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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명절 잘 보내셨나요?
자꾸만 세월의 뒤 곁으로 밀려나는 설날 풍경들
2010년 02월 15일 (월) 14:19:37 김우영 작가 siin7004@hanmail.net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 명절을 맞아 우리 가족은 설레이는 맘으로 형님댁에 다녀왔다. 오 가는 동안 내내 함께 가는 가족들의 재잘거림이 있었건만 내 마음은 아련한 추억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렸을 동요 '까치까치 설날'노래가 귓가에 메아리 쳤기 때문이다.
“까아치 까아치 설나알은--- 어제께고요오 ---
우리이 우리이 설나알는 오느을 이래요오--- " (중략)
지난날 밤새 설레이던 맘으로 지세운 이른 설날 아침. 부모님이 마련해준 설날옷 세장((歲粧)을 입고 하얀눈이 길가와 장독, 울타리에 소복히 쌓인 저 쪽 동네 고샅길 미끄럼을 타며 친구들과 어깨동무하며 불렀던 노래 '설날'.
'까치설'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설날'이라는 풍속이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노래라고 한다. 옛날에는 작은설(설 전날)을 가리켜 '아치설' '아찬설'이라고 했다. 여기서 '아치'는 '작은(小)'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아치설의 '아치' 뜻을 상실하면서 아치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하여 전해져온다고 한다.
음력 22일 조금을 남서 다도해 지방에서는 '아치조금'이라 하는데, 경기만 지방에서는 '까치조금'이라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아치조금이 까치조금으로 바뀌었듯 아치설이 까치설이 바뀌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도 한다. '설날' 노래 작곡자 윤극영 선생이 이북 출신으로 경기만 지방의 방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 설날 아침 세배행렬과 정겨운 설날 풍경들
설날 아침 우리들은 부모님이 곱게 마련해준 설빔으로 단장하고 저 쪽 큰 마을에서부터 어른댁을 일일이 방문하여 세배를 하였다. 그러면 그 어른댁에서 아끼던 설음식이 나온다.'
주로 나오는 설날음식은 떡국과 떡찜, 떡산적, 떡잡채, 생선점, 편육, 김치, 녹두빈대떡, 호박떡, 식혜, 꽂감, 삼색 나물, 잡채, 약과, 정과, 엿강정, 인절미, 수정과 등이다. 조상에게 차례상으로 마친 뒤라서 산해진미 음식이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져 우리들 앞에 놓여진다.
"야, 느희들 인자는 나이가 한 살씩 더 먹었응게 공부 잘 허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이."
"야, 알겄시유."
어른들 덕담의 말씀에 감읍한 나머지 멋쩍은 기분에 마신 세주불온주(歲酒不溫酒/설 술은 데우지 않는다)한 잔에 얼굴이 발그레하여 세배행렬은 계속된다.
이때 술에 취한 옆 친구는 마을 어른에게 세배를 하면서 앞으로 꼬꾸라지기도 하고, 옆으로 넘어지기도 했던 웃지못할 진풍경도 있었다.
설날 세배행렬은 점심무렵 아래 뜸 탱자나무집에 외서야 마무리되는데 가는 집마다 맛있는 설날 음식을 푸짐하게 내놓는 바람에 우리 모두는 배 부른 뚱보가 되어 마을 가운데에 있는 얼어있는 방죽으로 간다.
그곳에서 썰매타기와 팽이돌이, 쥐불놀이, 눈 쌈을 한다. 그러다가 다시 우리는 안마을 동산에 올라 연날리기에 신이 난다. 제기차기, 자치기, 널뛰기 등 한 참을 놀다가 배가 좀 꺼진다. 우리는 이럴 때를 위해 남겨논 알박이 세배집(!) 뚜두랭이 코뱅이 할배집으로 세배를 간다. 세배를 하고나면 손녀 순이와 외롭게 사시던 코벵이 할배는 반가워한다.
"야 올해는 느희들 왜 안오나 혔다? 잘 왔다이 이것 먹어라."
하시며 수수떡과 한과를 상에 내놓으며 용돈도 쥐어준다. 이 때 뒷방에서 우리를 몰래 지켜보던 순이는 치마폭에 감춰논 알사탕과 과자를 복조리에 담아 내놓는다.
"우리 외삼촌이 일본 다녀와서 나 헌티 선물헌 것이여. 그렁게 맛나게 먹으이"
우리는 좋아라 서로 웃으며 먹는다. 우리는 코벵이 할배 눈치를 보며 알사탕과 과자 몇 개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저녁 때 쯤이면 안뜸 안마당에서는 마을 어른들이 모두 모여서 하는 풍물패놀이가 열린다. 지신밟기 등을 하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 덩어리가 되어 즐기는 놀이다.
각 집의 마당과 우믈, 장독대를 돌며 열리는 이 풍물패는 개인과 마을 공동체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잔치이다. 나아가 집약적 노동을 요구하는 농경사회에서 두레나 품앗이 등의 협동 체계를 유지하려는 친목과 우의에 목적이 있는 놀이이다.
그리고 우리 마을 설날 마지막 풍경은 '토끼몰이'이다. 어둠이 어스럼 어스럼 내려올 때 쯤 동네형들과 함께 단단히 가죽신을 신고 두툼한 옷과 털모자에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뒷산에 올라 토끼놀이를 한다.
이 계곡에서 저 계곡으로, 위 산봉우리에서 아래 좁은 계곡으로 우리들은 열을 지어 깊은 산중을 돌며 '위이이--- 위이이---' '우이이--- 우이이---'하며 막대기로 소나무를 두둘기며 큰소리를 지르노라면 깊은산 계곡의 토끼들이 놀라 아랫길 좁은 계곡으로 몰려 달아나다가 미리 쳐 논 그믈망에 토끼가 잡혀 큰 눈 벌름거리고 바둥대며 잡혀있다.
설날 하이라이트 이벤트 '토끼몰이'가 마무리 지어지면 형들과 우리들은 철이네 방앗간 사랑방에 윷놀이를 시작한다.
"윷이냐, 모야 …… !"
"야, 잡아라, 도로 잡아…… !"
밤새 외치다보면 철이네 방앗간 부엌 가마솥에서는 장작이 불에 타는 소리가 '타다닥---타다닥---' 들린다. 그러다 잠시 후 동네 형들이 쟁반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잘 익은 토끼를 받쳐온다. 우리는 얼른 토끼의 다리 하나씩 들고 살점을 찢어 먹으며 함박웃음이 되어진다.
"야, 이 토끼 뒷다리 뒤게 살찌어 맛있네이. 키키킷---"
"하이고 이 토끼 가슴살 좀 봐이. 살이 통통하게 쪄 뚜두랭이 코뱅이 할배네 순이년 허벅지 같네이. 히히힛---"
이렇게 밤새 윷놀이를 하다가 낮에 먹은 음식으로 소변을 자주 보러 밖으로 나온다. 동녘 하늘가에 먼동이 터오는 철이네 방앗간 뒤뜰 감나무 아래에서 우리들은 쭈욱 늘어서서 오줌을 싼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오줌깔기기 시합을 한다.
"야, 누구 오줌발이 더 나가나 보자이. 후후훗---!
"아따, 얘 오줌발 쎈 것 좀 봐. 저어기 뚝에 까지 갈겨대네. 히히힛---!"
"야, 그노무 짜아식 장개가게 생겼네이. 히히힛---"
▶ 자꾸만 세월의 뒤 곁으로 밀려나는 설날 풍경들
우리나라 4대 명절은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을 말한다. 이 가운데 설날은 대표적인 명절중에 하나이며 보름날까지 이어지는 세시풍속(歲時風俗)은 전체 풍속중에 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몰려 있다. 아마도 농사와 삶이 새롭게 시작하는 때 이기에 그런 것 같다.
정월은 새해를 맞이하는 달로서 연시제(年始祭)를 지내며, 웃어른께 세배를 드린다. 그리고 세배하러 온 손님에게는 술, 고기, 떡국을 대접한다. 설날에는 일가 친척, 마을사람들을 만나면 '덕담(德談)'을 한다. 서로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를 하며 가정에서는 설날 이른 아침에 '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 두는데 이를 '복조리'라 하며, 그해의 신수를 보기 위하여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기도 했다.
이 정겨운 세시풍속은 해마다 일 년을 단위로 해마다 되풀이된다. 농경사회의 풍속은 대부분 일 년을 주기로 하는 농사력(農事曆)에 따른다. 현재의 농업사회 붕괴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산업사회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의 세시풍속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생각하면 할 수 록 정겨운 아쉽게도 우리의 설날풍경이 자꾸만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우리나라만이 가진 아름다운 세시풍속을 보존하여 마을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 국가적 문화마인드 경쟁력도 있을법 하건만……… ?
"오, 그립다. 그 때 그 시절의 정겨운 추억 마당들이여……."
"까아치 까아치 설나알은--- 어제께고요오 ---
우리이 우리이 설나알는 오느을 이래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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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는 서천 출생으로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1989년 한국수필지와 시론지에 각 각 2회 추천 완료 문단에 등단 ,장편소설집「월드컵」단편소설집「라이따이한」외 저서 총27권 출간. 한국문예대상, 서울시 시민대상, 독서문화공로 문화관광부 장관상.한글유공 대전시장상 등 수상. 대전중구문학회,한국농촌문학회,한국해외문화교류회 사무국장. 2009문화체육관광부 전국지역예술가 40인 선정017-477-1744
우리들의 작가방 http://cafe.daum.net/siin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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