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문학관련 사업 참으로 잘 한다
이관희
지난 해 조선일보에서 <거실을 서재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감격을 금치 못한 일이 있었다.
나는 평소 꼭 한가지 이유 때문에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라는 공상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은 전국민 책 읽이 운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나는 그 운동을 위해서라면 역사에 남는 독재자 소리를 들으면서라도 밀어 부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또 한다.
책 읽기 운동은 국력의 원동력이라는 진부한 논리가 아니더라도 눈뜨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인생을 바람직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그야말로 삼척동자만 되어도 눈치 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사람들이 그 좋은 자리에 올라서 전국민이 골고루 자손 만대까지 잘 살 수 있는 비결이 되는 책 읽기 운동을 안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로 정말로 이해 할 수가 없다. 책 읽기 운동을 위해서는 청계천 뚫을 때 같은 요란한 삽질도 곡괭이 질도 필요 없는데 말이다.
나는 군사독재라든지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라든지 경제 문제에 앞서서 오직 이 한가지 이유 때문에 아무 역대 대통령도 존경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무슨 책을 읽었다'는 말 한마디만 해도 다음날 아침 그 책이 당장에 베스트 셀러가 되는데 그 좋은 자리에 앉아서 책에 관한 말은 한 말씀도 안하고 정쟁으로 날을 보내다가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존경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꿈에도 소원인 전국민 책 읽기 운동을 일개 신문사가 시작하였던 것이다.
나는 조선일보에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오래 동안 한국일보를 보다가 근년에 조선일보를 보고 있는 일개 무명독자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거실을 서재로> 운동은 정부가 이어 받아서 천년 만년 지속적으로 해야 할 운동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그런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나는 제일 궁금하다. 진정한 '대운하'는 전국민 책 읽기 운동이다. 국민들의 머리 속에부터 대운하를 뚫어라. 그래야 천대 만대 갈 수 있는 땅위의 대운하를 뚫을 수 있는 것이다.
아, 아, 이명박이 나였다면 얼마나 얼마나 좋았을까. 또 공상에 잠기게 된다. 아마도 이 공상은 다음달 2월 25일 까지 계속 될 것이다.
지난 해에 그런 꿈 같은 일을 한 조선일보가 신년 아침에 또 하나 힛트를 치고 있다.
실은 <거실을 서재로> 말고도 지난해에 조선일보가 잘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사이버 문학상을 제정하고 실시한 일이다.
그 뒤를 이어서 새 해 아침에는 한국 현대시 100년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 축제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들이 뽑은 애송시 100편을 선정하여 매일 톱기사 자리에다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첫날의 시는 박두신의 '해'였다.
둘째날의 시는 김수영의 '풀'이었다.
그리고 오늘 셋째날의 시는 이성복의 '남해 금산'이다.
박두진의 '해'는 다음과 같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실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전국민 책 읽기 운동 정신'을 가진 대통령이 나오기 전에는 이 나라에 진정한 '해'는 아직 솟지 않은 것으로 알면 틀림 없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진정으로 하늘이 낸 대통령이라면 책 읽기 운동을 펼칠 것이다.
문화, 문학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의 행보에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
신년 아침에
조선일보 독자 이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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