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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월화(2017-01-14 10:29:20, Hit : 1260, Vote : 110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 도월화

하늘에 은하수 흐르고 론 강은 지중해로 흘러간다. 별빛은 강에서 반사해 하늘과 다시 만난다. 천공에도 강에도 은가루 금가루를 흩뿌렸다고나 할까. 어둠 속 구름이 별들을 휘장에 감추었다가 드러낸다. 북두칠성이 반짝인다. 가스등 불빛은 강물 속에 흔들린다. 강변에 배 두 척이 정박해 있고 남 녀 두 사람이 거닌다. 화폭 안 아를의 밤이 신비한 교향시를 연주한다.

나는 지금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쳐다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3.30~1890.7.29 네덜란드)가 백 여 년 전에 그린 그림에서 화가의 숨결이 묻어난다. 그는 오늘날도 고흐 애호가들의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강가의 산책로 저편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모자 위에 촛불을 올려놓고 론 강가에서 그림을 그리는 고흐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흐는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두 점의 유화를 그렸다고 전해진다. 생레미 시기에 병이 호전됐을 때 그린 것이 현재 뉴욕 현대 미술관에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이다. 그 이전 아를 시기에 그린 것이 오늘 내가 보고 있는 예술의 전당 [오르세미술관 전]에서 이번에 국내 최초로 전시되는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고도 불린다.

아를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쪽이라 파리보다 태양이 밝았다. 밤은 검푸르고 심연처럼 깊었다. 파리에 가서 작업하던 고흐가 더 좋은 햇살을 찾아 아를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이 그림을 만나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를에서 친구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도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꼭 한번 그려보고 싶다고 나온다. 동생 테오도르에게는 ‘왜 우리는 지도에 찍힌 점에 가는 것처럼 별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없는지’라며 ‘늙어서 곱게 죽는 것은 별까지 걸어서 가는 것’이라고 적어 보냈다.

아를 시기부터 그의 예술이 활짝 꽃핀 것과 동시에, 발병이 되풀이된 불행이 대조적으로 겹쳐진 것은 어찌 해석해야 할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올 뿐, 그 이유는 신(神)만이 아실 것이다. 고흐는 아를에서 가까운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그림을 가지러 간호사와 함께 아를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가 죽기 1년 전, 생레미의 겨울에 쓴 편지에는 그 전 해 아를에서 그린 여러 습작품에 다시 손대야겠다고 쓴 적이 있다. 그 후 생레미를 떠나, 오베르로 간지 두 달 만에 권총 자살을 했다. 오베르로 떠나가지 않고, 생레미에서 더 오래 요양했다면 어떠했을까. 혹시나 완쾌하여 그렇게 요절하지 않고 차츰 그림이 거래되어 동생 테오의 도움 없이 살 수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도 가져본다. 생전에 단 한 점 밖에 팔리지 않은 그의 작품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어마어마하게 가격이 높아져 있지 않은가.

서머셋 모옴의 책에서 독자적인 새로운 세계를 여는 예술작품은 당대에는 이해 받기 어렵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후세 사람들은 그 생경한 어떤 ‘부호’들을 알게 모르게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져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고흐가 앓은 질병 원인의 의문 부호도 현대 의학에 의해 그 때보다는 풀렸겠지만, 후기 인상파의 미술사적 영향은 널리 알려진 대로이다.

또한 선입견과 달리 그는 대단한 독서가이자 사색가였다. 예술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에밀 베르나르는 고흐를 회상하는 글에서 ‘고흐는 보기 드물게 기품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썼다. 미술 작품뿐이 아니라, 고흐의 편지는 문학성까지 인정받고 있다. 고흐의 편지글을 읽으면 병으로 인한 기행만 세상 소문에 오르내리는 것이 그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진다. 고흐가 남긴 서간문에는 그가 안정됐을 때, 재발하기 전에 일을 다 못할까봐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과 그림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왜 고흐의 그림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가. 불우했던 천재 화가에의 연민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화폭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흔히 비평가들은 불안정한 자신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나는 고흐 역시 그릴 때만은 행복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오늘 전시장에 온 많은 이들이 눈가가 젖어드는 감명을 받기 때문이다. 감상자마다 소감이 다르겠지만 나는 고향의 여름밤이 떠오른다. 어릴 적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우주의 기운과 인간의 기(氣)가 일치할 때 평화가 깃든다고 한다. 고흐의 이 그림에는 자연과 화가와 관람객이 시공간을 초월해 일체로 어우러지는 벅찬 교감이 있다. 종래에는 서서히 무지개를 볼 때처럼 감동이 벅차오른다고나 할까. 천체의 흐름, 물결치는 강물이 보인다. 공간예술인 미술에 시간과 공간을 다 담아 놓았다. 뉴욕현대미술관의 「별이 빛나는 밤」이 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통찰과 상상력이 녹아있는 것 같다면, 지금 바라보고 있는 [오르세미술관 전]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그대로 내 고향의 밤하늘이라서 정감은 더한 느낌이다.
(한국수필2013.9월호, 選수필2013겨울호 수록) 





sysop (2017-02-14 10: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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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으셨네요
수필 몇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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