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水)의 敎 訓 / 金 鶴 來
「流水不爭先」 흐르는 물은 앞서기를 다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남보
다 먼저 가고 앞서 달리기를 지나치게 좋아한다. 자기 앞에 밥그릇을 먼저 놓으려는 부도덕
성이 우심한 세상이다. 자동차를 몰고가는 현상은 어떠한가? 교통법규를 지키고 양보운전하
는 미덕이 필요한 거리질서가 중요한 것인 줄을 모르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자동차의 머리처박기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줄서기도 못하고 차례 지키기를 외면
하는 국민들이다. 옆치기 잘하고 끼어들기의 천재들인 것같다. 그러면서도 권력줄서기는 선
수들이다.
2002년 대선때 모후보가 당선이 유력하다는 예상이 파다할 때 당적을 바꾼 정치인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마이크앞에서 기자회견까지 그럴싸하게 하면서 파렴치한 철새 정치인 행세
를 한 사람들의 꼬락서니가 우습게 되었으니 인간사회의 앞다투기는 필경 벌을 받는다는 느
낌이다. 기회주의 앞다투기는 나쁜짓이다. 그렇지만 인간사회의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은 흘러가다가 돌같은 장애물에 부딪치면 아무 불평없이 돌아서 간다. 충돌을 싫어하는
물의 성질은 진로방해를 한다면서 싸우고 삿대질을 하는 인간사회를 비웃을지도 모른다.
물은 흘러가는 길에 낮은 곳이 있을 경우 결코 건너뛸 줄을 모른다. 낮은 곳을 완벽하게 채
운 후에 다시 흘러가는 것이다. 평준화정신이다. 말로는 평등이다. 평준화다하지만 고르지
못한 인간사회에 어떤 경종을 울린다고 보아야 될 것이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을 찾아서
흐른다. 정치를 하는 이들과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이나 가진 자들이 저지대를 우선하는 물
의 교훈을 높이 사서 못가진자, 힘이 없는 자, 불우한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얼마나 좋겠는
가.
물의 특성은 유동성이다. 물은 어떤 형체를 갖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든 형체를 조성할 수도
있다. 각종 형태의 용기에 물을 채워보자. 만가지 형체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칼로 물베
기란 말이 있다. 흔히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을 한다. 어찌 부부싸움 뿐이리요. 인
간사회의 모든 분쟁과 쟁투와 전쟁이 물베기 성격을 지녀야만 살맛나는 세상일 수 있지 않
겠는가? 정치판의 이전투구는 물베기를 배워야 될 것이다. 인류 역사에 전쟁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힘있는 나라가 힘없는 나라를 침략하고 유린하고 정복하고 그러고서 하는 말인즉,
한 사람을 죽인자는 살인자요, 천 명 만 명을 죽인 자는 영웅이라 하니 인간들은 이런 점에
서 악질인 것 같다.
물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순환성이다. 비가 온 후 빗물은 땅속에 스며들기도 하고 바다로 흘
러 가기도 하고 강이나 저수지를 채우기도 하지만, 물은 다시 증발후 하늘로 올라가고 언젠
가는 또다시 비가 되어 땅을 적신다. 물질이 결코 없어지지 않는 이치와 같이 지구상의 물
은 돌고 도는 것이다.
엎질러진 물이라는 속담이 있다. 한 번 유실하면 다시 거둘 수 없다는 말이다. 실수를 해서
는 안된다는 말일 것이다. 실언을 할 경우 수정할 수도 있고, 실수를 하고 죄를 저지를 경우
개과천선할 수 있지만, 엎지른 물처럼 원상 회복이 불가능한 큰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는 경고일 것이다.
물은 워낙 약한 것이다. 그렇지만 강한 힘도 있는 것이다. 바닷가의 갯돌이나 강가의 맨들맨
들한 돌들을 보라. 그것은 물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2002년 여름 영동지방,
중부지방의 대홍수와 김해지방의 엄청난 수해를 상기해보자. 물의 위력이 이렇듯 막강한 것
이다. 물은 평소에 인간들에게 크게 봉사를 하지만 한 번 성을 내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물의 심술이다. 어떤때는 물벼락으로 인간들을 강타하고 어느 해는 또 비를 주지 않아 목이
타도록 하는 것이 물의 조화가 아니던가. 물은 또 무서운 불을 이기고 화마를 잠재우기도
한다. 바닷물도 성을 내면 무섭다. 논밭도 할퀴고 배도 삼키고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
다. 나이아가라 폭포수의 장관을 상기해 보자. 시위대를 향하여 쏘는 물대포의 위력을 생각
해 보자.
그러기에 옛날부터 통치자의 첫째 임무가 치산치수라고 말하였다. 이 치수를 잘못하기에 과
학문명이 크게 발달되었다는 오늘날에도 수해를 이기지 못하여 인재니 천재니 왈가왈부한
다. 인간들은 수마로부터 언제쯤 해방될 것인지? 엘리뇨현상으로 기후도 큰 변덕을 부린다
니 아마도 우리 인간들은 수해, 홍수, 수마라는 어휘를 완벽하게 잊을 날이 없을 줄 안다.
물의 위력은 더러워진 세상을 말끔히 씻는 것이다. 세수, 세탁, 세차로부터 황사후의 단비는
온 세상을 깨끗이 청소한다. 오염된 인간들의 마음까지 닦아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돈을 물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의 강남에는 어떤 고층아파트가 있는데 아파트 한 채
값이 30억, 34억이라고 한다. 돈을 물쓰듯하는 이들이 이런 아파트에 살 것이다. 양주 한 병
값에 400만원, 800만원 한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기가차는 세상이다. 하룻밤 술값이 수백
만원씩 된다는 유흥가의 이야기들을 크게 한탄하며 1000원짜리 소줏병을 비우는 서민들의
심정 누가 받아줄 것인가? 수백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입는다는 유한 마담들도 돈을 물쓰듯
하는 사람들이다. 불법과외, 예체능 비밀과외비가 한 달 수백만원이라니 이것도 물쓰듯 하는
케이스다.
원래는 물과 공기가 공짜였다. 공기없이는 일 분도 살지 못하고, 물이 없이는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그동안 물과 공기가 너무 흔하고 공짜로 주어지기에 고마운 줄을 모르고 살아왔
다. 그런데 이제는 우심한 공해로 심각한 시기가 되었다. 20여년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교
사 근무를 하고 돌아온 이의 말을 듣고 좀 의아한 일이 있었다.
한 학교에 물을 지키고 관리하는 직원은 있었지만 기름은 마음대로 쓰라면서 방치했다는 것
이었다. 믿기 어려웠는데 우리 나라도 이제 물과 공기를 사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생수값과
휘발유값이 엇비슷한 것이다. 정수기가 있어야만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으니 수도요금
플러스 정수기값과 생수 구입비 물값도 비싼 세상아닌가? 돈을 물쓰듯 한다는 속담도 수정
할 때가 된 것이다.
물을 쓰는 양이 문화국민의 척도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물을 많이 쓰는 것을 자랑할 세상은
아닌 것 같다. 빗물을 가두어 두고 쓰는 것이 인간들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90% 이상 바다
로 흘러간다고 하니 앞으로도 수자원 사업은 확장되어야 될 줄 안다.
산이 좋고 물이 맑은 나라, 우리나라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삼분의 이이며 평야는
고작 삼분의 일이라고 말하면서 이 때문에 배고픈 국민이 되었다는 말을 했는데, 이제는 이
것이 좋은 생존조건으로 바뀐 것 같다. 식량은 남아돌고 산이 좋으니 물이 맑고 경치가 좋
고 얼마나 좋은가.
나는 청년시절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에서 군복무를 하였다. 밤낮없이 흐르는 강가에서 근무
를 했던 것이다. 강물이 너무 깨끗하기에 우물물없이 강물을 마시면서 살았다. 산좋고 물맑
고 공기 좋은 우리나라, 복받은 땅이 아니던가. 천혜의 땅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그 고
마움을 분명하게 알고 살아가면 좋겠다.
물의 특성인 유동성, 평등성, 순차성, 질서성, 무형성, 세척성, 순환성, 流水不爭先성을 배우
면서 물같이 순하고 약하지만 때로는 강한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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