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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날개(2017-12-16 20:14:59, Hit : 535, Vote : 105
 단골촌 - 윤온강

단골촌

尹溫江

대학로에 내가 잘 아는 허름한 술집이 하나 있다. 음식 맛보다 주인아줌마의 편안한 인상과 낙낙한 인심에 끌려 10년 넘게 다닌 집이다. 작년 여름 어느 비 오는 날, 옛날 동료를 만나 둘이서 그 집엘 찾아갔다. 오랜만에 주인아줌마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억수로 퍼붓는 장대비 속을 뚫고 흠뻑 젖어서 들어간 그 집에서 우리를 맞이한 사람은 전에 못 보던 아줌마였다. 주인이 외출했나 하고 뜨악해 쳐다보자니까, 머뭇거리던 그녀는 그제야 전 주인이 바로 며칠 전 가게를 팔고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갔다는 말을 주섬주섬 늘어놓는다. 맥이 탁 풀렸다. 말도 없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내가 이 집에 다닌 것이 그 얼만데….
새 주인이 붙잡는 것을 굳이 뿌리치고 세차게 오는 빗속으로 다시 나섰을 때, 같이 간 동료가 한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네요.”
나는 그 때 그의 얼굴에 흐르는 빗물이 그냥 빗물만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 말이요. 간다면 간다고 말할 일이지….”
우리가 사람살이에서 겪는 애환은 여러 가지 있을 것이나, 나의 경우 때때로 가슴이 쓰린 것은 이처럼 오래 된 단골집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다. 그까짓 단골집 하나 가지고 왜 그러는지 나도 모를 일이지만…, 툭툭 털어 버리면 되는데 이런 건 왜 잘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하긴 내가 본시 단골집을 좀 밝히는 편이기는 하다. 한번 어느 집이 마음에 들면 그 집만 열심히 쫓아다니고, 어쩌다가 그 집이 먼데 이사를 가도 수소문해서 찾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잘 살펴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주변에서 몇 십 년 된 단골집이 있다고 자랑하는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고, 또 사실 단골집을 한두 개쯤 안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북창동 모 메밀국수 집만 해도 38년 역사를 가졌는데, 그 집에 드나드는 손님들 중에는 20년 넘게 다닌 단골들이 수두룩하다.
사람들이 이렇게 단골집을 찾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단골집에서 바라는 가장 큰 기대는 자기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한다. 어쩌다 두 번째 갔을 때 반색을 하면 또 가게 되고, 그러다가 이쪽 취향을 눈치 채고 알아서 해 주는 단계에 이르면 슬슬 단골로 주저앉게 하는 그런 관심 말이다.
물론 이런 관심이나 친절만으로 그 집이 아주 단골로 눌러 앉혀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 집만의 맛깔스런 기술이 있어야 함은 기본이고, 그 위에 그런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있으면 더욱 좋다. 그리고 추운 겨울밤, 혹시나 찾아올지 모르는 단 한 사람의 단골손님을 위해서 몇 시간이고 문을 열어두고 기다리는 주인이 있는 가게는 사람을 아주 감동시킨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다 갖춘 가게가 요새 세상에 어디 흔한가. 그저 오래 다니다보면 그 집에 왜 다니게 되었는지 다 잊어버리게 되고, 습관적으로 가게 되는 것이 단골집이다. 습관은 끊기가 어려운 것이니, 그래서 단골집이 사라지면 금단 증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러나 오래된 단골집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단순히 편안함이나 안온함의 습관만은 아닌 것 같다. 거기에는 분명 세월의 이끼와 더불어 진득이 녹아 있는 따뜻한 인간의 정이라는 게 있을 것이었다. 사람들이 단골집에서 정말로 기대하는 것은 손님으로서의 특별대우나 관심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포근한 정일 듯싶다.
전에 들으니, 서울 인근의 어떤 음식점 주인은 욕쟁이 할머니인데 그 욕이 아주 걸쭉할 뿐 아니라, 나이 먹은 남자 손님이라도 망나니 아들 대하듯 막 대한다고 한다.
“임마가 왜 이리 못 먹어 비쩍 말랐는가?”
하고 철썩 등허리를 갈기기도 하고 괜히 욕을 퍼붓기도 하지만,
“엤다, 갖다 먹어라.”
하면서 먹을 걸 싸주기도 하니, 아주 거기 감격해서 우는 남자들도 있다고 한다. 손님들은 짐짓 욕을 먹어가면서도, 얻어맞으면서도 그 집엘 찾아간다. 옛날 자기 어머니나 할머니 같은 정을 거기서 느껴서란다. 그렇다. 단골집은 이렇게 정이 그리워서 찾는 곳이다.
이렇게 정이 들었던 내 단골집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낯선 위성과 같은 이 삭막한 도시에서 마음 붙일 데가 또 하나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아쉽고 허전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려고 나는 아주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좋아하는 단골집들을 아예 한데 모아서 한 마을을 이루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내 단골집 주인들은 모두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으니 그 동네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다.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을 것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자기들끼리도 서로 좋아하게 될 것이 아닌가? 마음씨 좋은 애꾸 아저씨의 전파사, 괜히 소리를 버럭 지르지만 속정은 깊은 김씨 아저씨의 대폿집, 인심 좋은 혹부리 영감의 문방구, 남자치곤 애교가 많아 늘 여자 손님이 들끓는 송 약사의 약국, 손님에게 언제나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던 순박한 주인의 갈릴리 다방하며…, 그리고 거기 대학로의 울산집도 빼 놓을 수 없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단골들만 모여 사는 마을, 그 이름은 단골촌이라 해 둘까….




말의 가시
망치를 든 남자 - 윤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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