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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순영(2016-12-27 13:38:57, Hit : 584, Vote : 99
 어머니의 유치원

어머니의 유치원
                                                        조순영
어버이날이다.
어머니를 낮 동안 돌보는 ‘데이케어센터’에서 보호자와 주민을 위한 행사 초대장을 받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모두 자신의 덕이라고 주장 하시는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감당하기가 버거워 보내는 곳이라 선뜻 내키지 않았다.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센터장에게 말했더니 아무래도 어머니가 힘이 없으실 것 같으니 바빠도 왔다 가란다.
문득 딸아이 어렸을 적 생각이 났다. 여섯 살 유치원 체육대회 날이었다. 외사촌 올케언니가 직장에 가 있는 나를 대신하여 머리에 토끼 귀 모양의 탈을 쓰고 2인 1조가 되어 딸과 발을 맞추어 달려가던 모습이 사진에서처럼 보이는 듯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당숙모  손을 잡고 어색하게 달렸을 딸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직장에 가있는 엄마 대신 할머니나 다른 사람과 운동회나 소풍 같은 때 함께 간 일이 마음에 걸렸었다는 말이 미안함으로 남는다. 엄마 손이 필요한 때 제몫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은 희석이 되지 않는다. 내 뜻과 상관없이 그때도 나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안겨 주었었는데 지금 내가 가지 않으면 어머니의 마음을 또 다시 아프게 할 것 같아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센터에 가서 보니 어머니가 만든 작은 꽃바구니를 전시해 놓고 종이를 접어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소품도 있었다. 어르신들이 만든 비누도 선물로 주었다. 평소에 나를 못마땅해 하시는 어머니도 선생님이 “뒤에 따님이 와 있다”고 하니 살짝 미소를 짓더란다. 아마도 마음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셨을 것이다. 만일 내가 가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도 딸처럼 얼마나 쓸쓸하셨을까. 그날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에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는 홀로 생계를 꾸리시느라 집안일은 내차지였지만, 우리 형제를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고맙기만 했었다. 어머니는 나를 최고의 효녀로 남편처럼 의지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내가 결혼을 해서 직장에 다니는 동안 살림을 하시던 어머니는 참선을 한다고 여섯 살 된 손녀딸과 초등학생인 내 아들 둘, 출가를 하지 않은 내 형제들을 맡기고 갑자기 집을 떠나셨다. 내가 과천으로 전출까지 갔으니 나에겐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도 어머니의 인생이 있다고 나를 다독이며 살았다. 안거가 끝나고 집에 오기가 미안했는지 어머니는 ‘죽은 어미가 한번 씩 온다고  생각하라’고 나에게 말씀 하시곤 했다.
그 후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편찮으셔서 집에 올 때까지 어머니는 절에서 참선하면서 당신이 살고 싶은대로 사셨다. 그러고도  어머니는 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나를 도둑으로 몰면서 보상을 받아야한다는 망상으로 살고 계신다. 우리가 별 탈 없이 사는 것도 오직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구십의 중반까지 딸네와 살면서 낮 동안은 잘 돌보아 주는 시설을 유치원처럼 다니시는 어머니를 사람들은 복 많은 노인이라고 한다. 세상이 변해서 아들도 노부모를 유기하거나 모시지 못하는 세상에 칠순이 되도록 함께 늙어가고 있는 딸 내외의 돌봄을 받으니 효 불효를 떠나 행복하다는 뜻일 것이다.
나로서도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어머니의 생각이 다르니 어쩌랴. 자아를 넘치게 사랑하는 결과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설사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한번 쯤 역지사지 해보면 자신도 남도 행복하게 할 텐데,
남쪽 지방으로 시집간 딸은 내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데, 우리 어머니는 함께 살면서 고마운 줄 모르니 부모 자식도 멀리 있어야 사람 귀한 줄을 아는  것이 아닐까.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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