기만 하면, 초록물이 묻어날 듯하다. 매미는 목청껏 소리를 질러댄다. 소리꾼이 되어 하루 종일 멈추지 않는다.

뜨겁다. 작열하는 태양의 기세를 당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햇빛과 더위에 지쳐서 그늘을 찾아든다. 팔월은 초록의 축제기간이다. 가장 강렬한 햇볕을 무성한 나무들이 받아들인다. 땅과 하늘의 기운이 상응하는 달이다. 펄펄 끓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푸르죽죽한 빛깔로 짙어가는 나무들의 광합성작용은 세상을 생기에 넘치게 만든다.

팔월은 태양만이 강렬한 게 아니다. 자연의 기운이 절정에 이르러 생기가 넘쳐난다. 나무들도 어느덧 강성해 지고 곡식들도 여물기 시작한다. 팔월은 열두 달 중에서 제왕인 듯싶다. 숲이나 들판, 강과 바다에 나가보면 튀는 불꽃을 느낀다. 여름의 태양은 뜨거운 담금질로 뭇 생명체를 단련시키고 성숙을 안겨 준다. 팔월이면 태양이 생명의 대장장이가 되어, 두드려 내는 망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불에 달구어 낸 시우쇠를 수만 번 두드려서 녹슬지 않는 방짜 유기의 황금빛 광택을 내는 장인(匠人) 같다. 팔월의 들판에 서서 귀를 기울이면, 태양이 내는 초록빛 담금질 소리가 들려온다.  

팔월의 태양은 타는 듯 이글거리고 초록은 익어 터질 듯한 수박빛이다. 파도는 내밀한 마음속까지 밀려와 하얀 포말로 부셔져 내린다.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는 단숨에 온몸을 젖게 만든다. 성하의 계절은 장엄한 위엄이 있다. 기후도 변화무쌍하다. 새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한가롭다가도 어느새 번개가 치고 뇌성이 울리며 폭우를 쏟아낸다. 천지개벽이라도 할 듯 울리는 천둥, 하늘을 가르는 번개는 장쾌하면서도 전율을 일으킨다. 팔월의 하늘은 예고 없이 역동적인 자연의 변화를 보여준다. 천둥소리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번개는 하늘을 찢으며 공포에 떨게 만든다.

팔월엔 베짱이, 여치 등 풀벌레 소리가 무성해진다. 초록 수풀 속에 몸을 숨기지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소통의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발신음을 쉬지 않고 보낸다. 수풀에선 사랑을 찾기 위한 발신음과 수신음이 만나는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폭포수 같은 매미들의 완창(完唱)도 들을 수 있다. 논에선 개구리 소리가 왁자지껄하다.

팔월은 더위에 지쳐 싱싱한 음식물이 입맛을 당긴다. 오이냉국, 된장에 풋고추, 호박잎과 상추쌈이 제 격이다. 젓가락, 숟가락을 제쳐 놓고 두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보랏빛 칡꽃이 피고, 줄기마다 송이송이 주황빛 꽃을 매단 능소화, 초록 색깔 속에 선명한 붉은 빛깔의 배롱꽃과 분홍 빛깔의 자귀꽃이 자태를 드러낸다.

나에게는 팔월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하나의 국경일일 뿐, 광복절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 나의 초, 중, 고교 시절엔 방학 중에도 이 날만은 소집 일이었다. 결석을 하지 않으려 수기 태극기를 들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기념식을 올렸다. 뜨거운 햇볕 속에 간혹 더위를 먹고 쓰러지는 아이도 생기곤 했다. “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곤 했다.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만세 삼창’을 하고 기념식은 끝이 났다. 마을마다 광복기념 체육대회와 노래자랑이 열리곤 하였다.

팔월이면 흙을 만져 보고 싶어진다. 춤추는 바다를 보고 싶다. 광복절에 결석을 하지 않으려 운동장에 모이던 그 때처럼, 일년에 한 번씩 정다운 얼굴을 볼 수 있게 추억의 소집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종이로 그린 수기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다시 외쳐보았으면 좋겠다. 이제 광복절 기념식도 사라지고, 노래도 듣기 어렵다. 정부에서 하는 행사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광복절임을 의식할 뿐이다. 뜨거운 태양 속에서 열을 지어 올리던 어린 시절의 광복절 기념식은 태양, 흙, 바다의 의미와 조국의 체온을 알게 해준 귀중한 체험이었고 거룩한 의식이었다. 한국인의 마음속엔 팔월의 피가 흐른다. 일제의 굴욕과 억압으로부터 광복을 찾은 감격과 감동의 희열이 있다.      

팔월엔 무더위에 짓눌려 피로와 나태에 빠지기 쉽다. 폭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만 파묻혀 지내선 안 된다. 염천을 두려워 말고 자연을 찾을 일이다. 팔월의 숲으로 가라. 팔월의 바다에 안겨라. 태양의 강렬한 메시지를 느껴 보아야 한다. 벌거숭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팔월의 열정과 영혼을 느껴보아야 한다. 자연을 성숙시키고 단련시켜 결실을 얻게 하는 팔월의 뜨거운 집중력 속에 서서 자신의 삶과 길을 바라볼 때이다. 팔월의 뙤약볕에서 자신이 서있는 인생의 좌표를 확인하고, 삶을 단련시켜서 성숙에 이르게 해야 한다.      
            
      





찔레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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