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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월화(2018-02-10 12:58:11, Hit : 469, Vote : 107
 나도 노래를 잘 하고 싶다

나도 노래를 잘 하고 싶다. / 도월화

"언제 우리 한번 모여서 노자."
노자, 라는 말은 놀자의 경상도식 발음이다. 언젠가 시댁 고향마을에 사시는 맏동서, 형님께서 장거리 통화 후에 하신 끝인사이다. 나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노자, 라는 인사법이 있었나, 참 다정하고 재미있는 인사가 아닌가.

중국 진(晉)나라 초기, 진수(陳壽)가 엮은 사서(史書),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에도 우리 민족은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농촌에서는 명절이나 행사 때마다, 농악을 놀고 동네잔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전처럼 공동체 단위로 노는 풍속이 줄어든 반면에 요즘은 노래방이 성행인 것 같다. 어디서나 모였다하면 노래방에 가서 뒤풀이를 하지 않던가.

그런데 나는 어릴 때부터 노는 자리에서 노래라곤 불러본 적이 없다. 하도 안 불러서 목소리가 퇴화되었는지, 마이크만 잡으면 갑자기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전 국민이 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사회에서 살기에는, 그렇다고 이민을 갈 수도 없고, 보통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남편을 따라 모임에 가면 꿔다놓은 보리자루 신세가 되고 만다. 미리 노래방에 함께 가게 된 분들에게 나는 노래를 못한다고 이실직고하면, 자신들도 노래를 못한다고 해놓고 막상 가보면 다들 노래만 잘 부른다. 그 때는 속았다는 공허감과 함께 더욱 고독감이 몰려온다고나 할까.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치고 노래 못하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으면 나와 봐라,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다행히 남편은 노래를 잘 한다. 내 차례가 오면 거의 남편이 대신 부른다. 내가 남편을 잘 만났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면, 바로 이 때이다. 남편은 초등학교 시절 성악 반 이었단다. 내가 합창 반 이었겠지? 하면 아니라고 펄쩍 뛴다. 합창반이 아니고, 성악 반 이었다고 우긴다.

얼마 전, 우리 가족끼리 노래방에 갔다. 아들 둘이 다, 지난 해 부르던 노래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불렀다. 속도와 가벼움이라는 특징을 가진 시대상이 노래에서 들어난다고나 할까. 더욱이 미국 가수들의 노래는 물론, 일본 노래까지 부르는 것을 보고 지구촌이 날이 다르게 좁아지는 것을 가까이서 실감했다. 일본 노래는 제목도 모르겠고, 미국의 백인 랩 가수, Eminem의 'Stan'이라는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남편은 아직도 줄기차게 흘러간 옛 가요를 부른다. 신세대 노래와 구세대 노래가 정확하게 번갈아가며 공존한다. 두 편으로 갈려서도 제멋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남편은 나에게도 18번(?) 한 곡만 연습해두라고 시킨다. 하지만 나는 역시 노래 부르기는 잘 안 된다. 나는 잘나지도 못한 주제에 미인을 보고는 별반 부러워하지 않는데, 노래 잘 하는 사람은 너무 부럽다. 부르지도 못하면서 노래 듣기는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노는 자리에서 꿔다놓은 보리자루 신세를 면하기 위해, 노래 연습을 하는 것보다는 남의 노래를 잘 감상하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노래방에 같이 간 오늘의 명가수들에게 조영남, '불 꺼진 창'이나 최성수, '해후'를 라이브로 신청해서 듣기도 한다.

듣고만 있어도 흥이 나서 남편과 오랜만에 손을 맞잡고 돌며, 어설픈 스텝에 호흡을 맞춰보기도 한다. 그러면 좌중에서 나보고 노래는 못하면서 카바레만 다녔나, 하고 놀린다. 노래 못하면 수필도 쓰지 말라는, 심한 말까지 한다. 그래도 나는 그 분위기가 좋다. 이제는 노래가 있고 흥이 나면 그뿐, 누가 노래를 못하든 말든 무슨 대수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 나이 들어가면서 배짱만 늘은 탓인가, 여유 탓인가.

그렇다고 노래 잘 하는 이를 부러워하는 마음까지 없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를 들을 때면 그녀의 고운 입술에서는 꽃구름이 날아오르고, 별이 쏟아져 나오며 반짝인다.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몰아가는 가수가 아니라도, 모임에서 함께 어울릴 만큼만 노래를 잘 부르면 정말 좋을 텐데. 아무튼 남편 덕분인지, 우리 아이들은 둘 다 노래를 잘 하니 너무나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이고, 나도 노래를 잘 하고 싶다. 정말이지, 몰래 18번이라도 정해 될 때까지 연습을 해볼까나. (2003. 8.) http://ssopia7.kll.co.kr

- 도월화 수필집 ' 여월여화 (如月如花)'/2007년 봄 선우미디어 출간,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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