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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서천을 다녀와서
엊그제는 서천의 동생이
모시고 있는 팔순 어머니가 요즈음 아프시다하여
서천을 다녀 왔어요.
자꾸만 아들이 보고 싶다고 하시는 바람에
서천 고향을 오가며
금강가와 장항 부둣가, 서천, 마서, 한산갈대밭 등을
추억처럼 지난날의 낙엽을 밟듯 두루 다녀왔어요.
예전 스무살 청년시절 장발에 청바지 입고 친구랑 통키타 어깨에 둘러매고
서천 화금리 모시공장과 마서 덕암리 용화실 새마을 모시공장 여공들
꼬시려고 꽁무니를 어지간히 따라 다니던 그 골목 골목을 다녀왔어요.
서천의 어느 후배 누구는 군의원이 되어 성장했고
장항의 시커먼 굴뚝 제련소 다니던 이웃마을 선배는
장항에서 가스 대리점으로 돈을 벌고 하는 등
많은 변화와 쓸쓸한 마을 주변을 스케치하며
돌아오면서 답답함과 허무를 느끼곤 했어요
사는 게 무엇인지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서천 들녘의 논에는 벼들이 파랗게 풀물든 영창이 되어 조만간
모가지를 쑤욱-- 내밀 것 같고
남새밭에는 들깨잎이 파랗게 넓으져 있고
고라실 고추는 아들내미 고추처럼 실하게 영글어 있었으며
남산의 소나무와 야생화는 푸르게 녹애청청 자라고
장항 금강변은 하구둑공사로 이후 개펄 가득 밀려 산으로 변하고
폐선이 간간히 떠 있어 초라하며 아득한
내 고향의 금강변을 보았어요
여름철 장마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일요일 저녁 나절
고향을 뒤로하고
아픈 몸으로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홀노모의 모습
실루엣처럼 눈물가에 아른거려
발길이 잘 떨어지질 않았어요
고향의 모습은
그리운듯, 아스라히 머언 그곳으로
각인이 되듯 날아가고 있었어요
이젠 고향은 나의 아늑한 곳이 아닌
이방인의 마을이 되어가는 것일까?
정녕 나의 고향은 어디메에 아늑하게 머물러 있을까?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눅눅하여
허전한 마음에 고향 서천을 다녀와
몇 마디 소회를 적었어요
오늘 참말로 즐거운 하루 마무리 허시구유
힘찬 햇살이 머무는 아침을 맞으셔유
늘 허벌나게 행복허셔유
나은 길벗 김 우 영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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