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oncontextmenu="return false" onselectstart="return false" ondragstart="return false">

Home 자작 수필을 올려주세요~
-로그인이 안될 때는 ☞수필넷다음카페별관 수필의 뜰에 올려주시면 적절히 게시물이동을 하겠습니다.
2009. 7. 23, 저작권 강화로 인해, 작가가 직접 등록하거나 등록을 부탇받은 글만 게시합니다. 감사합니다. (☞메인)-


  조한금(2008-02-25 20:11:09, Hit : 1246, Vote : 85
 바보와 천사 사이


          바보와 천사 사이  
                                    조한금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점심때가 이른 시간, 아침조회가 끝나기 무섭게 영업사원들은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내 방의 썰렁한 한기를 피해 사무실로 나온 나는 사원들과 난로 옆에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폐문한 문 출입구를 밀친다.
  “그쪽 아니에요”
경리 아가씨가 소리치자 그는 출입문을 다시 찾아 쑥 밀치고 들어선다. 25세쯤 되어 보이는 뇌성마비장애 청년이다. 우리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꽂혔다. 그는 검은 가방을 책상 위에 털썩 올려놓더니 어둔한 말씨로 물건 좀 사라고 한다.  
  “안사요. 전에도 왔었잖아요.”
경리 아가씨가 거절하자 그는 눈동자를 하얗게 흘기며
  “그럼 장애인이 한번만 오면 뭘 먹고살아요!”
하며 신경질적으로 되받는다. 상황으로 봐선 분명 주객의 전도다. 물건을 팔러 온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니 경리 아가씨가 머쓱해 그를 쳐다본다. 나는 이쯤에서 그 청년에게 다가가 가방을 열어보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고무장갑 몇 켤레와 1회용 대일 밴드, 그리고 청크린 몇 개가 고작이다.  
  “그래, 사무실에 와서 물건을 팔려면 사무용품을 가지고 다녀야지 아무것도 살게 없구먼”
  “그럼 아주머니 집에 가져가서 쓰면 되잖아요.”
사뭇 도전적이다. 그러더니 이내 짜증스런 어투로
  “신경질 나서 죽겠네! 간 데마다 쳐다보지도 않고 거절하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쫓아내고,
  놀려먹고, 잉잉…”
  예의 그 어둔한 말씨로 혼자 넋두리하며 앵돌아서서 눈물까지 찔끔거린다. 나는 갑자기 허를 찔린 기분이 되어 우는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 속상하지? 이 추운데 물건은 안 팔리고, 반기는 사람은 없고…”
그 말 한마디에 그는 마치 역성들어준 어미에게 하듯
  “네, 속상해요!”
  하며, 세상에 대한 불평을 봇물처럼 쏟아놓는다. 건물 경비원에게 쫓겨난 노여움에서부터 푸대접받고 업신여김 당한 거며 야박한 인심에 대한 원망까지를 울음을 섞어가며 주절주절 주워섬긴다. 제 딴에는 자력으로 꿋꿋이 살아내고자 혹한을 무릅쓰고 나왔는데, 장하고 대견하다고 인정해주기는커녕 간 데마다 박대 받은 서러움도 포함되어있는 것 같다. 성한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인데 장애인으로 살아내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삼 애잔한 생각에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난다.
우리사원들 역시 용기가 자본인 사람들이다, 말이 좋아 영업사원이지 잡상인 취급당하기 일쑤인 방문판매업, 주부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등 떠밀려나와 가방 들고 나서기까지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지금 이 청년처럼 잡상인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그 모멸감을 내 어찌 모르리. 바로 19년 전의 내 모습인걸. 그러나 자존심을 수없이 다치고서라도 고객의 냉대가 환대로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방문해 고정 단골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성공하는 것이다.
땅을 기는 수많은 벌레들 중에는 하늘을 나는 나비로 사는 벌레도 있다. 선택받은 삶이다. 그것은 몇 백 몇 천 번을 반복해 미끄러지면서도 기필코 나무에 기어 올라가 나뭇잎을 갉아 도롱이를 틀고,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혹한의 겨울을 견디어내고서야 번데기를 벗어던지고 나비가 된다. 그 화려한 변신의 비상이 실패와 성공의 다른 두 모습이다. 실패와 성공은 본인이 선택하는 길이라며 사원들을 강하게 프로로 훈련시키고 있는 내 눈에는 그 청년의 모습이 한없이 어설퍼 보였다.
몇 차례 앉으라고 권하고 나서 따끈한 커피 한잔을 주니 커피는 먹지 않는다며 선 채로 거절이다. 무언의 채근을 당한 나는 청년의 가방을 열고 고무장갑 한 켤레와 대일 밴드 한 갑을 꺼낸 다음 경리에게 2만원을 받아 그의 손에 쥐어주며
  “하룻길을 가다보면 별걸 다 본다는데 그깟 일들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가다가 따끈한 점
  심 한 끼 사먹고 더 힘내서 열심히 살아요.”
하며 등을 토닥이자 그는 또 덤볐다.
“그렇게 많이 주면 어떡해요. 그러기 싫단 말예요! 그럼 이거라도 가지세요.”
  가방에서 청크린 한 개를 더 꺼낸다. 결코 동정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처음 부
  터 물건 값과 상관없었던 나는
“그건 하수도 물을 오염시키니 됐어요.”
라고 사양했다. 그만 일에 감격해 몇 번이고 뒤돌아서서 고맙다 인사하는 그를 문 앞까지 배웅해주고 돌아서니 눈물이 핑 돈다. 나는 사원들이 볼세라 몰래 눈물을 훔쳤다.
사무실 분위기는 잠시 무겁게 갈아 앉았다. 나는 그에게 용기를 준, 작은 천사가 잠시 되었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내 행동을 쭉 지켜보며 사무를 보고 있던, 장애인 시동생을 둔 관리실장이 시각을 달리한 냉정한 한마디를 한다.
“많이 해본 솜씬 데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다 알고 있잖아요.”
순간, 나는 바보와 천사 사이를 몇 번을 왕래해야만 했다.
        




열정의 브라질리언
커피향 같은 사람이고 싶다. [7]

  바보와 천사 사이  조한금  2008/02/25 1246 85
      [re]감사.. 축하드려요~^^ [2]  sysop  2008/03/12 1236 97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zero
좋은 작품을 올려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게시물의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글 등록이 안되실 때는, ☞수필넷다음카페별관 수필의 뜰로올려주시면 적절히 게시물이동을 하겠습니다.
"★작가별 수필 검색~ www.supil.net 수필넷 [ 에세이 아카데미아 ]방문 환영~ Thanks for visiting~! Enjoy...Thanks!"click~^^