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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희(2016-12-27 13:48:51, Hit : 676, Vote : 106
 초대받은 크루즈 여행

초대받은 크루즈 여행

                                                  최 영희

  남편은 꿈에 그리던 크루즈 여행에 나를 초대 했다. 이태리 빅토리아 크루즈를 선택했다고 한다. 정식 선상 투어는 이번이 처음인지라 많이 설렜다. 나는 원래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데다 선상 만남에  꿈이 부풀었다.



  인천 제2국제 터미널에 도착하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눈에 띄어 든든했다. 꼬마들도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대열에 끼어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효도관광차 자녀들의 배려로 오신 분들이 많았다. 물론 우리처럼 크루즈 여행을 즐기고 싶어서 자진해서 오신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승객 1,720명에다 승무원이 800명이라 한다. 대식구다.

  아침 9시에 출발하여 수속을 마치고나니 선박은 오후5시에 출발한단다. 많은 수가 동행하게 되니 상당시간을 기다리게 되어 짜증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거대한 몸체가 항해를 시작하자 막혔던 담이 헐리 듯 가슴 속 까지 시원해진다. 갈수록 망망대해만 눈에 들어온다. 바다는 고요하고 항해는 느림의 미학을 전하려는 듯 천천히 물길 따라 흐른다. 정적이 흐르는 바다 위에 물안개가 아련히 피어오른다.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 두고 싶은 풍경이다. 낮의 짜증스러운 마음은 간데없고 ‘내 고향 남쪽바다’ 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날이 밝았다. 제일 먼저 만나고 싶은 바다 위에서의 해돋이, 눈을 비비며 12층으로 숨을 고르며 오른다. 이미 앞서 해맞이 하려는 분들과 합세한다. 모두의 시선이 동해 쪽으로 향한다. 뭉게구름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 찬란한 빛으로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는다. 일행의 눈빛과 마주치는 태양! 각자 감회와 인사말은 다르겠지만 순조로운 항해와 즐거운 여행을 빌어본다.

  아침식사를 위해 7시도 못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린다. 다 해맑은 얼굴이다. 무언의 인사를 나눈다. 서로를 향한 관심의 눈빛을 느끼면서도 우선 음식 선택에 온 마음을 쏟는다. 이곳의 승무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하나같이 인상이 좋다. 미소 띤 표정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그러나 얼굴의 인상이 각자 다르기에 물어 보았더니 한국 사람을 비롯해서 페루, 인도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등 40개국에서 뽑혀온 사람들이라 한다. 그 매너 하나만으로도 다 선택받은 애국자로 보인다. 특히 우리방 청소담당인 페루청년을 보면 아주 섬세하고 예의바르고 깔끔하다.  
    식사시간에 옆자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졌다. 홀로된 친정아버지를 딸이 모시고 왔다. 직장, 가정 다 놓고 아버님을 위로 하고 싶었다고 한다. 누구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야 말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사랑의 마음이 고마워서 아버지께서도 힘을 얻어 잘 이겨 나가실 것이라고  격려했더니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공감해주는 나를 만나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고 한다. 나와의 만남을 잊지 않겠노라고 한다. 또 한 가족은 막내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자기네 어린 아들 딸과 함께 왔다. 그 어머니는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었지만 그의 얼굴에선 아이처럼 행복이 감추어 지지 않았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그녀를 축복 해주고 싶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당신은 진정 행복한 어머니십니다. 축하합니다.”했더니 활짝 웃으면서 “감사합니다.”한다. 그 정경을 목격한 내가 더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매일 층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일행을 즐겁게 한다. 이태리 가무단의 춤과 노래, 한국인 가수 서유석의 흘러간 노래, 뽀빠이 이상용 토크 쑈 등 다채롭다. 각자의 취미에 따라 참석할 수 있었지만 특히 이태리 가수의 연주에 맞추어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은 젊은 날의 나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교사시절 미국 연수 중 체험학습하면서 차안에서 ‘섬머 타임’을 원어로 불렀더니 앵콜로 이어졌고 그 때 이후 어떤 모임에 초대받으면 응당 내가 지명 되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전엔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추는 용기가 없었는데 그 후론 자신감이 생겨 상황에 따라 나를 풀어 놓기도 했다. 이태리 가곡이 울러 퍼지자 무대 위로 남녀가 올라와 신나게 춤춘다. 음악에 취해 무대로 뛰어 나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남편을 의식하고 그냥 꾹 눌러 참는다. 자신과의 만남에 용기 보다는 나를 절제하는 참음에 힘을 얻는다.

  6박 7일의 크루즈 여행 중 3일은 일본 기항지 관광으로 계획되어 있어 각자가 선택하는 코스다. 우리는 스카이 미나토에 마쓰에성과 호리카와 포겔 파크를 목적지로 정했다. 익숙한 곳이 아니어서 호기심으로 상상의 날개를 편다. 일본에서 6번째로 장존하는 천수 각이다. 성의 망루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무척 고풍스러웠다. 다음엔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고 성 주변을 둘러보았다. 흥이 나서 부르는 사공의 노래는 다정하고 꾸밈없는 일본인을 만난기분이다. 손을 흔들며 아쉬움 속에 ‘사요나라!’ 하며 헤어졌다.
   다음엔 꽃과 새들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마쓰에 포겔 파크로, 생전에 보지 못한 진기한 꽃과 새들의 어울림이 너무 멋있어 천상의 가든파티에 초대 받은 기분이었다. 역시 섬세하고 우아한 일본 정원이다. 틀림없이 많은 관광객들에게 힐링 하우스가 되어 줄 것이며 또한 일본의 자랑거리가 아닌가 싶다. 다음 날의 기항선 여행은 가나자와 겐로쿠 전통적인 정원과 카가 온천 역시 그렇게 깔끔하고 섬세할 수가 없었다. 기모노를 입은 멋진 일본 여인을 만난 듯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가벼운 나들이 기분을 갖게 했다.‘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은 전 일정이 선상 투어다. 밤에는 선장의 초청 파티가 있다고 한다.

정장 차림으로 한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하라고 한다. 각자 최선을 다한 옷차림으로 나타난다. 10년은 젊어진 듯, 자랑스러운 표정들 그들의 들뜬 기분에 나도 함께 구름타고 하늘위로 나르는 자신을 목격, 그자체가 황홀 하다. 그동안 만나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다시 점검하면서 지금여기에서의 하루는 정말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모든 만남이 영원한 추억거리가 되고 삶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 자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파티를 끝내고 그와 함께 선상의 난간을 산책한다.



  다시 만난 일몰은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소, 그 수고가 헛되지 않아 이렇게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한 게 아니겠소. 이제는 헤어질 날도 멀지 않았으니 남은시간 서로 용서하고 배려하고 아끼면서 소통의 길로 함께 가기를 바라오.’ 잊지 못할 한 폭의 그림이다. ‘ 바다여, 일몰이여 우리의 만남이 영원하길! ’  

      




돌때미골의 겨울나기
북유럽 기행 /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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