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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월화	(2019-04-06 18:10:38, Hit : 648, Vote :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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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향내

하늘 향내
- 도월화

나는 맑은 하늘 향내 피어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하늘 향내는 죽은 자에게도 그 생명력이 살아있을 수 있고, 산 자에게서도 사라질 수 있는 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물지만 사노라면 무슨 속셈에선지, 갑자기 너무도 쉽게 변덕을 부리는 이와 마주칠 때가 있지 않던가. 공연히 남을 폄하고 다니는 세상인심이 없잖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기도 한다. 실망감으로 한차례 시달리던 어느 날 우연찮게 내 앞에 나타난, 살아갈 맛을 다시 찾아주는 배려 깊고 순수한 영혼. 이외로 숱하게, 그런 느낌이 드는 이에게서 받은 뜻밖의 위안과 안도감에는 하늘 향내가 어려 있지 않는가.

옛 성현으로서는 천이백여 년 전 통일 신라 시대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떠오른다. 천년을 두고 신선으로 등장하는 고운 선생이라면 하늘 향내 그윽한 분이 아니겠는가. 역사 속에 피어난 향이니 세월꽃 향기라고나 할까. 근래 들어 나는 최치원의 자취를 따라 여행하고, 책을 찾아 읽고, 사색과 상상을 하는 시간에서 자유를 느꼈다. 사유 속의 세계에서 맑고 밝은 하늘 향기에 치유 받는 듯했다.

몇 해 전 여름, 수필 문단 행사로 경남 함양에 다녀왔다. 고운 최치원의 한시 등이 걸린 지리산 문학관도 견학하고, 고운이 함양 지역의 태수였을 때 풍수해를 막으려, 인공림을 조성한 상림에도 갔었다. 지방 관리 시절의 최치원은 다른 탐관오리들과는 달랐다. 그 옛날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해 고운 선생이 만든 상림 숲은 지금도 초록빛 하늘 향을 뿜어냈다.

'스님아 청산이 좋다 말하지 마오. 좋다면서 어찌 다시 산을 나오나.

뒷날 내 종적 한 번 두고 보겠나. 청산에 한 번 들면 다신 안 돌아오리.’

( '僧乎莫道靑山好山好何事更出山試看他日吾踪跡一入靑山更不還' -최치원의 입산시)

지리산 문학관에 전시된 최치원의 입산 시를 보는 순간, 가벼운 전율이 오는 느낌이었다. 고운 최치원(孤雲崔致遠 857~ ?)이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떠올라서일까. 『신증 동국여지승람 』에는 고운이 가야산에서 어느 날 아침 일찍 나가서, 관(冠)과 신을 수풀 사이에 남겨 두고 증발했다고 나온다. 그 이후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이 없었다. 사망 연도가 미상으로 전해진다. 고운 선생은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최치원이 신선이 되었다고 하는가 하면, 자살 설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토록 천연미와 풍류에 심취한 고운이 결코 자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자연을 벗 삼고 풍류를 도(道)의 경지로 넓힌 그가 아닌가. 『삼국사기』에 인용된 「난랑비서(鸞郎碑序)」에 의하면, 최치원은 우리 고유 사상에 유교 불교 도교 등 외래문화를 포함하는 풍류도를 ‘현묘지도(玄妙之道)’라고 했다.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수풀에 관과 신만 벗어두고 가야산에서 지리산으로 종적을 감추며 옮겨 간 것은 아닐까. 몰래 초년에 봐둔 중국의 어느 명산이나, 우리나라의 어떤 하늘 향 머금은 비경으로, 잠입 가능성은 없을까. 이미 천년도 더 지난 일이니 누가 그 확실한 흔적을 찾을 수 있겠는가. 고운 선생의 자취를 따라 하늘 향내를 찾아 볼 뿐이다. 다만 현재의 내 주변에 무관심하면서 옛 선인의 향을 찾은들 무슨 소용인가. 추사 김정희의 법고창신 정신을 되새기기도 해야겠다.

고운 최치원은 경주에서 12세(868년)에 당나라 유학, 6년 후 외국인을 위한 빈공과 과거 급제, 약관의 나이에 중국의 관직에 오른다. 고운은 당나라에 머물다가 17년 만에(885년) 신라로 돌아왔다. 그는 중국에서 지었던 글을 모아 동방에서 가장 오래된 문집으로 현재까지 전해지는『계원필경』 이십 권을 엮어냈다. 그가 귀국 후에 쓴 문장 가운데서는 '사산비명(四山碑銘)'이 대표적이다. 고운은 진성여왕에게 개혁안인 '시무십여조'를 올리는 등, 뜻을 펴려고 했지만 통일신라 말기의 혼란한 시국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 40대에 벼슬길에서 벗어난 그는 명승지를 유람하다가 말년의 은거지, 해인사로 들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는 최후에 가족을 데리고 가야산 해인사에서, 형인 승려 현준 및 정현 대사와 한가롭게 지내다가 노년을 마쳤다고만 기록돼 있다.

중국 양주 시의 최치원 기념관에 세워진 그의 동상 사진을 보면 사망 년대가 '약(約)924년'이라고 쓰여 있다. 『삼국사기』에도 고운 선생이 별세한 해는 나오지 않는데, 그 년대의 출처가 어딘지 무척 궁금하다. 당나라의 황소의 난 때 ‘토황소격문’을 지어, 이름을 떨쳤던 최치원은 중국에서 더 유명하다고 한다. 귀국 후 육두품의 신분적 한계가 있기도 했지만, 천성이 부질없는 야망에 연연하지 않아서 오히려 천년이 넘도록 숭앙받는 것은 아닐까. 고운 선생의 하늘 향내는 인생을 출세주의 적으로 만 살기 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 순리대로 살며 문향을 남긴데서 오는 세월꽃 향기가 아닌가.

사는 동안 몇 번이나 하늘 향이라고 느껴지는 향기를 대할 수 있을까. 아, 이것이 하늘 향내구나, 싶은 무언가 그리움이 절실한 날이 있다. 이 향기야말로 절대로 돈으로 살 수도, 권력이나 힘으로 빼앗을 수도 없다. 결과의 이해득실 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성실한 삶의 낙을 붙이는 사람에게서 하늘 향은 풍기나보다. 남들에게 세상 살 맛을 주는, 한결같은 이들에게 나는 것이 하늘 향내인가. 또한 나를 내려놓은 소박한 사람들의 향이 하늘 향내이런가. (『 최치원 향내 』 문화사색의 향기, 도월화 제3수필집 수록)

-도월화 약력-

수필집 『여월여화』『달처럼 꽃처럼』『최치원 향내』 출간

창작수필 등단(2000)

한국수필문학상 수상(2014)

선수필 편집위원

너섬 시니어아카데미 수필강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졸업

(前)중등학교 사회과 교사

[이메일] ssopia7@naver.com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rin789&logNo=221504133448&navType=tl

최치원의 향내를 따라《선수필2019봄호》도월화수필가 연재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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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필감상은《선수필 2019 봄호》 도월화 역사문화수필<최치원의 향내를 따라1, 하늘향내>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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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2019-04-08 0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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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2019-04-30 13:19:48)

2019.4.3.정주간님 카톡
멋지게 나왔네요. 선생님 글과 선수필 광고가 함께 되어 좋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19.4.3.장유리안나 작가 카톡
도월화 선생님 멋져요.
저도 도월화선생님의 첫번째 연재,
의미있고 시사하는바가 많아 참 좋게 읽었습니다. 또 기대할게요~^^

2019.4.3.도소피아
감사합니다. 선수필 덕분입니다.
모두가 선수필 편집진 고우신 선생님들께 편승해가는 덕분인데
졸고를 이리 읽어주기까지 하시다니요.
더욱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최데레사 2019.4.7
"하늘 향내 피어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하늘 향내는 죽은자 에게도 그 생명력이 살아있을 수 있고, 산자에게서도 사라질 수 있는 향이라는 생각이 든다"(도월화 수필, 하늘 향내)
강하게 저의 마음에 울렸습니다. 몇 번씩 카톡글을 보았습니다.
곳 곳에서 찍은 사진의 모습은 한창 때인 대학생으로 보이고, 꽃밭에 서는 모양은 여인의 아름다움으로 찬란하게
빛나 보이네요.
더욱이나 조부님은 너무도 고고한
선비 모습이 선생님 가문을 말하는 듯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늘 감사 합니다.

도소피아 2019.4.7
최데레사 선생님, 어찌 이 감사함을 전해드릴지요. 연재글 계획 앞에서 걱정하는 저에게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졸고나마 낼 수 있었지요. 생전에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박 작가선생님께서 둔한 저를 불쌍히 여겨 최데레사 형님을 문예반에 보내주신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얼핏 들고, 눈물날 정도로 감사합니다.
형님의 훌륭한 교수님, 아드님과 문예반 기도문을 편집해 준 어여쁜 며느님, 온가족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손모아 기도드립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폭포수처럼 내리시길 기원합니다.

2019.4.3.도소피아
감동입니다!
할아버지 사진을 올려주신 것이 백미라고 저는 느낍니다.
어떻게 적재적소에 제 할아버지 사진을 올려주실 생각을 하셨는지, 다른 멋진 풍경사진과 자료들도 그렇구요.
아마도 김영곤 선생님께서는 천재적인 분이신가 봅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축복받으소서!

2019.4.3.매직어린왕자 작가님 카톡
최치원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포개어 보고 싶었어요^^
저 말고도
기획 전문가인
김무곤 씨와
같이 작업해 나가고
있어요.
감사드립니다 ^^

2019.4.6.김옥기 작가 카톡
오늘은 아침 일찍 찾아온 도월화 님의 향내나는 글을 읽으며
최치원의 향내와 도월화 님의 향내에 취해 봅니다.

목련꽃 피는 이 봄날 아침, 나는 반갑고 아름다운 그리움의 향내에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이 향기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러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2019.4.6.도소피아
감사합니다.
졸고를 읽어주시는거만도 송구스러운데
이리 격려까지 해주시다니요.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김옥기 선생님의 건필을 빕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거듭 감사드리오며...

△ 맨해튼에서 길을 잃다

▽ 글쓰기와 수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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