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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眞我)
- 이철호
인간에게는 으레 두 개의 '나'가 존재한다. 그 하나는 '내안에 들어있는 나', 즉 '진짜 모습의 나'이며 다른 하나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나', 즉 '가식과 허위의 나'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내 안에 들어있는 나', 즉 '진짜 모습의 나'를 가리켜 흔히 진아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 진아의 모습을 스스로 깨닫고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러한 진아를 깨닫고 찬는 일은 소홀히 하면서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나'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바라보거나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진아보다는 그 외형만 보고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나 타인들의 진실한 내면이나 드러나지 않는 속모습보다는 그가 지닌 권력이나 명예, 학식, 재산, 외모 등만 보고 이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그릇된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아를 스스로 깨닫고 찾아, 이를 아름답고 원숙하게 성장시키는 일에 힘쓰기 보다는 돈을 모으고 권력이나 명예를 얻고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등 허상(虛像)이나 허명(虛名)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어른들의 이러한 의식은 그 자녀들이나 젊은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나타난다.
요즈음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에게 만연되어 있는 물질만능주의, 물질이나 출세에 대한 지나친 집착, 또는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일보다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돋보이게 하려는 것에 대한 집착 등은 결국 부모나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배운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는 쾌락주의나 이기주의, 폭력과 비타협주의 등도 마찬가지다. 즉, 어른들이 바로 서지 못하고 휘청거리니까 그 자녀나 젊은이들도 역시 바로 서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호돈(Hawthorne, Nathaniel)이 쓴 단편소설 「큰바위 얼굴」. 이 소설은 너무나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장엄하고도 고귀한 형상의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은 결국 누구였는가? 그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은 그 고장 출신의 거부(巨富)나 유명한 정치가, 위대한 장군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그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을 닦고 그 고장에서,자신의 삶을 겸손하고 온화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어니스트였다. 비록 그는 사회적인 명성이나 권력, 부 따위는 갖고 있지 않았지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나'에 집착하지 않고 '내안에 들어있는 나'를 아름답고 알차게 가꾸어 왔기 때문에 마침내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큰바위 얼굴'을 꼭 닮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철호 수필가
동국대국문과 졸업
경희대한의대, 대학원 졸업
1986 국민훈장목련장
1994 국문훈장동백장
한국수필문학상, 한국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전쟁문학상,
한국평론가협회문학상, 후광문학상 수상.
한국수필가협회이사장
한국불교문학(한국불교문인협회)대상(2003.3.28)수상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회장,
사단법인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사단법인새한국문학회이사장장,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객원교수,
소월기념사업회 이사장
서울특별시의회 보사위상임위원장 문화교육위원장 역임
바누아투공화국 주한 명예영사,
이철호한의원 원장
문예지 한국문인 발행인
저서
소설집 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타인의 얼굴외 다수 수필집 살림만 하기엔 억울해 외 다수, 칼럼집 귀는 귀한데 눈은 어찌 천한고, 평론집 수필평론의 이론과 실제, 낭송문학의 길잡이, 한의학서적 태양인 이제마, 체질의학, TV드라마 등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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