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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목일(2016-11-11 15:29:16, Hit : 742, Vote : 105
 붓

붓(筆)
             鄭 木 日  

내 방벽에는 붓이 하나 걸려 있다. 붓을 보면 마음이 끌린다. 언젠가 필방(筆房) 앞을 지나치면서, 진열장의 붓을 보고 크고 좋은 붓을 한 자루 갖고 싶어졌다. 붓글씨를 잘 쓸 줄도 모르건만, 벽에 걸어두고 아침저녁으로 바라본다. 붓을 바라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희고 부드러운 게 아닐까 생각되며, 내 마음을 쓸어주는 붓의 촉감마저 느껴진다.

달밤이면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 속에서 마음과 통하는 붓을 들고, 글씨를 한 번 써보고 싶어진다. 달빛 속에서 먹을 갈면, 은은한 묵향(墨香) 속에 어디 선가 대금산조가 들려올 듯싶다. 화선지를 펴놓고 달빛 젖은 희고 부드러운 종이 위에, 한 번도 쓰지 않은 붓에 먹물을 묻혀 벗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큰 글씨로 마음 내키는 대로 몇 문장 쓰고 난 뒤에, 소리 내어 한 번 읽어보리라. 만년필이나 볼펜으로 원고지에 한 칸씩 쓰는 글씨, 인터넷에 타닥타닥 치는 글자가 아닌, 붓에 먹물을 묻혀 큼직하게 한 번 써보고 싶다. 글 속에 내 여린 마음이 비춰 보일 것이지만, 몇 자만 써도 좋을 글씨를 일필휘지로 써보고 싶다. 파지(破紙)도 없이 한 자 수정도 없이 마음의 가락을 타고 글을 쓰고 싶다.

붓을 보면 정결해지고 엄숙해진다. 부드러운 흰 붓에 마음으로 갈고 간 먹물이 물드는 것을 보면, 엄숙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언제 마음속에서 피리 소리가 들려올 듯한 글을 써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붓은 함부로 들 수 없다. 먹물을 묻히기가 부끄러운 것이다. 한 번도 쓰지 않고 아껴둔 붓에 먹물을 묻혀놓으면, 붓을 버려놓게 될까 두렵기만 하다. 붓은 볼 때마다 은근히 마음을 꾄다. 붓글씨를 못 쓸 뿐만 아니라, 말이 막히고 만다. 과연 무엇을 써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붓을 벽에 걸어두었을 뿐, 한 번도 써보지 못할 듯싶기도 하다.  

언젠가는 단정히 앉아 밤새도록 먹을 갈아서 상소문을 쓰던 선비처럼 글을 써보고 싶다. 무심결에 담담히 써보고 싶어진다. 붓을 보면, 하얀 화선지를 펴놓고 싶다. 마음속으로 먹을 간다. 삶의 한 순간을, 전 생애의 집중력으로 일생의 체험을 뭉뚱그려 한 번 멋지게 써보고 싶다. 강물 흘러가듯 초서체로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먹물로 적셔놓고 싶다.

순백의 화선지를 적시고 한 자씩 써가는 운필의 힘과 멋과 가락을 느껴보고 싶다. 글씨와 문장의 기막힌 조화, 일체감…… 이것은 붓으로 쓸 때만이 느낄 수 있다. 붓글씨를 한 번 잘못 쓰면 고쳐 쓸 수 없다. 먹물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없다. 마음속에 맑은 운율이 흐르고 있어야만 막힘없이 마음이 흘러서 문장을 이룰 수 있다.

현대는 누구나 붓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인터넷에 손가락으로 타닥타닥 치기만 하면 된다. ‘글씨’라는 말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진지 오래다. 아예 필기구가 소용없게 되었다. 이제 붓은 동양화가나 서예인들의 용품일 뿐, 글 쓰는 사람과는 상관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나는 붓을 보면서 타닥타닥 마음대로 치는 글이 아닌 먹물을 적셔 화선지에 한 자 한 자씩 공들여 써보고 싶어진다. 벽에 걸어둔 붓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결해지고 고요해진다. 붓은 나의 욕심을 지워주고 거친 감정을 부드럽게 해준다. 붓은 용도 폐기된 지 오래지만, 바라만 보아도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면도기와 하이든
내 마음의 호롱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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