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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월화	(2007-12-22 12:28:47, Hit : 1107, Vote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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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빛깔

도월화 ( 수필가 )
수필집『여월여화 (如月如花)』(2007),『달처럼 꽃처럼』(2014) 출간.
제33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2014)
너섬 시니어아카데미 문학동아리 수필강사(2014 ~ )
선수필 편집위원(2012 ~ )
수필넷 에세이 아카데미아 sysop(2004 ~ )
한국문협회원 창수회원 사계회원 한국수필가협회회원

영혼의 빛깔 / 도월화

한창때 남편은 술을 즐겼다. 그로 인해 내가 받은 고통이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인데 즐겼다는 표현이 맞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나의 회상취미와 남편의 체면을 위해 '즐겼다'로 해 두려고 한다. 주위에 술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둘 건강이 나빠져 술에게 백기를 들고 쓰러져 가는 것을 보게 되자, 남편은 황급히 대책연구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단전호흡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확실히 술을 많이 절제하게 되었다.

나도 단전호흡학원에 같이 다녔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낮에 따로 다니고, 주로 여름에는 저녁 식사 후 마지막 수련시간에 함께 다녔다. 배꼽아래의 단전에 마음을 집중하여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체조도 하고 명상도 했다.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는 목욕탕에서 나올 때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돌아오는 길목의 공원에서 캔 커피를 나눠 마시면 밤공기가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단전호흡은 보통 때보다 호흡이 길다. 거북이나 학처럼 오래 사는 동물일수록 호흡이 길다고 들었다. 조물주가 사람을 세상에 나게 할 때는 몇 번 숨을 쉬고 죽으라는 호흡수를 이미 정해 주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숨결의 길이가 길수록 숨쉬기의 기간도 길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본적이 있다. 하여간 호흡을 길게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위급할 때는 숨이 가빠져서 긴 한숨을 내쉬어 조절하게 된다. 마음의 평정상태(平靜狀態)에서는 호흡이 느긋해지고 길어진다.

남편이나 나나 기적(氣的) 체험보다는 그저 운동 삼아 다녔다. 매일 꾸준히 다닌 것이 아니고 가끔씩 빠지기도 했다. 기적 체험이란 단전호흡에 일가견을 가진 분들이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을 보고 느낀 경험을 말한다. 몸이 허공에 뜬다든지, 질병의 치유나 전생투시, 심지어 유체이탈이라는 것도 들어는 보았다.

쉬엄쉬엄 이기는 하나 3년 정도 단학에 관심을 갖은 후이다. 명상에 들어가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띠는 옥양목을 앞에 펼쳐 놓은 듯 눈앞이 밝아졌다. 그러면서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평화롭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몸과 머리가 떠오를 것처럼 가벼워지고, 나의 영혼이 가벼운 깃털같이 높이 올라가 육신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그 때 만큼은 내 영혼이 커다랗게 날개 짓 하며 푸른 빛 속에서 자유로웠다. 저절로 호흡이 길어지며 그 가운데 푸른빛을 보는 것이 감미로웠다.

'파란 색의 비밀은 잘 감추어져 있다. 파란 색은 피안 저쪽에서 온다. 오는 도중에 그것은 옅어져 산이 되어버린다. 매미가 거기서 운다. 새들도 거기서 지저귄다. 사실상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다. 감청색이라는 것이 있다. 나폴리에서는 하늘이 물러가고 나면 성모 마리아가 벽 구멍에 머문다. 하지만 여기선 모든 게 신비다. 사파이어도 신비, 성모 마리아도 신비, 사이펀도 신비, 수부의 저고리 깃도 신비, 눈부시게 파란 햇빛도 신비, 그리고 내 가슴을 꿰뚫는 파란 눈빛도 신비다.’ (장 콕토 「파란 색의 비밀」 전문)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천부경」의 해설판을 여러 번 읽을 때처럼 알 듯 모를 듯하지만,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도 파란 색의 신비를 말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장 콕토의 파란 색은 나폴리의 감청색 바다 빛이다. 내가 말하는 옥양목의 희다 못해 푸른빛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의 「파란색의 비밀」을 읽으며 나는 그 비밀의 열쇠가 있는 곳을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장 콕토는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부유해서 겨울철마다 지중해의 칸느에서 보냈다고 한다.

나의 소녀시절 애송했던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귀」 전문) 라는 시는 그의 연작 단시 「칸느」중에서 제 5번 시이다. 칸느가 아니라도 바닷가에 서면 저절로 심호흡이 나온다. 단전호흡과 통한다. 칸느의 푸른바다를 보는 장 콕토와 단전호흡 중에 저절로 길고 깊은 호흡에 들어가 푸른 빛 서광을 보는 나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영혼에 빛깔이 있다면 아마도 푸른빛일 것이다. 지구도 푸른 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다와 하늘이 푸르다고 하고, 나무 잎사귀도 푸르다고 한다. 우리의 옛날 선조들은 푸른색을 선호한 듯하다. 옥편에서 푸를 벽(碧)이라는 글자를 찾아보니 푸른 옥돌 벽이라고도 읽는다고 나와 있다. 금강석 벽이라는 뜻도 된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단단하고 광택이 있는 아름다운 돌의 총칭이 옥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다이아몬드도 푸르게 보았다는 것일까.

그런데 깊은 시내를 벽계(碧溪), 푸른 바다를 벽해(碧海), 푸른 하늘을 벽공(碧空)이라 한 것은 금방 알겠으나, 선경(仙境)에 있다는 과실을 벽도(碧桃)라 한다고 옥편에 나와 있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벽도(碧桃)나무의 꽃은 벽도화(碧桃花)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도화 꽃은 붉은데 그럼 벽도화는 푸른 꽃일까 의아했다.

마음의 평정상태에서 호흡이 길어지며 푸른 빛 서광을 보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나 보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단전호흡 말고도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적당한 운동, 기도나 명상, 혹은 감동적인 예술작품을 대할 때, 산이나 바다를 여행하며 좋은 경치를 볼 때 등이다. 선행을 했을 때의 흐뭇함이나 충만감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다른 방법을 통해도 단전호흡 할 때처럼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호흡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운동이나 여행도, 훌륭한 작품 감상이나 선행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 때는 일단 올바른 단전호흡을 하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바로 우주의 기(氣)와 자기 자신의 기(氣)가 만나 하나로 일치할 때 얻어진다고 한다.

그 조화롭고 평안한 상태가 계속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문제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한다는데 있다. 평정 상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그대로인데 나 자신의 변덕 탓이다. 24시간은 바라지 못하겠지만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더 이렇게 마음이 평화로운 시간을 늘려 가는 것이 요즘 나의 바람이다. 오늘도 나는 내 영혼의 빛깔을 푸르게 비춰 줄 감동의 물결을 찾아 삶의 여행을 떠나려 한다.

http://ssopia7.k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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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2008-01-24 13:27:04)

답글
opera
주변에 의외로 단전호흡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거 같애요...아직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으나 우리가 바다앞에 섰을 대 하는 호흡도 단전호흡이라면 저도 몇 번 해본 셈이니 되나요~?ㅎㅎㅎ영혼에 빛깔이 있다면 아마도 푸른빛일 것이다..그래요..그럴거 같습니다^^ 07.12.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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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자작나무
영혼의 푸른빛... 찔레언니의 그림들과도 통하는 빛깔 같습니다. 김화영 선생의 수필집 <지중해 내 영혼의 푸른빛>이 있었지요... 지중해의 빛깔... 단전호흡 중에 만나는 푸른빛... 저도 저녁 무렵 푸르게 변하는 하늘빛깔을 좋아합니다... 은은하게 물결치는 옥색의 푸른하늘 바라보면서 단전호흡을 해볼까 합니다... 좋은 수필 감사드립니다. 07.12.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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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김영천 좋은 수필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 재미도 있지만 여러가지 배울 점도 많은 글이어서 시마당 식구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귀한 작품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07.12.1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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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안개.2
도월화 님 너무 오래간만에 불러보는 이름입니다. 詩가 있는 푸른숲 자유마당에서 오랫동안 만날 수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요? 도월화 님의 "영혼의 빛깔" 수필을 감상하니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2008년도에는 이곳에서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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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김효정
영혼의 빛깔이 푸른색일거라는 것에 저도 동감합니다.청자나 비취의 그 은은한 빛처럼 아마도 영혼은 그렇게 우리들과 가장 친밀한 사이로 자리매김하고 하고 있을겁니다.다만 우리가 자주 영혼을 불러 주지 않음에 때때로 심심한 영혼의 옷이 낡아 보일 때가 많았지요~~~ㅎ 07.12.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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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이현실
간만에 아주 격조높은 작품을 읽습니다. 명상에 들면 푸른 빛을 띄는 옥양목처럼 눈앞이 밝아진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또한 푸른빛에 대한 깊은 思惟를 얻습니다.. 영혼의 푸른 빛깔을 찾아 여행을 떠나시는 님의 곁에 잠시 머물다갑니다. 07.12.1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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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수현
도월화님. 이름이 참 특이하군요. 처음 뵙습니다. 꾸~벅. 나이가 드니 건강에 대한 정보라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단전호흡이 좋다는 이야긴 익히 들었지만 영혼까지 자유롭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아주 멋진 경치를 볼 때 희열을 느끼곤 합니다. 말 할 수 없는... 07.12.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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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송동호
말씀하신대로 하루중 평온의 시간을 늘려가려고 노력하는것, 그래서 목표에 이르러 보게 되는것, 그것이 무슨 색이든 영혼의 빛깔 이겠지요. 여월여화, 이것은 하루의 평온을 늘려가려고 노력하는것의 또 다른 이름이겠죠. 부디 공력을 얻으셔서 여생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07.12.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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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바울라
글이 너무도 감동스럽습니다 ...단전호흡이 우리인체에 주는 영혼의 푸른빛처럼 가슴에 와닿습니다 .오랫만에 님의 글을 만납니다 ...감사드려요 07.12.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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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봄비 푸른 빛이 갑자기 더 좋아집니다. 어쩌면 푸른 빛을 그리 아름답게 보시고 표현하시는지 감탄스럽네요. 많이 배웁니다. 08.01.03 10:36

퍼옴~♥ (2009-06-18 13:34:12)

답글
노을빛 최영옥 09.05.09 05:05
도월화선생님의 글의 매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읽으면서 선생님의 깊이에 감탄하고 부러움과 존경의 마음 뿐입니다. 많이 배워야 하는데....도월화선생님의 건필을 기도합니다.

답글
김영천 09.05.10 03:45
도월화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단전호흡은 해보질 못했지만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확실하게 믿습니다. 한방을 배우면서 음양5행과 기혈수론을 배웠기에 기에 대핸 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기의 순행이 정상적이어야 혈과 수도 정상적으로 순행하기에 기가 가장 중요하지요. 기분이 좋은 것도, 혈기가 왕성한 것도, 단전 호흡도 모두 기의 순환과 연결 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손자 이름자에 옥돌 玟字가 들어갑니다. 둘째 손자엔 옥돌 윤字를 쓰려고 합니다. 가장 단단하고 광택이 있고 아름다운 돌인 옥돌이요^^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답글
은빛여울 2009-05-10 17:24:40
삶을 살아가면서 자꾸 무디어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오늘은 "영혼의 빛깔" 감상하면서 새로운 감동의
물결을 담아가게 되네요. 마음의 평안이 얻고 싶
어져서 단전호흡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지네요.

답글
가을 들길 2009-05-11 10:27:34
소피아 님의 수필 영혼의 빛깔
행복하게 만나보았어요. 조화
롭고 평화로운 삶을 다시 생각
하게 해주는 좋은 수필이예요.

△ 떠나라 길 잃을만큼 멀리.....

▽ 개구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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